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시일 또는 일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계약을 "정기행위"라고 합니다. "정기행위"에는 아래의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 절대적 정기행위
계약의 성질상 이행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장례식에 보낼 화환의 주문 등이 이에 속합니다.
2. 상대적 정기행위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해 정기행위로 하는 경우로서 예를 들어 드레스와 턱시도를 맞추면서 어느 날의 퇴임식에 입을 것임을 말하는 경우가 이에 속합니다.
상대적 정기행위의 경우에는 단순히 이행기를 준수할 것을 약정한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정해진 이행기의 준수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이 알려져야 합니다.
민법은 정기행위에서의 계약해제에 관련하여 특별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민법 제545조).
● 민법 제545조 (정기행위와 해제)
계약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시일 또는 일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당사자 일방이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상대방은 전조의 최고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정기행위에서는 이행기에 채무가 이행되어야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행지체가 있은 후에야 상당기간을 정한 최고를 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행기에 이행이 없으면 최고 없이도 바로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 것입니다. 물론,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본래의 급부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체권자가 계약을 해제하기를 원한다면 (일반적인 채무의 이행지체와 달리) 정기행위의 이행지체에서는 상당기간을 정한 최고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갑 미국 법인이 미국에서 을 주식회사 소속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계획하고 병 주식회사를 통해 출연계약 체결을 교섭하여, 병 회사가 을 회사와 출연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갑 법인은 병 회사와 병 회사가 공연에 가수들을 출연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출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가수들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공연 예정일에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게 되어 공연이 취소된 사안에서, 갑 법인은 출연계약상의 책임을 을 회사에 구할 수는 없고, 병 회사가 출연계약상 가수들의 출연의무를 불이행하게 된 것은 병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병 회사는 갑 법인에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지급받은 출연료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8. 30. 선고 2012가합27693 판결).
영상물 제작공급계약상 수급인의 채무가 도급인과 협력하여 그 지시감독을 받으면서 영상물을 제작하여야 하므로 도급인의 협력 없이는 완전한 이행이 불가능한 채무이고, 한편 그 계약의 성질상 수급인이 일정한 기간 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기행위인 사안에서, 도급인의 영상물제작에 대한 협력의 거부로 수급인이 독자적으로 성의껏 제작하여 납품한 영상물이 도급인의 의도에 부합되지 아니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도급인의 의도에 부합하는 영상물을 기한 내에 제작하여 납품하여야 할 수급인의 채무가 이행불능케 된 경우, 이는 계약상의 협력의무의 이행을 거부한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수급인은 약정대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대법원 1996. 7. 9. 선고 96다14364, 14371 판결).
다만, 상사 매매에서의 정기행위와 관련하여는 특칙이 있습니다. 즉, 상사매매에서는 상대방이 이행기 경과 후 즉시 그 이행을 청구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상법 제68조 참조).
● 상법 제68조 (확정기매매의 해제)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 매매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일정한 일시 또는 일정한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시기를 경과한 때에는 상대방은 즉시 그 이행을 청구하지 아니하면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본다.
[1] 상법 제68조에 정한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의 경우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시기를 경과하면 상대방은 이행의 최고나 해제의 의사표시 없이 바로 해제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바,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인지 여부는 매매목적물의 가격 변동성, 매매계약을 체결한 목적 및 그러한 사정을 상대방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 매매대금의 결제 방법 등과 더불어 이른바 시.아이.에프(C. I. F.) 약관과 같이 선적기간의 표기가 불가결하고 중요한 약관이 있는지 여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에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방식, 당해 매매계약에서의 구체적인 이행 상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계약 당사자 사이에 종전에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방식, 당해 매매계약에서의 구체적인 이행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가격변동이 심한 원자재를 계약 목적물로 한 국제 중개무역이라는 사유만으로는 상법 제68조에 정한 상인간의 확정기매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15565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