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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테드 Feb 09. 2022

워케이션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는 그대에게

창업자/뉴스레터 에디터의 솔직한 강릉 워케이션 리뷰. 매력부터 맛집까지


저는 트렌드어워드라는 뉴스레터를 지금 작년 3월 말부터 주 5일 연재하고 있습니다. 휴재도 많긴 하지만, 또 거의 1년 내내 그만큼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표현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사업이 아니고, 사이드 프로젝트라기에는 너무나도 삶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이 일은 퇴사 후 저에게는 꽤나 중요하고 규칙적인 데일리 과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잘하게 할 일들이 많지만 가장 큰 일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괴롭습니다. 머리를 쥐어짜서 아웃풋을 내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무언가 인풋을 집어넣을 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에디터라는 일은 괴로운 일입니다. 인풋도 아웃풋도 계속 해야 하는데, 사람이 하루에 집어넣고 또 빼낼 수 있는 분량이라는 게 한계가 있다 보니 더 괴롭습니다.


에디터는 커피 원두의 여과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저는 표현을 하는데, 제가 강릉으로 떠나게 된 건 이 여과지는 이미 많이 문드러져 버린 상태일 때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취재하고 뭔가 원두를 더 넣어서 새로운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것보다도 드립 하는 드리퍼도 갈아보고, 내리는 물도 한 번 바꿔보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는 그런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거에 딱 맞는 프로그램이 워케이션이였습니다.


아마 이맘때 였을거에요. 제가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타운에서 1주일 살기도 이미 해봤었고, 주변에서 친구들도 한 명씩 호텔에서 호캉스 + 일을 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그게 그렇게 좋다고 자꾸 얘기해서, 저도 더 넘어가게 됬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22년 1월 17일부터 21일까지 4박 5일 동안 강릉 파도살롱에서 진행하는 일로오션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또 해보겠어'라는 생각이 되게 컸던 것 같습니다.



© 2021. 더웨이브컴퍼니 all rights reserved.



지치지만 쉴 수 없는 당신을 위해




저는 이 표현이 되게 마음에 들더라구요. 분명 지치긴 엄청 지쳤었거든요. 근데 쉴 수는 없고 또 아무리 억지로 쉬려고 해도 또 맘놓고 쉴수는 없자나요? 그래서 어떻게하면 일을 적절하게 하면서도 잘 쉬고 올 수 있을지. 이거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큰 꼭지의 일들을 3가지 짰어요. 얼마나 몇시간 세부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가서 정하기로 했죠. 그래서 쳐낼 업무보다는 그냥 고민이 많이 들어간 업무들로 조금 정해놨던 것 같아요.


1) 특허 관련 리서치를 끝내고 오자.

제가 그 당시 제가 창업하고있는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특허 서류를 하나 준비하고 있던 것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거 관련 리서치를 끝내고, 서류도 왠만큼 쓰고 올 작정이였죠.


2) 트렌드어워드의 새로운 포맷에 대해 고민하고 오자.

트렌드어워드를 주 5일 쓰는 것에 대해, 그리고 비슷비슷해져버린 포멧에 대해 어느정도 스스로도 회의가 들 때였어요. 그래서 조금 더 고민해보고 오자고 생각했죠.


3)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를 많이 쓰고 오자.

연희님과 같이 작성하고있는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를 최대한 많이 쓰고 올 작정이였어요. 원래는 12월에 다 탈고해서... 책을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브런치로 하나씩 올리고있죠? 세이브 원고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두는 것이 목표였죠.




그럼 이제 제 4박 5일 강릉 워케이션의 결과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분들이 워케이션을 고민하시는 포인트인 '생산성'. 생산성의 관점에서 저 업무들을 얼마나 끝마쳤을까요?


짤로 대체합니다.


저는 저를 과대평가한 게 맞습니다. 아니 강릉을 과소평가했네요. 솔직히 이렇게 재밌는 도시인지 몰랐습니다. 가서 만난 분들과 이런저런 다양한 공통점들이 있었는데, 그렇다 보니 며칠 내내 밥도 같이 먹고 또 같이 돌아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일단 저 할 일들을 100% 다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볼 것도 할 것도 너무 많았거든요. 그래서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특허 관련 리서치를 끝내고 오자. 70점

리서치 끝냈고, 미팅도 끝냈지만, 막 엄청 잘 끝낸건 아님.


2) 트렌드어워드의 새로운 포맷에 대해 고민하고 오자. 80점

고민 많이 했고, 의견도 많이 나눠볼 수 있었음. 생각할 시간도 리소스도 많아서 좋았음.


3)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를 많이 쓰고 오자. 10점

거의 손도 못 댔음...


