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위에 올라서다.
청창사가 끝나갈 즈음,
중진공 청년자금을 준비하면서
한 곳을 더 컨택했다.
신용보증기금,
정확히는 판교 스타트업지점이었다.
이 또한 청창사 동기 대표들과
투자사 포트폴리오 대표의 조언 덕이었다.
돌아보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묘하게 서로를 챙겨준다.
기회를 시기를 잊지 않도록
리마인드 해주고, 연결해 주고,
때로는 등을 떠밀어주기도 한다.
그 시절의 나는 그 연결망 안에 있었다.
판교 스타트업지점에서
사업계획서와 재무제표 등
주요 지표들을 검토했고, IR을 진행했다.
결정권을 가진 분들과 여러 차례 미팅을 거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시기쯤부터
나는 조금 무뎌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사업 초창기의 번뜩이던 인사이트,
밤을 새워가며 구상하던 흥분,
헝그리 했던 감각이
어느새 루틴에 묻히고 있었다.
페이퍼워크, IR, 계약서 검토,
자금 현황 확인, KPI 관리,
앱 유지보수와 고객 이슈 대응.
루틴. 그리고 또 루틴.
열심히 하고는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
“이 자금 확보 과정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때때로 방향을 틀 수 있는 인사이트와 자극인데,
그 감각이 조금씩 둔해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는 커졌다.
신보와는
3년에 걸쳐 3억·2억·1억,
총 6억 원 규모의 보증 대출 구조로 합의했다.
‘투자옵션부보증’ 조건이었다.
후속 투자가 들어오면 같은 포스트 밸류로
대출금을 지분으로 전환하고
투자자들과 함께 주주로 참여하겠다는 구조.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미 두 곳의 VC와 후속 투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고,
투자가 들어오면 신보 대출을 지분으로 돌리고
추가 레버리지를 일으킬 계획이었다.
첫해 금리는 1%가 채 되지 않았다.
청년이라는 이름,
그리고 당시 핸투핸의 매력이
가능하게 만든 조건이었다.
조건은 좋았다.
하지만 구조는 무거워졌다.
이제 핸투핸은
단순히 성장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금융 구조 위에 올라선 기업이 되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은, 불태워보자고.
■ Self Question
나는 그때 성장을 확신했던 걸까,
아니면 구조를 외면하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