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펀딩클럽]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한상엽 대표 2편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무 번째로 소개하는 곳은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입니다. 행사는 한상엽 대표의 에스오피오오엔지 소개,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와 한상엽 대표, 유보미 심사역이 함께한 대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은 2017년 2월부터 개최되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테헤란로 펀딩클럽]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한상엽 대표 1편 에서 이어집니다.
2016년 이후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배치팀까지 합하면 32팀에 투자했다. 올해는 12팀에서 15팀 정도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팀을 찾기가 쉽진 않지만, 좋은 팀이 보이면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외에 소셜벤처 및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 사업도 함께 하고있다. 임팩트얼라이언스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 임팩트 조직이 모인 연합체를 만들어나가는 작업 등에 참여한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에스오피오오엔지의 액셀러레이팅 체계가 만들어졌다.
액셀러레이팅은 크게 발굴(Find)하고, 검증(Validate)하고, 확장(Expand)하는 3단계로 구성된다. 평균적으로 연간 400여 팀을 만난다. 투자한 이후 3개월 동안 주간/일간으로 관리하며 검증한다. 3개월 이후에는 6개월 간 월간 기반으로 관리해 총 9개월 동안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세스 전체를 보면 먼저 리쿠르팅하고 면접 선발 과정을 거친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이 단계를 '면접 과정'이 아닌 '프리 액셀러레이팅(Pre-Accelerating)'이라 지칭한다. 심사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와 함께 모델에 대한 개선 방향, 발전 방향, 임팩트 창출 방향 등을 함께 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창업자가 보여주는 모습이나 태도, 역량 등을 종합해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 이후에는 일괄 관리하며 워크숍이나 오피스 아워와 같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데모데이를 진행하고, 팀들을 지속해서 육성한다.
액셀러레이팅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첫 번째는 피봇(Pivot)이다. 투자한 팀의 3분의 1이 에스오피오오엔지를 통해 피봇했다. 작게 피봇하는 경우도 있고, 없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는 데일리로 매니지먼트를 한다. 보통 반기에 6개 팀에 투자한다. 구성원 1인당 1.5팀을 맡아 3개월 동안 팀을 담당해 성장시킨다. 이는 KPI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맨먼스(man month)의 대략 절반 정도를 담당한 팀에 투입하고 있다. 잦은 커뮤니케이션은 팀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ROI가 나오지않기 때문에 대게는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임팩트 투자자고, 우리와 같은 투자사를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이라 부른다. 애초에 투자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장기 투자다. 대략 10년 정도를 보는데 10년 동안 팀이 클 수 있는 체력을 9개월 동안 투자해 만들어낼 수 있으면 의미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파트너십이 아닌 팀십(Teamship)으로 함께한다. 마치 제3의 팀원처럼 일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Find’ 과정에서 투자팀을 발굴하고, 평가하고, 계약한다. 투자할 때도 KPI 합의를 통해 투자하는 모델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과 임팩트 모델이 충족되는 영역의 스윗 스팟(Sweet spot)을 찾아내고 있는데, 실제로 수익(Profit)과 사회적 가치(Social Value)가 연결되는 모델을 선호한다. 핵심 비즈니스가 임팩트를 직접 창출하는지, 고객과 수혜자가 일치하는지를 중요하게 살핀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객과 수혜자를 이중으로 신경 써야 해서 비용구조를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과 마켓의 수요와 제품 자체가 핏(fit)한가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소셜벤처는 투자하는 시점과 성장 시점에서 루트가 조금 다르다. 창업의 동기는 사회적 가치에서 시작이 되는데 사업을 시작하면 비즈니스가 메인이 되어야 한다. 비즈니스가 돌아가야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을 해낼 수 있는지, 유연성을 가졌는지 중요하게 본다. 투자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Find 과정을 거쳐 투자를 진행하게 되면 ‘Validate’ 과정에 돌입한다. 팀의 성장단계나 비즈니스모델 진단에 기반해 맞춤형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한다. 오피스아워, 서포트, 툴 및 콘텐츠 등 세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기본적인 과정은 툴킷(Tool Kit)화 해서 제공한다. 이후에는 마지막 ‘Build’ 과정으로 넘어간다. 후속투자 파이낸싱, 임팩트 데이터 추적 관리 등을 지원한다.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퍼포먼스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총 46개 소셜벤처에 투자했다. 이중 44개팀이 한국 회사다. 국내 기업 밸류 총액은 6,422억 원에 달한다. 투자 당시 법인이 없었던 팀이 절반이다. 정말 극초기 팀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 1년 미만의 팀까지 합하면 투자한 팀의 75%라고 볼 수 있다. 피봇 전환은 33%에 달한다. 있는 팀을 그대로 투자하는 경우보다는 소셜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이 일치하는가,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인가 검토해본 후 피봇 단계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87% 회사가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학생 창업가는 20%, 여성 창업가는 33%, 창업자 연령은 평균 32세 정도다. 후속 투자 유치는 43%에 달한다. 투자유치 총액은 국내 포트폴리오가 1,713억 원, 미국 포트폴리오가 1,396억 원 정도다. 에스오피오오엔지의 액셀러레이팅을 졸업한 회사는 지금까지 22곳, 나머지는 진행 중이다. 투자한 팀의 절반이 후속 투자를 받아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사회적기업과 에스오피오오엔지 피투자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비교해보면 특정 SDGs에 집중돼있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SDGs를 동시에 달성한다. 반면 에스오피오오엔지가 투자한 소셜벤처들은 몇 가지 SDGs에 집중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창사 10주년을 맞이해 투자 방법과 방법론을 정리한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 가이드북(SAM)을 발간했다. 추후에는 철학과 관련된 내용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처럼 임팩트 투자와 소셜벤처를 어떻게 키워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정리해나가는 중이다.
