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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 스프링 Dec 01. 2023

 산타의 존재, 언제쯤 알게 될까?

1인 2역 산타역할 부모의 하소연

과연 언제까지 산타할아버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12월이 앞두고 한 해 동안 꽁꽁 싸놓았던 크리스마스트리 상자를 열었다. 청소 중독증 남편에게는 반짝이 오너먼트들이 가득가득 들어있는 트리상자는 열어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랄까?



남편의 탄식과 아이들의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오며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트리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수고는 일차적인 작업일 뿐 더 큰 고비가 남아있으니 바로 크리스마스 선물준비와 산타역할하기!


거리에 크리스마스 분위가 시작되던 11월부터. 아니면 올해 내내 기다렸을지도 모를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아이들이다.

6세인 둘째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굳건히 믿으며 요즘 들어 유독 엄마 말을 잘 듣는다. 반면 초등학생인 첫째는 친구들에게 들은 것이 있는지 산타의 존재에 대해 조금씩 의심하는 듯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빠가 산타분장은 못해도 디지털의 힘을 빌려 우리 집에 왔다간 산타 사진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올해도 1인 2역을 어찌해야 할까 생각하다 현타가 왔다. 가장 큰 골칫덩이는 크리스마스용 부모선물도 모자라 산타할아버지용 선물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것!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을 앞세워 그동안 못 가진 값비싼 선물을 산타할아버지께 받고 싶단다.

둘째야 어리니 그렇다 치고 초등학생이 왜 그렇게 열심히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지. 이제 그만 산타의 존재를 알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느 날 한참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던 첫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엄마! 내가 산타할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마음속으로 갖고 싶은 선물 생각하고 진짜 주시는지 알아보려고. 안 주시면 없는 거지! "


마치 탐정이라도 된듯한 확신에 찬 말에 또 한 번 고민이 스친다.

이번기회에 그냥 산타의 존재를 알게 해야 하나 아니면 어떻게든 받고 싶은 선물을 알아내야 할까?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그 시절 어땠을까? 다른 건 기억에 없지만 초등학교 1학년때 자고 일어나니 내가 갖고 싶었던 미미인형 세트가 머리 위에 있었다. 환희의 찬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얼마나 기뻤는지 그것을 준 사람이 산타할아버지든 부모님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찰나의 행복이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되어 아직도 강렬히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도 크리스마스가 주는
특별한 기억이 아닐까?


지금은 수고스럽지만 훗날 추억을 떠올렸을 때 가장 좋았던 시절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지금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도 나의 그 시절 크리스마스처럼 강렬한 행복의 감정을 선물해주고 싶어졌다.


일단 앞으로 몇 년은 엄마, 아빠가 더 애쓰는 걸로.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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