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고 있었지만, 도착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메이저 정부지원사업인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되었고,
투자유치를 했고,
신보와 중진공을 통해 대출도 끌어왔다.
겉으로 보면
회사는 분명 굴러가고 있었다.
앱 다운로드 수와 회원 수는
어느새 몇 만 명 단위가 되었고,
거래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거래액의 20%가 매출이었다.)
리텐션도 좋은 편이어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숫자만 보면 성장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 하나가 따라다녔다.
굴러는 가는데,
골인지점이 보이지 않는 느낌.
덩치는 커지는데,
건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은 없는 느낌.
지금 돌아보면 그 감각은 불안이라기보다
‘과도기 인식’에 가까웠다.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낙관이나 근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여러 시뮬레이션이
머릿속에서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한 시점.
이 정도 거래액이면,
이 정도 회원 수면,
이 정도 유지율이면,
그다음 그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초기에 구상했던
핸투핸의 비즈니스 모델은 분명했다.
공유경제 기반,
당일배송,
앱 서비스,
양면 플랫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흑자를 남기는 지점은 아직 멀어 보였고,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오히려
더 큰 투입이 필요해 보였다.
마케팅,
전달 인센티브,
포인트 지급,
서비스 지역 확장.
성장하려면 마이너스를 감안하고
더 세게 밟아야 하는 구조.
나는 자연스럽게 ‘변신’을 떠올렸다.
지금 방향을 바꾼다면,
피보팅 과정을 주입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양면 구조에서 한쪽을 떼어내는 방법,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IT에 특화하는 방법,
물류 자체로 더 깊이 들어가는 방법.
하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할수록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보였다.
어떤 선택은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거의 버려야 했고,
어떤 선택은 더 많은 자본과 시간을 요구했고,
어떤 선택은 지금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나는 결정을 미뤘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모습 그대로 가보자’는 선택을 했다.
변신을 포기했다기보다,
이 타이밍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변화의 크기'를 넘지 않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타이밍'이라는 것은
기회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시켜 준다는 사실을.
■ Self Question
이 구조는 더 세게 밟을수록 건강해지는가,
아니면 더 무거워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