sopoong 이 발간한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 가이드북 (SAM) 보러 가기: https://bit.ly/2XG7LNY
향후 과제는 임팩트 스케일업(Scale-up) 에 대한 부분이다. 관련된 리포트를 지속해서 발간하고, 국내의 소셜벤처 성공사례를 다수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기대 이사(이하 이): 22개의 포트폴리오가 졸업했다고 표현했는데 졸업의 의미가 무엇인가?
유보미 심사역(이하 유):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종료됐다는 의미다. 3개월 액셀러레이팅과 6개월 후속 관리가 있다. 총 9개월 간의 액셀러레이팅이 있고, 그 이후로는 졸업을 한다. 물론 졸업 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팀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포트한다.
이: 임팩트 투자의 정의나 범위가 계속해서 커질 것 같다. 하고있는 사업이 임팩트인지 아닌지 고민이 될 것 같은데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어떠한가
한상엽 대표(이하 한): 실제로 임팩트 투자 업계에서는 전문용어로 '미션 드리프트'라 부른다. 자본 혹은 회사가 성장을 하면 투자를 계속 받게 된다. 그럼 지분 뿐만아니라 소셜미션도 희석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를 지칭한다. 현재 업계나 실제 임팩트 투자를 하는 곳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는 ‘명분화된 소셜미션을 보유하는가’다. 기업 정관 2조는 기업의 목적 부분에 해당한다. 회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서술이 정관에 미니멈하게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즉 명분화된 문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는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측정하기 위해 노력하는가' 다. 셋째는 '글로벌하게 임팩트 리포트를 내는가'다. 이는 실제로 선언하고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볼 부분과 부정적으로 볼 부분도 있다. 임팩트 투자자가 합류함으로 인해 임팩트를 더 지향하고 선언하게 만드는, 이걸 조직 내 문화로 만들어나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에 임팩트를 넓게 해석하지 않으면 투자 자체가 어렵거나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아직 국내 임팩트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임팩트를 넓게 해석한다. 현재 업계 기준에서는 SDGs까지 허용된다.
이: 어느 단계의 스타트업이 찾아오는 게 가장 적합한가
유: 가설은 있으나 아직 본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모델이 에스오피오오엔지가 투자하는 라운드에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런칭 여부나 피봇 필요성의 유무와 관계 없이 저희와 함께 가설을 본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단계의 팀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다만, 1인 기업이 찾아올 경우 팀 빌딩을 권유한다. 기본적으로 사업은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2인 이상 기업에 투자한다.
청중: 특별히 젠더라는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 2017년 선발팀이 모두 남성 창업가였다. 그 부분에 대해 당시 이재웅 설립자가 왜 우리가 여성 창업가에 투자를 하나도 안 했는지, 차별이 있던 건 아닌지 질문을 던졌다. 마침 쏘캡이라는 행사에 다녀오면서 젠더 관점의 투자라는 개념을 접한 시기였다. 젠더 관점의 투자를 통해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편견을 배제하고 기회를 창출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생태계에 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젠더 관점의 투자'라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투자가 배제되었던 성 소수자에게 자본 접근성을 주는 것,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하는 것, 젠더 평등화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젠더 관점의 투자라 볼 수 있다. 지금 투자 생태계는 남성 중심으로 자본이 흘러가고 있다. 한쪽으로 돈이 흐르다보면 생태계 자체도 건강하지 않을 뿐더러 시장의 한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시장을 발굴하고자 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실제 여성 창업가에게 투자했을 때 펀드 수익률이 높았다는 리서치 자료 등도 있다. 이처럼 에스오피오오엔지는 다양한 측면을 보고 젠더 관점에서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업계 분들과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알리는 역할을 많이 했다. 올해는 여성 창업자들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발굴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다.
한: 훌륭하고, 멋지고, 좋은 여성 창업가들이 에스오피오오엔지를 가장 먼저 찾아오시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투자 전략 차원으로만 보아도 의미있는 어프로치라 생각한다.
청중: 투자시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봤다. 처음에는 벨류에이션과 투자 기준을 만들고, 분야 등을 정해보기도 했다. 저희는 소셜벤처라는 버티컬한 투자자다. 이미 버티컬한 분야에서 다시 버티컬하게 정하면 팀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시드 라운드에서는 여러 팀을 만나고,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 그러나 임팩트를 좁게 해석하면 할 수록 팀을 찾가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 점을 찍고 합의를 해야한다. 지금은 모델에 따라 다르게 보고 있다. 재무적 수익률이 적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높은 경우, 반대로 사회적 가치는 조금 약하지만 규모화 됐을 때 사회적 가치가 크게 창출 될 수 있는 경우 두 가지로 다르게 접근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