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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주 Feb 27. 2024

나 집에 돌아왔어

영국 이민 1세대의 인생 적응기

영국으로 이민을 온 후 닮은 구석이 1도 없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기후, 문화 등으로 적응이 어려웠다. 유럽 중에서도 자신의 문화에 콧대 높은 영국은 이방인에게 닮은 구석을 애써 보여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그 문화에 들어오라고 도도하게 굴었다. 나와 닮은 것들이 없는 것 같아 고국이 무척 그리운 시기도 있었다. 코비드 락다운 기간은 그 경험을 더욱 극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던 때, 닮은 구석을 찾는 노력보다는 혼자 뭔가를 하는 것이 편해지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리던 한국행이다. 그것도 나 혼자 여행이다. 엄마가 되고 난 후 처음 있는 솔로 여행이라 그저 신이난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손 닿는 곳에 널려 있고 나랑 똑 닮은 사람들이 서울 안에 가득하다. 아직은 쌀쌀했기에 내 여동생의 겨울 외투를 빌려 입고 밖에 나간다. 동생 옷은 그 겨울 최고 히트 상품인 경량 아우터였고, 지하철역에 들어서 보니 나와 닮은 모습뿐만 아니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군중과 조금 다른 나'로 살다가 '군중 속의 나'로 순식간에 스며드는 기분을 느낀다. 그립던 마음이지만 막상 그 순간 느낌이 묘하다.


대로변을 걷는데, 나도 모르게 옆을 지나가는 사람한테 옅은 미소와 함께 눈을 맞췄다. “얘 왜 이래” 이상해 하는 표정이다. ‘아차 이것은 영국 사람들 하는 생활 패턴이다.’ 바쁜 서울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인사법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선다. 양방향 아무 차도 없기에 건너려고 보니 근접해 오던 차가 클랙슨을 빵 울린다. ‘아차 여기는 서울이다.’ 참고로 영국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보자가 있으면 차량은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 내가 처음 영국에서 운전할 때 횡단보도 건너면서 옆 보지도 않고 툭툭 끼어드는 보행자들 때문에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룰에 익숙해져서 그냥 건너려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길을 건널 때 좌측이 아닌 우측 차량을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좌측통행 국가에서 십 년 넘게 운전하며 살다 보니 몸이 체득한 방향감각이 서울에서는 큰 일 날 위험한 습관이었다. 동생이 나와 같이 걷다가 몇 번을 지적한다.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을 보고 건너라고!!!”


오래간만에 방문한 서울은 내가 잘 아는 듯 싶다가도 항상 무엇인가 더 업그레이드 되어있어 생소하다. 건널목 바닥에 번쩍번쩍한 등이 비치되어 있어서 스마트폰을 보고 걷더라도 보행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 고속도로에서 보니 진입로나 개찰 도로를 핑크색으로 강조해 놓아 운전자가 출구 노선을 몰라 안절부절할 일은 없어 보였다. 어느 분의 아이디어였는지 모르지만 정말 신박했다. 서울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점은 또 얼마나 많은지. ’위가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고 다녔다. 친정식구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다시 런던 히드로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17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 내가 잘 알고 익숙한 상황들이 나를 반긴다. 다시 기차를 타고 3시간, 내가 사는 영국 소도시에 도착한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크게 숨을 들이킨다. 익숙하고 향긋한 공기가 나를 반긴다. 지방도시에 사는 장점은 대도시보다 덜 붐비고 공기가 좋다는 점이다.


문득 ‘나의 집은 어디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엄마~”

“Darling~” 먼 길 달려온 나를 남편과 아이들이 두팔 벌려 꼭 끌어안는다.


“그려 나 집에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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