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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인연_페루 리마 가는 길

버킷리스트_6대륙_남미여행_191122

by 도레미 Start Maker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킷리스트 6대륙 여행 중에서 마지막 대륙인 남미를 가는 날이다.

언제나 가는 길이 설레는 그곳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하였다. 가기 쉽지 않은 남미 대륙, 일단 비행시간이 24시간이 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곳이다.


여행에 끝판왕이라 불릴만한 곳, 일단 비행시간을 이겨내서라도 꼭 가봐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남미는 첫 여행지로 잘 모르겠지만 길게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색다른 여행을 가야겠다 결심하거나, 나처럼 다른 대륙을 다녀오고 나서 마지막으로 택하는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짐도 잘 붙이고, 짐 검사도 잘하고, 인천 국제공항 안에 면세점들을 지나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았다. 후~ 역시나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여행 전에 설렘이 있다.

다시 한번 지인들에게 출발한다고 연락도 하고, 도착해서 일정도 한번 더 체크하고,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공간에서 폰으로 놀기도 한다.


이제 비행기를 탑승하는 줄에 서기 시작했다. '아 이제 정말 해외를 가는구나.' 진짜 떠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은 어떤 여행일까?' 기대감과 또 긴 비행시간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비행기 자리는 가운데 자리였는데, 다행히 옆자리 두 분 다 한국 분이셨다.


가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한 분은 암 수술까지 하셨는데 손자를 돌보러 어쩔 수 없이 3번째 가는 중이라 하셨다. 무언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데 몸이 안 좋아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는 모습이 한편으로 슬프게 다가왔다. 사실 속마음은 이제 가지 마시고, 한국에서 건강히 몸을 돌보시라고 하고 싶었다.

승무원에게 뜨거운 물을 대신 받아서 드리고, 짐도 들어드리고, 조금씩 도와드렸는데 고맙다고 하셨다. 그냥 큰 것이 아닌데도 도와드리는 것이 좋았다.


또 한 분은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한국 기업 구내식당의 사장님이셨다. 최근에 화상을 입으셔서 수술을 받고 쉬다가 다시 돌아가시는 길이라고 하셨다. 딸이 요리를 잘해서 2달을 맡길 수 있었다고 하셨다.

죽을 뻔하셨다고 했는데 회복이 되어 돌아가신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방 안에 돋보기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으신다며 대신 입국 신고서 작성을 해줄 수 있냐고 하셔서 도와드렸다.


도움을 드린 덕일까? 아에로멕시코 비행의 꿀팁을 알려주셨다. 간식으로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주는데 양이 많지 않아서, 뒤로 가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고 아는 사람만 먹는다고 알려주셨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간식 시간을 알려주셔서 놓치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기내식 빵은 돌인 줄 알았다. 맛이 없었지만, 소고기, 닭고기를 선택해서 끼니는 채우고 자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었는데. 잠이 안 와서 깨있었다.

화면에 영화는 영어 자막으로만 지원이 돼서,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봤다. 국적기가 그리웠다.

여행 다니면서 사람들이 왜 영상 오프라인 다운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비행시간이 길다 보니 깨어있는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긴 비행 끝에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다! 커피 효과가 다행히 떨어져서 6시간 환승 대기 시간 중 1시간은 잘 수 있었다. 게이트를 다시 한번 체크하고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알람을 맞춰 두고 꿀잠을 잤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치명적인 이유로 여행 책을 다시 한번 보고, 남미 단체 카톡 방 글들을 보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페루 리마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또 한 번에 기내식을 먹고 깊게 잠들어 드디어 비행기에서 탈출하였다.


페루 리마에 약 24시간, 하루 종일 시간을 견디어 도착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무슨 일인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축구 경기 때문에 공항에 사람이 정말 많아서 2시간 반 동안이나 입국 수속 줄을 서야 했다.

후 정말 피곤했다. 상상 못 한 입국 시간. 와이파이 연결과 동시에 한인 민박 사장님께 입국 수속이 길어진다고 연락을 드렸다.


길고 긴 길 중에 한국 분들이 신 것 같아 말을 걸었는데 역시나 촉이 맞았다. 이야기를 좀 하다 보니 잠도 깨고,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덜 지루했다. 반강제로 줄이 나누어져서 좋은 여행 되시라 하고 손인사를 했다.

정말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공항에서 사장님이 기다려 주셨고, 만나서 숙소에 새벽 3시 반 도착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에 와서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씻고 바로 잠들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비록 비행기 안에서 만났던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분 다 아픔이 있으셨다. 나에게도 아픔이 있었는데 사람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아픔이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구나 느끼게 되었다. 나에게만 생기는 일도 아니고, 살다가 몸이 갑자기 아플 수도, 아니면 다른 상황에 의해 다칠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충실하며,
그 안에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닐까?


지금 하고 싶은 여행을 하는 것에 감사함을 또 한 번 느꼈다.

사진, 일상 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로도 놀러 오세요 :)

https://www.instagram.com/trekqueen_dor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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