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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테드 Oct 09. 2019

나이키 구독 서비스는 이미 실패했다.

전직 구독 서비스 창업가의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에 대한 단상

구독 서비스가 인기가 높기는 한가보다. 이제 하다 하다 나이키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근데 망할 것이다. 아니 이미 실패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자.


필자는 영국에서 2~3년 동안 잎 차(茶) 추천 구독 서비스를 했었던 이력이 있다.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양심에 찔리고, 구독 경제 전문가라고 말하기엔 너무 범위가 넓지만 나이키 구독 서비스를 평가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좋은 구독 서비스가 최소한 이 세 가지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가가치, 사람 냄새, 그리고 만족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이키의 구독 서비스는 이 중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한다.


(출처: https://sneakernews.com/2019/08/12/nike-adventure-club-subscription-service-shoes/)


이 세 가지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전에 우선 팩트부터 체크하고 넘어가자. 지난 8월 12일, 나이키는 2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구독 서비스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 (Nike Adventure Club)”을 런칭한다고 밝혔다.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은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데, 가장 저렴한 멤버십을 선택할 경우 매달 20달러 (한화 약 2만 4천 원) 가량을 지불하면 연간 4회 운동화를 받아볼 수 있다. 가장 비싼 멤버십을 선택할 경우 매달 50달러 (한화 약 6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매달 운동화를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2~10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선택한 멤버십에 따라 운동화를 고를 때가 되면 나이키와 컨버스 브랜드들의 여러 가지 운동화들이 이메일로 와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부가가치란 무엇인가?


우리 툭 까놓고 얘기해보자. 구독 모델은 분명 사업적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그냥 구독 모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미 다양한 미국의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지만, 미국 구독 경제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추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국경제, 2018,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8090724921) 2년 동안 필자의 차 추천 서비스가 살아남은 이유도 결국 매달 새로운 차를 “추천” 해주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다양한 구독 모델의 핵심이고, 그렇기에 고객들이 매달 돈을 내면서까지도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오모테나시라고 하는 고관여의 접객 문화가 있고, 우리나라 옷가게에 가도 점원들이 고객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듯 온라인상에서의 “추천”은 고객이 그냥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상품을 골라서 구매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추천”이라는 이름의 “부가가치”를 섞어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부가가치를 잘 제공한 모델 중 하나는 스티치 픽스(Stitch Fix)라고 생각한다. 스티치픽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옷 정기구독 서비스인데, 매달 5벌의 옷을 데이터에 따라 추천해주고, 그중에서 맘에 드는 것만 구매하고 맘에 안 드는 것은 돌려보내는 서비스이다. 스티치 픽스가 기업가치가 2019년 기준 20억 달러 (한화 약 2조 4천억 원) 정도 되는데, 서비스 구독자의 SNS 활동 기록과 라이프 스타일 등 정말 다양한 데이터들을 고려하여 구독자가 좋아할 것 같은 옷을 추천한다. 근데 이 추천은 스타일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해주는 추천이 아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의한 추천에 스타일 전문가의 의견까지 더해 소비자들에게 가장 궁극적인추천을 하려고 노력하고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 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만든 에릭 콜슨(Eric Colson)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티치 픽스는 데이터 전문가들을 데리고 최적의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냈고, 옷이 소비자에게 가는 과정에서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알고리즘들을 계속 개발하고 개선하고 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웹사이트에 올려놨을 정도다. (스티치 픽스 알고리즘 투어: https://algorithms-tour.stitchfix.com/)


나이키의 경우는 그럼 어떨까? 추천을 통해 ‘부가가치’를 제공하나?


(출처: https://coolmompicks.com/blog/2019/08/27/nike-adventure-club-subscription-review/)


뭐 하긴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동네 신발가게에 신발을 들여오는 것이 추천 서비스라고 한다면 이거도 추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미약하다. 사실 나이키 샵에서 사는 것보다 고객에게 편해지거나 부가된 가치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신발을 고르고, 설정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결제만 매달 적금 붓듯이 될 뿐. 근데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을 나이키에 굳이 적금을 부어야 하는가? 이는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이너스다. 전혀 플러스로 다가오는 부가가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가장 비싼 멤버십을 하면 저렴해지는 가격에 대해 말 할 수도 있으나, 그 정도의 할인율이 과연 부가가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이키 샵에 가도 할인은 어디서나 하고 있는데. 영국의 고객 응대(Customer Service) 전문가인 죠프 람(Geoff Ramm)은 고객에게 공짜로 무언가를 제공할지언정, 할인을 제공하지 말라고 한다. 고객이 혜택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이미 수많은 고객에게 이 혜택을 익숙하게끔 만들었다. 따라서 할인 폭 역시도 특별한 부가가치라고 볼 수 없다.



