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먼저 알아본다는 것
정부지원사업과 공모전은
종종 같은 범주로 묶인다.
자금 지원, 네트워크, 홍보 효과.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창업자의 입장에서
둘은 조금 다르게 작동한다.
정부지원사업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장치라면,
공모전은 “이 방향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다”
는 신호에 가깝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사업이,
정말 의미가 있는 걸까?
주변 사람들은 말해준다.
“좋은 아이디어야.”
“너니까 할 수 있지.”
“잘 될 것 같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말들은 이상하리만큼 위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은 응원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창업자는 어느순간부터
자꾸 제삼자의 시선을 찾게 된다.
감정이 아니라, 판단을 원하게 된다.
핸투핸을 운영하던 시절,
나 역시 다양한 공모전에 지원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공모전에 큰 기대를 걸었던 건 아니다.
상금이 있거나, 기관장 명의의 상이 있거나,
혹은 이후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지원했다.
그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건
KT그룹 희망나눔재단이 주관했던
‘Social Change Maker’ 공모전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었다.
당시의 나는 핸투핸을 ‘소셜벤처’라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머릿속에 있던 건
시장성,
확장성,
페르소나,
수요와 공급,
그리고 살아남는 방법뿐이었다.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는 중요하긴 했지만,
사업의 중심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모전 지원서를 쓰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핸투핸을
소셜벤처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공유경제 구조,
일반인의 참여,
유휴 자원의 활용,
지역 기반 물류,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형태.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이미 그렇게 정리하고 있었다.
결과는 기술 분야 최우수 사례 선정.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은 기쁨이라기보다는
조금 묘한 감정에 가까웠다.
‘아, 누군가는 이 사업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창업자인 나는 끝없이 부족한 점만
보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먼저 발견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공모전의 가장 큰 가치는
상금도, 상도 아니었다.
나의 사업을 나 말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줬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내가 알아보지 못한 나의 장점을
남이 먼저 발견해 준다는 사실이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정작 나의 강점은 내가 아니라 타인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사업도 꼭 그랬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의미 없어 보이고, 제자리걸음 같고,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싶을 때..
그럴 때 나는 이 공모전을 떠올린다.
당신의 그 BM이 지금은 초라해 보이더라도,
누군가에겐 충분히 가치 있어 보일 수 있다.
공모전은 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때로는
계속 가도 된다는 작은 신호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