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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테드 Mar 18. 2022

마지막 인사도 오븐에 구워서 나눠줄 건가요?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11




사실 M과 어떻게 처음 인사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테드의 앞방에 두 명이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었다. 뭔가 랜덤 하게 모르는 두 사람이 배정되었다기에는 너무 친해 보여서 되게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어느 날 어쩌다가 부엌에서 밥을 먹다가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M이 친언니랑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복도에서 가끔씩 마주치던...



얘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니 코리빙에 사는 것이 그들의 첫 독립이라고 했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다가 이번에 처음 독립 아닌 독립을 한 것이라, 월세는 돈도 비싸거니와 가구도 얼마나 오래 살지 정해지지도 않은 미래에 다소 큰 귀찮음과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래서 둘은 그렇게 2인실을 나누어 쓰는 것으로 첫 독립을 시작했다. 나름 큰 결정이었다.



하지만 2인실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문제가 있던 건 아니다. 그냥 각자 코리빙 생활을 조금 더 제대로 해보고 싶어 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은 계약을 마무리하고 각각 1인실로 나눠서 들어갔는데, 그래도 테드랑 같은 층에서 계속 부엌을 공유했다. 언니분이랑은 자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M과는 어느 순간부터 그냥 자연스럽게 한 번씩 밥도 같이 먹고 차도 같이 마시고 하는 한 그룹의 일원이 되어있었다.



M이 구워준 다양한 구운 과자들



그렇게 서서히 친해지다 보니, 하루는 M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데,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보였다. 언젠가 자기 제과제빵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빵이나 스콘 같은 편안한 빵을 팔고 싶다고. 근데 현실적으로 당장 이거를 도전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그의 일상에는 엮인 일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 그래서 테드는 M을 꼬드겨 일단 하고 싶은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푸시했고 M은 오븐을 하나 구매하게 된다. 그렇게 M은 이 코리빙하우스에서 유명한 ‘빵 굽는 뭉뭉이'가 되었다. (맞다. 그 연희의 얘기에서도 언급됐던 같은 M이다.)



같이 지내는 반년의 기간 동안 M의 오븐은 거의 식을 날이 없었다. 어느 날에는 스콘을 구웠고, 어느 날에는 쿠키를 구웠다. 베이글도 구웠고, 마들렌도 구웠다. 매번 레시피를 조금씩 바꿨다고 하지만, 하나같이 정말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한 번 구울 때 절대 조금만 굽는 법도 없었다. 기억해보면 무조건 두 종류 이상, 두 판 이상 구웠었는데 이렇게 갓 구워진 애정이 어린 빵과 구움 과자 들은 코리빙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줬다.



M이 녹차 스콘을 구워줬었지 식빵도!



M은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테드와 6개월간 같이 지내던 코리빙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제과제빵도 아니고, 원래 하던 일 때문도 아니고, 또 다른 새로운 길을 탐구하러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짐을 싸더니 하루는 안 쓰는 물품들을 나눔 하고, 떠나기 전날에는 M과 같이 지냈던 친구들과 다 같이 케이크를 불었다. M의 새로운 출발을 모두 진심으로 응원해줬다. 그리고 M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왔고 우리는 부엌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항상 자주 같이 밥을 먹었던 그 부엌에서.



마지막 날 같이 먹은 케이크



아마 M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에는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돌아왔는지도 모를 때쯤, 언제 떠났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 같이 마지막 인사를 나눈 건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그의 애정이 어린 빵처럼 흐뭇하게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나오면 우연히 마주하는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곳, 코리빙하우스. 연희와 테드는 같은 코리빙하우스에서 사는 이웃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으로 코리빙하우스에서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여러 가지 모양새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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