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SEO가 아니라 GEO

by quitter

불과 3년 전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업무에 Chat GPT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땐 솔직히 형편이 없었다. 아직은 한글에 익숙하지 못한 LLM이라 오타도 못 잡아냈다.

그렇다고 영어는 좀 나았나? 절대 아니다. 구어체를 구사하는 실력도 형편없었다. 그때는 그냥 참고용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은 얘가 없으면 업무를 못한다. 어느 날은 안 쓰고 일을 해볼까? 글을 써볼까? 했다가 처참히 실패했다. 구글에 검색해서 블로그 글 또는 웹사이트를 일일이 들어가서 글을 읽고, 팩트 체크하는 게 너무 귀찮아졌다.

퍼플렉시티에 들어가서 빠른 답변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요즘은 일을 할 때, 항상 마음속에서 저울질을 하게 된다.

"그래도 너가 직접 쓰는 게 맞는 거 아냐?" VS "나라고 정확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나?"


그러다 도달하는 결론은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글을 쓰면서 SEO에 많은 신경을 썼다. 키워드 엔진 최적화, 쉽게 말해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이다. 사람이 검색을 하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나의 콘텐츠가 그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로 선택받아 상위 노출이 되는 것.


지금은 GEO 시대다. GEO는 생성형 엔진 최적화를 의미한다. 이젠 사람의 선택을 받는 것보다, 검색 엔진 AI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AI가 내 글을 읽고, 이해하고 답변하기에 최적화된 구조, 문장, 신뢰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단순히 ‘누가 봐도 좋은 글’이 아니라, ‘AI가 인용하기에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이 키워드를 몇 번 넣었는가", "메타디스크립션은 적절한가" 같은 것들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이 문장이 독립적으로 인용 가능한가?", "이 단락이 하나의 질문에 완결된 답을 주는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글을 쓸 때도 자꾸 머릿속에서 GEO의 기준을 생각하게 된다.

"이 문단, AI가 잘라서 인용할 수 있을까?"

"이 문장, 충분히 신뢰할 수 있게 들릴까?"

"이건 그냥 내 생각인가, 아니면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있는가?"


결국 내가 쓴 콘텐츠를 사람이 보기 전에 AI가 먼저 읽는다. 그리고 그 AI가 나를 인용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뭔가 웃기지만, 이젠 사람이 보기 좋게 쓰는 게 아니라 AI가 보기 좋게 쓰는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근데 그게 또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게도 더 신뢰받는 콘텐츠가 된다.




새로운 것과의 공생은 이렇게나 아이러니하고, 선후관계를 따지기 어렵다. 문과생인 나에게 요즘은 모든 것이 수학문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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