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그리고 그 후

멈춰 선 사람과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by BaeFounder

법인파산 종결 공문을 확인한 뒤,
나는 한동안 핸투핸을 의식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잊으려 한 것도 아니고,
굳이 떠올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계속 돌아갔고
나도 다시 일을 하고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포지션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머리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책임의 무게가 줄어드니
생각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가끔 단체 대화방에서
옛 동료 대표들의 소식을 보았다.

“큰 투자받으셨네요!”
“해외 진출 축하드립니다!”


박수와 이모지들이 오갔다.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플레이어일 때는
그런 소식 하나하나에 크게 반응했다.
같이 기뻐했고, 때로는 긴장했고,
더 뛰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때 정리 중이었다.


성공은 알림이 오지만

실패는 조용히 지나간다.

그게 사업의 생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시간이 1년쯤 흐른 뒤,
몇몇 대표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생겼다.

‘스튜디오 별감’이라는 공간에서.
그곳은 아끼는 동생이 피봇에 성공해

운영 중인 비즈니스 공간이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근황을 나눴다.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잘 지냈죠?.”

아무도 나에게
조심스럽게 근황을 묻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냥 예전처럼 친구였다.
그들은 전보다 몇 배는 성장 중이었고,
멋져 보였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쓰리거나 울적하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 창업, 스타트업 생태계를
정말로 존중하고 있었구나.


TV나 기사에서
“스타트업이 성장 동력입니다.”
라는 멘트를 들을 때의 간접적 감정이 아니라,
내가 몸으로 겪고 지나온
직접적인 감정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깐 이런 가정을 해봤다.
‘만약 아직 핸투핸이 운영 중이었다면
나는 더 행복했을까?’

답은, 모르겠다.
사업이 곧 행복이라는 공식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창업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나는 한 챕터를 온전히 살아냈고,
그걸로 충분했다.

그날 생각했다.

이 기억들이 무뎌지고 휘발되기 전에
하루 한 문장씩이라도 기록해 보자.

그렇게
Startup Real Log,
SRL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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