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36. 유비와 조조가 재회하다
서기 219년
한중 전선.
마침내
유비와 조조가 서로를 마주한다.
청매주를 나누던 밤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때 조조는 말했다.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뿐이다.”
지금 두 사람은
같은 시장을 두고 싸우는
두 조직의 리더였다.
유비는 조조 앞에 서서
한 장의 문서를 펼친다.
헌제의 조서였다.
유비는 그 자리에서 조서를 읽는다.
조조가 한나라의 권력을
농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쟁의 명분이었다.
조조는 그 말을 묵묵히 듣는다.
그 역시 수많은 정치와
전쟁을 지나온
리더였다.
말 몇 마디로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은
예전과 달랐다.
유비는 형주와 익주를 가진
하나의 세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갈량이라는 전략가가
그 곁에 있었다.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한중에서
양측은 오랫동안 대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의 입에서
한 마디가 나온다.
“계륵이로구나.”
먹자니 살이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
한중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참모 양수는
조조의 의도를 읽어낸다.
군사들에게
짐을 정리하라고 지시한다.
조조는 그 행동을 보고
분노에 차서 양수를 처형한다.
리더의 속내를
멋대로 읽었다는 이유였다.
전선에서는
또 하나의 장면이 펼쳐진다.
마초와 방덕.
한때 같은 서량군에서
함께 싸웠던 두 장수였다.
마초는 방덕에게 말한다.
“방덕은 왜 조조를 따르는가.
나와 함께 유비님께 가자.”
그러나 방덕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조조에게 받은 은혜를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 전쟁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사마의였다. 그는 조조에게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의 유비는
아직 완전히 안정된 조직이 아니며
지금 공격하면
결정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조조는
결국 철수를 선택한다.
한중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땅이 아니었다.
결국 조조는 군을 돌린다.
한중은 유비의 손에 들어갔다.
이 승리는
단순한 전투의 결과가 아니었다.
천하의 질서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 저자의 해석
이 장면은
두 리더의 위치 변화를 보여준다.
한때 유비는
조조에게 의지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형주와 익주.
두 개의 기반을 가진
하나의 국가 세력.
조조가 이미 상장한 조직의 CEO였다면,
유비는 성장 국면이 최고조인
상장 직전 조직의 CEO인 셈이었다.
유비는 당시 조조와
거의 동등한 경쟁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리더의 감정'이다.
하후연의 전사 이후
조조는 직접 전선에 등장한다.
오랜 동지의 죽음이었다.
리더가 큰 결정을 앞두고
사적인 감정에 흔들리면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다.
역사는 비슷한 장면을
자주 반복한다.
훗날 유비 역시
관우의 죽음 이후
이릉 전쟁에 나선다.
또 하나 흥미로운 장면은
마초와 방덕이다.
같은 전장에서 싸웠던
두 장수의 선택.
마초는 조직을 옮겼고
방덕은 남았다.
능력 있는 인재는
항상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리더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결국 한중 전쟁은
하나의 사실을 분명하게 만든다.
천하에는 이제
세 개의 강력한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
조조.
손권.
그리고
유비.
삼국의 균형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 Self Question
경쟁 조직과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명분’을 먼저 세우는 전략의 가장 큰
효과는 무엇일까?
① 내부 조직의 결속을 강화한다
② 외부 세력의 지지를 확보한다
③ 경쟁자를 정치적으로 압박한다
④ 전쟁의 책임 구조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