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적 '상실의 시대'라는 책을 베스트셀러로 많은 분들이 읽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있지만, 내가 주로 읽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그의 책을 읽을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IQ 84등 읽고 싶은 책들도 상당수 있었고, 그 중에 한권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예전에 읽었지만, 최근에 다시 읽은 책이다. 무라카미가 왜 달리기 선수가 되었는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수 있게 되었다. 결국 공부도 체력싸움이듯이, 글쓰기도 체력싸움이다. 글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책쓰기는 더더욱 체력이 필요하다. 루틴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건강이 좀 안 좋거나 흐름을 놓치면 금방 몇주 몇달이 지나갈수도 있다.
헤밍웨이나 무라카미 하루키등 이렇게 고도의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조정래, 이문열 작가등 대단한 작가들도 많다. 많은 분들이 책을 내는 것이 더 보편화된 요즘이지만, 진짜 작가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산고의 고통까지는 아니어도 작가로서의 고민을 얼마나 했고, 좋은책을 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다시한번 살펴봐야 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_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에 인생에 대한 하루키 최초의 본격적인 회고록이다. 따라서 이 책을 대하는 모든 독자는 읽고 싶은 마음과 달리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우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하루키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 매력적인 비유, 뛰어난 표현력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솔직하고 관조적인 고백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교훈을 안겨줄 것이다.
소설가라는 직업에 적어도 나의 경우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지만 이기고 지고 하는 일이란 없다. 판매부수나 문학상이나 비평을 잘 받거나 못 받거나 하는 일은 뭔가를 이룩했는가의 하나의 기준이 될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 일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는 뭐하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때때로(그런 것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소설의 괜찮은 아이디어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직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 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아침 5시 전에 일어나 밤 10시 전에 잔다고 하는, 간소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를 통틀어 가장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라는 것은,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그것은 이른 아침의 몇 시간이다. 그 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중요한 일을 끝내버린다. 그 뒤의 시간은 운동을 하거나 잡무를 처리하거나 그다지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들을 처리해 나간다. 해가 지면 느긋하게 지내며 더 이상 일은 하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며 편히 쉬면서 되도록 빨리 잠자리에 든다. 대체로 이런 패턴으로 오늘날까지 매일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덕택에 20년 정도 매우 효율성 있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 나이트 라이프 같은 것은 거의 없어져버리고 사람들과의 교류는 틀림없이 나빠진다.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다. 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든 영원히 이기기만 할 수 없다.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추월차선만을 계속해서 달려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똑같은 실패를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의 실패에서 뭔가를 배워서 다음 기회에 그 교훈을 살리고 싶다.
재능 다음으로 중요한 집중력과 지속력은 고맙게도 재능의 경우와 달라서,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그 자질을 향상해 나갈 수도 있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한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된다. 이것은 앞서 쓴 근육의 훈련과정과 비슷하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달린다는 행위를 매개로 해서 내가 이 사반세기 남짓한 세월 동안을 소설가로서, 또 한 사람의 어디에나 있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나 나름으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이제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길 위에서 스쳐 지나며 레이스 중에 추월하거나 추월당해 왔던 모든 마라톤 주자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만약 그 주자 여러분이 없었다면 나도 아마 이렇게 계속 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