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2. 조조와 유비의 청매주 영웅론
서기 199년
여포를 평정하고 허도로 돌아온
조조와 유비였다.
천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권력은 결국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모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조조였다.
원소, 손책, 유표, 마등 등
여전히 강력한 군웅들이
각지에 존재했지만
조조에게는 하나가 있었다.
헌제.
황제를 품고 있다는 것은
오늘날로 치면 플랫폼을
장악한 것과 비슷했다.
정통성과 명분이라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의 마음은 달랐다.
헌제는 점점 노골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조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헌제는 유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유비가 한나라 황실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그날 이후
유비는 유황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얼마 뒤
동승을 비롯한 신하들이
헌제에게 건의를 올린다.
조조를 제거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 계획에
유비 역시 비밀리에 참여하게 된다.
헌제의 밀서가
유비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유비는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은
조조의 품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품은
언젠가 자신을 삼킬 수도 있다는 것도.
그는 떠날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가 유비를 불러
단둘이 술자리를 마련한다.
청매를 안주로 한 술자리였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조가 묻는다.
“현덕, 천하에 영웅이 누구인지 아시오?”
유비는 여러 이름을 말한다.
“원소, 공손찬, 손책, 유표…
모두 한 시대의 인물들 아닙니까.”
조조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아니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천하의 영웅은 둘 뿐이외다.”
“바로…”
“그대와 나요.”
그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 울린다.
유비는 놀란 듯
탁자 아래로 몸을 숙인다.
조조가 웃으며 묻는다.
“현덕도 천둥이 무섭소?”
유비는 웃으며 답한다.
“천둥소리가 어찌나 큰지… 하하.”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정말 크게 울린 것은
천둥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조조의 말이었다.
■ 저자의 해석
이 장면은 삼국지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어릴 때 읽을 때는
조조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지금 다시 보니
오히려 유비가 보인다.
유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결코 오래 머물 수 없는 자리라는 것을.
출중한 능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대기업 조직 안에 편입된 상황과 비슷하다.
지금은 환영받고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아웃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M&A에서도
정치권 합당에서도
이런 사례는 너무 많다.
유비는 그래서
스스로를 낮춘다.
조조가 방심하도록.
그리고 때를 기다린다.
밖으로 나가 다시 시작할 순간을.
그에게는 이미
브랜딩이 준비되어 있었다. '유황숙'
그리고 명분도 있었다. '황제의 밀서'
유비는 단순히 인덕만 있는
리더가 아니다.
그는 때로 매우 입체적이고
고차원적인 처세와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는 인물이다.
이 장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 Self Question
큰 조직에 편입된 유능한 인재가 장기적으로 취할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① 조직에 완전히 충성한다
② 내부 권력을 확보한다
③ 독립할 기회를 준비한다
④ 외부 네트워크를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