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사업

제도 안으로 들어가던 시기

by BaeFounder

스타트업에게 ‘정부지원사업’은

피할 수 없는 단어 중 하나다.


어떤 대표에게는 생명줄이고, 어떤 대표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서비스 고도화는 뒤로 미뤄둔 채 지원사업만

좇다 보면 ‘좀비기업’이 된다는 말도 종종 들린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잘 활용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시간과 자금.


핸투핸 역시 어느 시점부터는

서비스 운영과 함께 정부지원사업, 공모전, 투자유치, IR 준비에 일정 부분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다만 나 스스로 정한 기준은 분명했다.


서비스 운영 8
외부 기회 2


핸투핸은 앱 기반 IT·물류 스타트업이었지만
현장은 늘 움직이고 있었고,

배송은 매일 발생했고,CS와 운영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서비스를 멈춘 채 서류만 잘 쓰는 사업은
내가 만들고 싶은 그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처음으로 선정됐던
정부지원사업 하나가 떠오른다.


‘경기도 공유기업 육성·발굴 사업’.


공유경제라는 키워드 아래

다양한 사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합승 택시
공유 주방
각종 플랫폼 서비스
그리고
‘공유경제 + 당일배송’인 핸투핸까지.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지원금도, 표창도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같은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하던

다른 대표들의 BM을 보며

나는 계속 자극을 받았다.


현실에 치여 새로운 발상이나 확장 가능성을
잊어가기 쉬운 시기에 그런 것들은

나를 다시 흔들어 놓았다.


물론 도움도 많았다. 수천만 원 단위의 지원금,
담당자들의 조언, 우수 사례 선정,

경기도지사 유공 표창까지.


하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건 그때의 성과보다도
그 시절의 질문들이다.


“이 모델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충분히 과감한가?”
“지금 이 선택은 편한 길인가, 필요한 길인가?”


돌이켜보면 정부지원사업은

나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였을까.

그것은 ‘정답’을 주기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스타트업 대표에게 자극과 인사이트는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그 자극을 끝까지 붙잡고 다음 선택으로 이어간 팀들이 결국 더 멀리 가더라.


그 시절의 나는 그 사실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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