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상 채무불이행의 유형으로 이행지체, 이행불능, 불완전이행, 이행거절 등이 거론됩니다. 실무에서는 이행지체 사례가 많은 편인데요. 이행지체라는 것은, 채무의 이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이행기에 그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행지체의 요건 판단에 중요한 것은 "이미 이행기가 도래하였다는 점"에 대한 주장과 증명이 되는데요. 여기서 이행기 도래 여부에 대한 판단은 기한의 종류 및 기한의 유예 여부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크게 ㉠ 확정기한부 채무, ㉡ 불확정기한부 채무, ㉢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 나눠서 설명하는데요, 이하에서도 그에 따라 정리해 보겠습니다.
확정기한부 채무에서는, (원칙적으로)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이행지체책임을 부담합니다[민법 제387조 제1항 전문]. 여기에서의 확정기한이 도래한 때란, 도래한 그 당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날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①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확정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한이 도래한 다음날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고 기한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그 이행의 청구를 받은 다음날로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진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8다3253 판결).
민법 제387조 제1항 전문은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채무자가 선이행의무의 확정기한인 이행기를 지나면 바로 이행지체에 빠진다 할 것이고, 이처럼 일단 이행지체에 빠진 이상 그 후 채권자가 채무의 일부를 수령하였다고 하여 이행지체의 효과가 없어지고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 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483 판결).
채권의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그칠 뿐 채무 그 자체를 면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압류가 있다 하여도 그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제3채무자는 그 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951 판결).
이행보증계약에 기한 보증인의 보증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써 보증인에게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즉 지급거절의 권능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보증금지급의무가 실제로 발생하여 그 이행기가 도래하면 보증인은 보증채권자에게 이를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지체책임 발생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지는 한 그 이행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는 보증금을 채권자의 수령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자신의 보증금지급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지체책임도 면하게 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22778 판결).
불확정기한부 채무에서는, 채무자가 기한도래를 안 때로부터(민법 제387조 제1항 후문) 또는 (채무자가 기한도래를 모르고 있는 때에는) 채권자가 이행청구(최고)한 때로부터 이행지체책임을 부담합니다. 확정기한부채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행지체의 효과는 채무자가 기한의 도래를 안 날의 다음날 또는 채권자의 최고가 도달한 날의 다음날부터 발생합니다.
◆민법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①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시기가 확정기한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으나, 불확정기한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중도금 지급기일을 '1층 골조공사 완료시'로 정한 것은 중도금 지급의무의 이행기를 장래 도래할 시기가 확정되지 아니한 때, 즉 불확정기한으로 이행기를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중도금 지급의무의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1층 골조공사가 완료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채무자인 원고가 그 완료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8546 판결).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서상 매매대금의 지급기일은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한 후’로 되어 있으므로 그 지급기일이 도래하기 위해서는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위 계약서 문언의 객관적 의미에 부합하는 해석이고, 그와 같이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등기에 필요한 서류가 등기소에 접수되고 등기관에 의해 해당 등기가 마쳐져야 하는 것이므로, 등기신청 접수일을 기준으로 등기절차가 완료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채무이행 시기가 확정기한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지체책임이 있으나, 불확정기한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매매대금 지급기일을 '소유권이전등기를 필한 후'로 정한 것은 매매대금 지급의무의 이행기를 장래 도래할 시기가 확정되지 아니한 때, 즉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경우라고 할 것이므로, 매매대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채무자인 피고가 그 사실을 알아야 하고(민법 제387조 제1항), 이 때 그 사실을 알게 된 때가 언제인지는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신청 접수일에 매매대금 지급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였다고 보고 그 대금 지급을 위하여 발행한 보상채권의 이율도 이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처분문서의 해석 및 채무의 이행기와 이행지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83755 판결).
일반적으로 건축중인 상가건물의 특정점포를 임차하면서 계약서에 그 점포의 인도시기(입점시기)를 기재하지 아니하고 건물의 준공예정일에 관한 설명만을 듣고서 그 점포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점포의 인도시기에 관하여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는 확정기한을 이행기로 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불확정기한을 이행기로 정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 불확정기한의 내용은 그 건설공사의 진척상황 및 사회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공사지연기간이 경과한 때라고 하는, 매우 폭 넓고 탄력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7936 판결).
