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든 문제가 절제의 실패라면

by quitter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절제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과식, 과소비, 과몰입, 과노동, 과잉 피드백, 과잉 자극...

어느 것 하나 ‘적당히’ 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생각해보면, 절제는 요즘 세상과 정반대의 방향에 있다.

도파민이 만연한 시대.


쇼츠 몇 초만 봐도 웃게 되고, 퀵커머스로 새벽배송 받고,

배달앱엔 "한 입만 더 먹고 싶을 때"를 자극하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웃긴 건,

우린 자극에 금방 질리고,

더 이상 뭘 봐도 재미없고,

배가 불러도 허기지다.


나는 절제를 못해서 망한 적이 많다.

야식을 참지 못해 살이 찌고, SNS를 끊지 못해 하루가 다 가고,

사람들 기분 맞추느라 내 감정을 참다 못해 결국 터져버린 적도 있다.


절제는 나를 숨기는 게 아니라,

나를 아끼는 방식일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배운다.

요즘은 절제를 연습한다.


커피를 하루 한 잔만 마시기

핸드폰을 침대 위로 안 들고 가기

과식하지 않기


이 작은 절제들이 나를 조금은 편안하게 만든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것.


만약 모든 문제가 절제에서 비롯된다면,

그 해결도 결국 '적당히 멈출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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