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에 비친 엄마모습
2학년 아이의 국어 숙제 中
문제: 내 주변의 사람에 대해 소개해봅시다.
대답: 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 여자이고 이름은 000입니다.
… 중략…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다이어리 쓰기입니다.
국어책을 본 순간 깜짝 놀란 심장. 1차로 굳이 엄마에 대해 썼다는 사실에 놀라고 2차로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다이어리 쓰기?!! 라니…
평소에 자주 다이어리를 쓰긴 했지만 아이의 눈에 그렇게 보일정도였을까. 내색은 안 했지만 아이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아이의 눈은 순수하고 객관적이다. 사실 우리 집에 TV가 없기도 하고 남편과 나도 올해부터 책 읽기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물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날도 많은데. 의도치 않게 아이의 눈에 좋은 모습으로 비친 것에 뒤늦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새해를 앞둔 기대감과 연말을 보내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12월. 그동안 미뤄둔 약속도 다시 꺼내보고 들떠있는 마음처럼 거리도 시끌시끌하다. 연말이라는 특별함 때문일까. 그 소란함이 어쩐지 나쁘지 않다.
빠르면 11월부터 새해 다이어리가 쏟아져 나온다. 예전 같으면 시큰둥했겠지만 한 2년 전부터 다이어리 쓰기에 빠지면서 어떤 것이 좋을지 한참을 고심했다.
결국 색상만 다른 작년과 같은 다이어리를 골랐다. 드디어 배송받은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쳤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첫 시작은 12월! 그동안의 12월 페이지는 쓰고 있던 다이어리를 이어서 썼다. 새해 다이어리의 12월 페이지를 쓸 때도 진짜 시작은 1월이지라는 마음으로 별생각 없이 대충 쓰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새해의 시작이 전년도 12월부터라면? 새해를 시작하기 위해 워밍업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12월은 한해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워밍업의 시간이었다.
한참 다이어리를 고민할 때 친구에게 물었다.
"요즘 다이어리 많이 나왔던데. 너는 안 사?'
돌아온 대답은.
"매일매일이 똑같은데 적을게 뭐가 있어. 안 쓴 지 오래다~ 난 필요 없어."
사실 나도 결혼 후 특히나 아이들 육아에 정신없을 때는 다이어리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다. 반복되는 일상에 별다를 것 없는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 쓸 내용이 없다는 친구의 말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어느 날 진짜 내 삶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달라졌다. 뭔가를 시작하기 위해 첫 번째로 생각난 것은 다이어리였다! 단순 스케쥴러나 투두리스트가 아닌 진짜 나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기록들.
내 생각과 추억과 다양한 감정이 담긴 지극히 개인적인 자서전과 같은 존재였다.
다이어리를 다시 제대로 쓴 지 3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된 다이어리. 매일 열심히는 못써도 부지런히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나의 그러한 모습이 아이의 눈에 엄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비쳤나 보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요즘.
나를 사랑하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노력이 아이에게 물려줄 유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진출처: 내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