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맘 쑥쌤 Jun 24. 2024

남편의 불안을 지켜보면서

사실은 나도..

아이들과 영화를 보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남편과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정에 대한 영화 속에서 마주한 남편의 불안감, 그 이유들을 말해주었다.


어머님의 빚에 대한 정리,

아버지의 병원 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년 1월까지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딱 3개월 생활비만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남편의 걱정과 불안은 던져졌다.

우선 남편의 불안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곧 다가올 다음 주 몰아서 아버지 입원과 어머님 돈관리를 끝내놓고 공부에 매진하자고, 생활비가 3개월이 남았다면 우리 2개월 후 걱정하자며 일이 끝나는 다다음주부터는 공부에 매진하고 집도 덜 걱정하고 공부하러 나가라고 그렇게 정리를 해주었다.


잠시 공부를 위해 퇴직한 남편은 일주일 후, 3개월 후, 그리고 내년을 걱정해 왔다. 어쩌면 결혼 12년 동안 우리 둘은 그동안 반복되는 힘듦에 익숙해져서 결혼하자마자 그저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다시 찾아오는 힘듦을 마주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반복하느라 진정한 행복도 긍정적인 생각도 가지지 못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나는 40, 남편은 44, 더 나이 들고 멀리 바라보면 또 후회할 지나가는 인생 속에서 오래 고민하고 붙잡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은 나도 두렵다
불안하다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들이 온다.



사실은 나도 얼마나 살아왔다고, 앞으로 더 살아봐야 하니 남편에게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흔들릴 때가 있다. 진짜 3개월 후에 어쩌지? 아버지 입원에 또 실패하면? 어머님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남편이 시험에 막상 떨어지면? 내 일이 끊기면 어떡하지?…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결국 잠시 내 기분 좋으려고, 내가 내 마음을 안심시키려고 남편을 위로하는 건가? 나를 위로하듯이?? 그런 생각도 들지만 모든 불안이 하나로 끝나는 나만의 불안의 종착지가 떠오를 때면 모두 티끌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병원 입원을 반복하고
소통을 잃은 채 아버지를 보지 못하다가
내가 다시 아버지를 만나는 곳은
장례식장이 되는 건가..
나는 아버지를 미워해야 하는가?
감사해야 하는가?
불쌍하게 여겨야 하는가?



답이 없는 나의 가장 극강의 불안 중 하나,

부모라는 존재,

그 때문에 나의 힘듦과 걱정은 사실 모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 때가 많다. 그래서 잘 견디고 강하게 커온 것인데 이걸 울어야 하나, 감사하다 해야 하나, 나의 감정도 흔들릴 때가 많다.


내가 내리는 결론은 항상,

그 어느 날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뿐,

작가의 이전글 저는 초등학생 아이와 동업하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