생산성으로만 보았을 때는 대충 총점 53점 정도겠네요...


하지만, 제가 9-6로 정해져있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더 그런 것도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아침 새벽 3시에도 일어나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 깨닫게 되었달까... 진짜 급하면 언제건 일어나서 하게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역으로 그냥 고민하는 일은 미뤄질 수 있다 보니, 그냥 밥 먹고 하지 뭐. 아니 술 한잔 하고 하지 뭐 하고 계속 미뤄졌습니다.



그렇다고 워케이션 실패라고 보면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인생 이 타이밍에 이 워케이션은 너무 좋은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확실한 고민 환기 효과를 주었기 때문이죠. 코에 바람 쐬러 나왔다가 들어간 효과를 제대로 받았습니다. 머리도 비우고, 또 새로운 생각들로 많이 채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일로오션을 여러분들에게도 꽤 추천하는 편입니다. 이유는 아래 3가지입니다.



1. 안전한 공간, 정해진 규격 내에서 진행되는 자유로운 업무


사실 저는 강릉 사람도 아니고, 강릉 와본 적도 몇 번 없고... 사기를 당할 건 아니지만 결국 어디를 가서 알아보러 다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근데 일로오션 프로그램 기간 동안에는 정해진 위치가 2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파도살롱아비오 호텔 내에 위치한 파도살롱 팝업스토어.


이 두 곳을 베이스캠프로 생각하고, 언제든지 내가 일할 수 있고 돌아와서 물어볼 수 있는 안전한 업무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나니까 언제든지 이동하고 돌아와서 다시 집중을 할 수도 있고 또 금방 다시 자유롭게 이동을 하기도 편하더라구요.


강릉 파도살롱


아니 다른 여행에 가도 호텔이 있잖아요? 굳이 뭐 워케이션이 뭐가 다른가요?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개인에게 배정되어 있는 '침대'가 있다는 것과 개인에게 배정되어 있는 '책상'이 있다는 것은 매우 다른 개념입니다. 침대는 쉬는 공간이지 업무 공간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일을 하려면 또 결국 카페를 전전하고 있는 나를 찾게 되는데, 언제든지 24시간 접근 가능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든든한 기분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원래 강릉의 다양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여서 그런지, 일도 꽤 잘되는 편이더라고요.


아비오 호텔 1층 팝업 워크스테이션


저는 바닷가를 자주 나다녀서 그런지 강릉 중심가에 있는 파도살롱보다는 아비오 호텔 1층에 위치한 팝업 워크스테이션에서 더 일을 자주 했는데요, 책상은 역시 데스커... 가 아니라 업무하는데 부족한 것이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고 한다면 호텔 1층 카페가 좀 늦게 연다는 점...? 그래서 아침마다 역으로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사 왔는데, 또 그것도 아침 산책이 되고 기분 좋았습니다. 바닷가를 언제 이렇게 맨날 아침마다 걸어보겠습니까.



2. 평일의 강릉은 주말의 강릉과 다르다!


이거도 진짜 엄청 많이 느낀 겁니다. 강릉 하면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경포 해변, 강문 해변, 안목 해변... 등등이 있죠. 물론 아비오 호텔이 위치한 곳은 송정 해변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는 하지만 그만큼은 아닐 겁니다. 문제는 이게 주말에 가면 어딜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는 것에 있죠. 평일이라고 안바글바글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덜 바글바글하다정도... 그래서 이번 워케이션에서 가장 큰 걱정은 이거였습니다. 그냥 유명 여행지에서 사람 구경만 실컷하고 오는거 아닌가...?


강릉에는 해변이 참 많다


사람이 너무 바글바글하면 무엇이 나쁘냐면, 같은 시간 안에 즐기고 올 수 있는 것이 많이 줄어듭니다. 롯데월드와 같은 겁니다. 놀이 기구를 하나 타기 위해 10분 기다릴 때와 1시간 기다릴 때, 우리가 탈 수 있는 놀이 기구의 개수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생깁니다. 강릉은 유명한 곳들은 다 줄을 서서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아니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요, 여행 계획을 아주 차곡차곡 잘 짜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이상 알차게 많은 경험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저는 MBTI가 ENTP입니다. 계획은 저랑 맞지 않습니다...


근데 평일은 계획이 없이도 충분히 많은 것들이 가능하더라고요. 특히 평일 아침엔 수많은 것들이 충분히 해볼 만해집니다. 저는 아르떼 뮤지엄 강릉을 다녀왔는데, 그날따라 무인 검표기가 고장 나서 사람들이 줄을 섰던 거지 줄을 설 인파조차 없었습니다. 또 들어가서도 모든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기를 바라는 그 사진도, 5분 밖에 안 기다리고 찍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 온전히 전시를 즐기다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셋이서 쪼로록 수요일 아침에 가서 이쁘게 찍고 왔습니다.


