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에서 발길질하던 시간들
수면 위의 오리는 잔잔하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쉴 새 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
사업도 꼭 그랬다. 겉으로 보면 앱 기반 서비스.
자동화. 효율화. 편리함.
하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계속
발로 물을 차고 있어야 했다.
8화에서 우리는 수요와 공급,
닭과 달걀의 문제 앞에 서 있었다.
9화에서 페르소나를 다시 정리했고,
10화에서는 에코백으로
우리가 직접 수요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비스는 조금씩 굴러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전달손은 모여 있었지만 그분들을 계속
붙잡아 둘 만큼의 안정적인 물량은 아니었다.
양면 플랫폼은 한쪽만 채워져서는
절대 안정되지 않는다.
그 균형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서비스 품질은
바로 흔들린다.
그때 나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떠올렸다.
B2B 제휴.
당시 신선식품 커머스, 해산물이나 샐러드 등
정시(On-time)배송이 그들의 서비스 상
중요한 포인트였던 그런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자리를 잡기도 하던 시기였다.
지인 대표를 통해 몇몇 업체를 소개받았고,
직접 미팅을 했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일정과 물량을 맞췄다.
고정 배송 물량. 크지 않아도 좋았다.
꾸준히 돌아가는 물량이면 충분했다.
그 제휴들 덕분에 서비스 초반,
퀄리티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은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영업도, 미팅도, 배송 스케줄 조율도 창업자인
내가 직접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사업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나를 단련시키던 시간이었다.
비즈니스는 겉으로 보이는 잔잔함과 보이지 않는 발길질이 항상 함께 존재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는
그 발길질을 대표와 창업 멤버들이 가장 먼저,
가장 오래 하게 된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발길질 덕분에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