사람 냄새?


사람 냄새는 정말 중요하다. 필자는 정기구독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까먹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대상으로 회사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고객의 입장에서의 가치를 파악하고 공감해주는 것과 같이 프로세스 단계 단계마다 사람 냄새가 나야 좋은 정기구독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들어가는 모든 오프라인 상점은 이 위에서 규정한 사람 냄새를 기준으로 저관여 혹은 고관여 모델로 나눠볼 수 있다. 저관여 모델들은 고객이 무엇을 하던 점원의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놔두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나는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을 예로 들고 싶다. 교보문고에 들어갔을 때, 점원이 “어떤 책을 찾고 계세요?” 라던가, “고객님 이 책이 잘 어울리세요!”라고 하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출처: http://slownews.kr/62518)


반대로 고관여 모델들은 사람 냄새가 많이 묻어난다. 지겨운 예시 중 하나는 옷가게다. 필자도 당장 저번 주에 신발을 사러 갔다 왔는데, 10분 둘러보는 동안 3명의 점원이 각각의 구역에서 “어떤 브랜드 찾으세요?”, “어떤 신발 보시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극단적인 고관여 모델 중 하나로는 일본의 사토 카메라가 있다. 오모테나시라고 하는 일본의 접객 문화를 잘 반영한 사례이기도 한데, 고객 한 사람에게 1시간 정도 질의응답과 접객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길 때는 5시간까지도 옆에서 카메라를 고르는 것을 도와준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가? 사토 카메라의 영업 이익률은 44%로 저성장 시대의 일본을 생각했을 때 매우 높은 편이다.


오프라인은 그래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 많은 정기구독 서비스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을 하거나 혹은 알고리즘을 짜서 추천을 하는 경우들도 많다. 넷플릭스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개인이 보는 프로그램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추천을 해준다. 추천을 넘어서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뭔가 나를 꿰뚫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서비스는 아니다. 사람 냄새 보다는 4차 산업혁명의 냄새가 난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477837)


하지만 온라인에서도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정기구독 서비스들이 있다. 뉴닉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뉴닉은 이해하기 쉬운 대화 방식으로 시사 이슈를 주 3회 전달해주는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다. 이들이 넷플릭스처럼 개인별 맞춤 뉴스를 전해주는 것도,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객관적인 팩트들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지만, 1년도 채 안 된 서비스가 벌써 8만 명이 넘는 뉴스레터 구독자를 갖고 최근 투자까지 유치해냈다. 뉴닉의 고슴도치라는 캐릭터 뒤에서, 이 정도는 읽으면 좋겠다고 추천되어진 시사 주제들과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글들은 뉴닉을 정말 좋은 정기 구독 서비스로 만들어준다. 뉴닉의 핵심에는 사람 냄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결국 그 서비스의 광팬 (혹은 에반젤리스트)를 만들어주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나이키의 어드벤처 클럽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에는 어떤 사람 냄새가 담겨 있을까? 아니다. 리뷰를 찾아보면서 아래와 같은 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이들과 새로운 신발을 신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들과 활동들로 채워진 멋진 야외 탐험 가이드를 보내줘요.” (“They also send cool outdoor adventure guides, complete with games and activities you can do with your kids while you break those shoes in.”)


(출처: https://coolmompicks.com/blog/2019/08/27/nike-adventure-club-subscription-review/)


위에 보이는 것이 그 탐험 가이드북이다. 근데 이렇게 보고있자니 컨텐츠 제작자와 일러스트레이터한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조만간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 이 가이드북은 누구를 위한 가이드북인가? 매달 나이키에서 나오는 신발을 아이에게 신기고 싶어서 최소 20달러씩 내는 부모들이 과연 이 가이드를 꼭 보면서 아이와 놀아줄까? 절대 아니다. 유튜브와 스마트폰에 이미 익숙한 2세에서 10세 사이의 어린이들에게 이 가이드북은 너무나 낯선 존재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스파이더맨이 한 참 유행이었다던데, 피터 파커가 즐겨 신던 신발이라고 스토리 텔링을 통해서 몇 가지의 신발을 먼저 추천해준다던가. 신발 박스를 받았을 때 그 신발을 골라서 신고 있는 다른 친구를 소개해준다던가, 이런 아주 기본적인 기획만으로도 반영될 수 있는 사람 냄새조차 나이키 클럽에서는 맡아볼 수 없었다.



