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도 과거가 되다.
로펌을 선임하고
파산신청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변호사에게 물었던 말이 있다.
“법인에 남아 있는 금액으로
예납금을 내도 되나요?”
파산신청을 하려면
법원에 예납금을 납부해야 했다.
변호사 선임료도 필요했다.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 비용도 업무 비용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대표님, 마지막에 가수금 많이 넣으셨잖아요.
사실 그거 대표님 사비로 내는 거네요.”
잠시 웃음이 나왔다.
회사를 살리려고 넣은 돈이
회사를 정리하는 비용이 되었다.
아이러니였지만
이상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제 할 일은 단순했다.
6년치 자료를 정리하는 것.
통장 내역, 세금계산서,
앱 개발비, 인건비, 외주비, 마케팅비.
양은 방대했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언제 어떤 결정을 했는지,
어떤 비용이 왜 나갔는지.
자료 취합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로펌과 협조도 원활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보정명령을 두 차례 내렸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때 느꼈다.
이 차가움이 채권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는 것을.
대표자 심문도 있었다.
이미 정리된 내용이었다.
서류와 숫자는 일관되게 설명되었다.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었고
마무리 절차가 이어졌다.
채권자 집회 날,
우리 시간은 조용했다.
기관 채권자뿐이어서
직접 출석한 사람은 없었다.
다음 시간의 법정은 달랐다.
개인 채권자들이 모여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사업의 무게는 업종과 구조마다 다르다.
책임은 늘 구조를 따라간다.
나는 선을 넘지 않았다.
자산을 빼돌리거나
형식적으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책임경영의 범위 안에서
모든 절차를 마쳤다.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한겨울부터
파산종결 공문을 받은 여름까지
반년이 흘렀다.
공문을 열어보았다.
몇 줄 읽었다.
법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되었구나.
파일을 닫았다. 생각보다 공허하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했다.
법인설립부터 법인파산까지
6년 2개월.
한 챕터가 끝났다.
■ Self Question
끝까지 정리하는 일은
패배일까, 완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