그래서 뭔가 강릉을 온전하게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강릉 거리도 걸어볼 수 있었고, 강릉 맛집도 좀 더 편하게 들어가서 먹어볼 수 있었습니다. 뭔가 워케이션도 결국엔 휴가의 개념이 있잖아요? 그래서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에너지를 썼다기보다는 휴식하고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3. 새로운 영감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온다


일로오션 프로그램을 하는 도중 뭔가 새로운 영감을 받은 곳들이 한 3개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이런 영감들을 받았다는 게 저도 신기했습니다.


© 2021. 더웨이브컴퍼니 all rights reserved.


1) 목요일 저녁에 있었던 내일의 대화 프로그램 (일과 관련된 대화를 하는 시간)

내일의 대화 프로그램은 일에 관련된 다섯 가지 키워드로 질문을 주고 받는 대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돈, 동료, 미래, 나 자신, 그리고 업무 환경 등에 대한 키워드들로 구성된 대화 카드를 기반으로 진행이 되었답니다.  


같이 일로오션 프로그램에 와있던 분들과 함께 서로의 일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 어떤 방식으로 일을 접근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새로운 영감들을 얻었습니다. 서로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듯 또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있다 보니까 되게 웃픈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고 중간중간에 정리해주시고 또 디벨롭해주시는 일로오션팀의 퍼실리테이션도 너무 좋았습니다.


다양한 책 큐레이션


2) 일로오션에 큐레이션 되어있던 매거진과 책들

이거 덕분에 트렌드어워드를 고민하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 읽어볼 시간은 없었지만, 뭔가 어떤 형식으로 뉴스레터를 써보면 좋을까를 고민 많이 해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또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즈므 로스터리 커피는 참 맛있더라구요


3)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골목골목들

강릉의 가게들은 되게 강릉만의 매력을 잘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행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특히 음료 가게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 카페라던가, 와인바라던가, 찻집이라던가... 생각보다 레스토랑은 많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음식점은 향토음식이나 횟집이 더 많았죠. 그게 강릉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유를 찾으러 왔으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와인바 사장님의 이야기도 슬쩍 들어볼 수 있었고, 중앙시장 안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이라던가, 오래된 빵집이라던가, 되게 재밌는 작은 가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충격 먹은 건 마지막 날에 차마 도전하지 못한 순두부 + 소머리국밥이였는데... 이런 곳에서도 또 오만가지 상상과 영감이 샘솟았습니다. (광덕 식당의 소순이... 이게 또 특허라고...)


제가 갔던, 그리고 가보고 싶었던 맛집은 여기 다 넣어두었습니다.

https://www.google.com/maps/d/u/0/edit?mid=1hoRQEabXGLExIj1vR8tfa5q-wjMxuf0S&usp=sharing


종합적으로, 일로오션으로의 워케이션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강릉에 4박 5일 동안 일과 여행과 삶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많은 것들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정해진 일들을 쳐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글쎄... 오히려 창문 없는 독방에 갇히는 게 생산성은 더 잘 나올 수 있지만, 그런 빡센 크런치 모드가 항상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절대로 지속 가능하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워케이션은 일을 쉬지 못하는 주체적인 노동자에게 있어 더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그런 하나의 신선한 환기 방법이라고 저는 정의하고 싶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도, 신선한 바닷 바람도, 업무에 써먹을 지식도 당장 4박 5일 이후에 바로 KPI로 나타나기보다도 앞으로 계속 계속 조금씩 일과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강릉에 다녀온 지 거의 10일이 넘었는데, 벌써 그립네요. 이렇게 그립게 만드는것도 영향이라면 합격입니다.


바다가 너무 예뻤거든요.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 리뷰를 쓰기 위해 계속 사진을 많이 찍고 돌아다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바다 사진, 동네 사진도 많이 찍었죠. 그래서 강릉에서 찍은 사진을 포스터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해볼 수 있었다는 것...? 이것도 저한테는 많은 것들을 남긴 것 같습니다. 뭔가 개인적으로 많이 정체되어 있었는데, 그걸 뚫어줄 새로운 에너지를 저에게 제공해 준 것 같습니다. 제가 살면서 한 번도 사진을 찍어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었는데, 새로운 재미였습니다.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해보세요 : 취향 향유 프로젝트)


아마 저는 4월 즈음에나 다시 한번 일로오션을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다시 새로운 영감이 필요하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지면 말이죠. 그 때 여러분도 시간이 맞아 강릉으로 워케이션을 오시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 나누면 좋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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