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하다는 것에 대해, 뒤늦게 배운 교훈
창업 초기를 떠올리면
여전히 두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MVP.
린 스타트업.
이제는 창업 생태계에서 너무도 익숙한
단어들이다.
최소 기능으로 빠르게 검증하고,
최소 자원으로 실행하며
개선해 나가자는 이야기.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에게 이 두 단어는
늘 다른 의미로 남아 있다.
그 말들은 결국 비용(지출)과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앱 개발, 법인 설립, 사무실 계약까지.
정신없이 실행하던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결정이 빠르게 이어졌다. 바로 특허였다.
사실 필요한 것은 단순했다.
BM 특허, 그리고 상표권.
그 정도면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그 당시 단계에서는...
하지만 그때의 나는 유난히 귀가 얇아져 있었다.
“이건 같이 하셔야 좋습니다.”
“나중을 생각하면 지금 해 두는 게 낫죠.”
“혹시 모를 해외 진출 가능성도 열어두셔야죠.”
PCT 특허.
해외 특허.
선제적 권리 확보.
그럴듯한 말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설득이라기보다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 관련 지출비용은 몇 배로 불어났다.
당장 매출도 없던 시기였기에 그 지출은 체감상
꽤 묵직했다.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숫자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돌이켜보면 문제는 특허 자체가 아니었다.
타이밍과 판단의 문제였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됐을 선택들,
조금만 늦춰도 됐을 결정들.
창업 초기에 배운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린’하다는 것은 단순히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늦출 줄 아는 용기라는 점이다.
그리고 창업 초기에는 특히 유의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다.
무언가를 쉬지 않고 해야만
‘제대로 하고 있다’고 느끼는 강박.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법인 계좌에서 사소한 지출 하나에도
“그래도 일이 진행되고 있구나.”
“나, 뭔가 하고 있긴 하네.” 등등
어이없는 뿌듯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꼭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무엇이든 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이 역시 지나고 나서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