가성비? 가심비? 그 기저에 있는 만족감


만족감은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뿐만 아니라 만족감까지 채워줄, 그런 가심비까지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고들 한다. 일례로 예전에는 가격 대비 맛있거나 양이 많은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특히, 기사식당들이 이 덕분에 많은 손님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요즘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팅한 서비스나 상품들에는 가성비가 최우선은 아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인 무엇인가로 정의해볼 수 있는데,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릴 수 있는지 없는지가 결국 그 상품 또는 서비스의 핵심 가치 이상으로 개인의 만족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런 시각적 만족감을 잘 주는 곳은 어디가 있을까? 필자는 신촌에 새로 생긴 장미여관이 하나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눈꽃 육회라고 하는 메뉴인데, 산더미처럼 육회를 쌓아주는 것이 정말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고 싶을 것 같다. “인증샷”과 “인생샷” 문화는 소비자의 만족감의 지표에 대한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4834875&memberNo=29949587&searchKeyword=%EB%A7%9B%EC%A7%91&searchRank=187)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은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


나이키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미국 나이키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어린이용 신발 칸을 보았다. 르브론 솔져 1 3, 프릭 1, 나이키 에어 맥스 90 레더 등이 상위에 있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멤버십을 통해서 살 수 있는 신발들에는 이런 것들이 없었다는 점. 가장 저렴한 멤버십을 했을 때, 한 켤레의 신발을 받기 위해 드는 비용은 60불이다. 따라서, 나이키에서 제공하는 나이키 운동화와 컨버스 운동화는 대부분 60불 내외일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어떤 사람들이 어드벤처 클럽을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출처: nike.com)


또한 월에 20불, 30불을 결제하는 멤버십의 경우에는 추가 할인을 제공하지도 않으며, 따로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결국 나이키 멤버십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매달 나이키와 컨버스에서 나오는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적금을 붓는 이상한 형태의 정기구독에 가입하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의 평가를 찾아보니, 아이들이 쑥쑥 자라서 신발을 자주 사러 가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1~3 달마다 새로운 신발을 추천해주고 배송해주는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은 혁신적이라고 작성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결국 자주 신발을 사러 갈 시간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출처: https://hellosubscription.com/2019/08/new-subscription-boxes-nike-adventure-club-available-now/)


솔직히 매달 2만 원에서 6만 원 사이의 돈을 아이의 신발에 투자할 수 있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더 좋은 신발을 고르게 해주고 싶지 않을까? 신발 가게에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한들 아이에게 나이키와 컨버스 신발 사이들에서만 강제로 신발을 고르게 하고 싶은 부모가 있을까? 가성비적으로도, 가심비적으로도 나이키의 이런 공급자 중심의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이 모델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핵심 가치 대비 부담을 더 가중하는 모델이라고 보인다.



나이키 구독 서비스는 이미 실패했다


사실 나이키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나이키는 재고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하고 또 나이키 브랜드를 지속해서 입어줄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을 수는 있겠으나, 구독 서비스를 런칭하기에는 너무 생각도 준비도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키 조던 시리즈를 탄생시킨 팅커 햇필드 (Tinker Hatfield)는 이런 말을 했었다. “모든 에어조던 시리즌 항상 더 나아지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욕구에 영향을 받았다. 그(조던)는 매번 내가 더 나아지도록 영감을 주었고, 솔직히 그도 매년 나아졌다.” (“Every version of the Air Jordan was influenced by the desire to always be better and to reach higher levels. He inspired me to be better every single time because frankly, he got better every year.”)


나이키의 가장 성공적인 디자이너의 가치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키는 항상 최고를 향한다고 느끼게 하였다. 그렇게 최고만을 향하고 있던 나이키가 새로 선보인 이 서비스에서 왜 우리는 최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분을 받게되는 것일까? 이런 느낌을 주는 것 만으로도 나이키 구독 서비스는 이미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원문 링크:

https://recordground.tistory.co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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