상가건물의 점포를 분양하면서 분양대금을 완납하고 건물 준공 후 공부정리가 완료되는 즉시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점포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 확정기한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을 이행기로 정하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건설공사의 진척상황 및 사회경제적 상황에 비추어 분양대금이 완납되고 분양자가 건물을 준공한 날로부터 사용승인검사 및 소유권보존등기를 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 그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6다25745 판결).
소송비용액확정결정에 따른 소송비용액상환의무는 소송비용액확정결정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이행기가 도래하고, 채무자가 그 이행기가 도래하였음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0051 판결).
부관이 붙은 법률행위에 있어서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도 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미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변제에 관하여 일정한 사실이 부관으로 붙여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것은 변제기를 유예한 것으로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한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기한정함이 없는 채무는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이행청구(최고)를 받은 때로부터 이행지체책임이 있습니다(민법 제387조 제2항). 민법 제387조 제2항에서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라고 한 의미는, 채무자는 이행의 청구를 받은 날 안으로 이행을 하면 되고, 그 청구를 받은 날을 도과할 때 비로소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72다1066 판결 참조).
금전채무의 지연손해금채무는 금전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로서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는 확정된 지연손해금채무에 대하여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다11582 판결).
부당이득반환 채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수익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고, 정년퇴직 조치의 무효를 다투면서 그 퇴직금을 수령한 이상, 그 근로자는 퇴직금에 대하여 악의의 수익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45753, 45760 판결).
추심명령은 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추심할 권능을 수여함에 그치고, 제3채무자로 하여금 압류채권자에게 압류된 채권액 상당을 지급할 것을 명하거나 그 지급 기한을 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3채무자가 압류채권자에게 압류된 채권액 상당에 관하여 지체책임을 지는 것은 집행법원으로부터 추심명령을 송달받은 때부터가 아니라 추심명령이 발령된 후 압류채권자로부터 추심금 청구를 받은 다음날부터라고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다47117 판결).
채무에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이행의 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는 것이나, 한편 지명채권이 양도된 경우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채권양수인은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권을 양수한 채권양수인이 채무자를 상대로 그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소송 계속 중 채무자에 대한 채권양도통지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양도통지가 도달된 다음 날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진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29557 판결).
신원보증인의 채무는 피보증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그 자체가 아니고 신원보증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채무로서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이므로 채권자로부터 이행청구를 받지 않으면 지체의 책임이 생기지 않는다(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다59671 판결).
기한정함 없는 채무의 이행기 도래 판단과 관련하여 주의하여야 할 예외사항이 있는데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에서 차주의 책임과 관련한 것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가 그것입니다.
먼저, 민법은 제603조 제2항에서 기한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에서 대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최고 후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야 이행지체책임을 지게 됩니다.
◆민법 제603조(반환시기) ② 반환시기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대주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반환을 최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차주는 언제든지 반환할 수 있다.
반환시기의 정함이 없는 소비대차에 있어서는 그 반환의 최고를 소장의 송달로서도 할 수 있고 그때부터 변론종결시까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다면 차주는 최고의 항변권을 상실한다(대법원 1963. 5. 9. 선고 63다131 판결).
다음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도 기한이 정함이 없는 채무이기는 하지만, 예외적으로 손해발생과 동시에 이행기가 도래하고 최고 없이도 불법행위 성립일 당일부터 법정이자에 따른 지연이자가 가산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만약 불법행위에 있어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시점과 실제의 손해발생 시점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라면 손해발생 시점이 이행지체의 기산점이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그 손해를 입은 법익을 계속해서 온전히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그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토지의 면적 및 경계가 잘못 등재된 지적공부의 기재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 토지를 매수하였다가 그 토지의 일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됨으로써 매도인에게 지급한 매매대금 중 위 토지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매수인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그 매매대금을 실제로 지급한 때에 성립하고 그때 이행기가 도래하므로 국가는 그날부터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18829 판결).
불법행위에서 위법행위 시점과 손해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지연손해금은 손해발생 시점을 기산일로 하여 발생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0다7636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