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때는 모두의 것, 안될 때는 대표의 것
나는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그리고 법인 계좌에 사비를 넣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계산해 보니 몇 달을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
버닝레이트는 이미 높았고,
들어올 돈은 불확실했고,
나갈 돈은 정확했다.
가수금 형태였다.
자본금 증자도 아니었다.
등기 비용조차 아끼고 싶었다.
돌려받을 생각으로 넣은 돈은 아니었다.
그저 시간을 사는 선택이었다.
사업은 양면을 갖는다.
잘될 때는 모두의 것이다.
팀의 성과이고,
시장의 반응이고,
투자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안될 때는 대표의 것이다.
결정도, 책임도, 부담도.
어제는 웃고 오늘은 운다.
사업은 마치 야누스의 얼굴처럼
항상 두 방향을 동시에 바라본다.
나는 그 두 번째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입금을 마친 그날 밤,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괜히 발걸음이 느려졌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동안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수상하던 날.
투자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버스 광고를 보며 전화를 받던 날.
그리고 잔고를 확인하던 새벽.
미뤄지는 후속 투자.
끝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던 시간.
이번 선택은
확장이 아니라 연장이었고
도전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내부 인력,
고객들,
투자사,
대출기관,
그리고 대외적인 나의 명분까지.
멈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후속 투자.
대기업 제휴.
추가 대출.
어딘가에는 아직 닿지 않은
카드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동아줄이 있다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그 연료를 주입한 것이었다.
그날 밤, 처음 인사이트 하나로
핸투핸을 시작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확신은 없었지만
가보자는 마음은 있었다.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성공을 꿈꾸던 초심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초심.
그리고 다시 한번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 Self Question
나는 그때
사업을 살리려 했던 걸까,
아니면 나의 선택을
끝까지 증명하려 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