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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Apr 11. 2022

우리들의 워케이션 이야기

2022. 1월 강릉 워케이션 일주일 경험기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한적한 여행지에서 낮에는 일하고 일이 끝난 뒤에는 휴가지에서 휴식을 즐기는 업무 형태를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강원도, 제주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머물며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야놀자, 자비스앤밸런스, 토스 등의 스타트업에서도 워케이션을 시작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워케이션은 코로나 시대에 찾아온 하나의 유행일까 아니면 새로운 업무 형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코로나 확산 이후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집과 사무실 등 공간의 제약없이 일을 해오고 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넘어 우리도 워케이션에 대해서 실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2022년 1월 강릉에서 일주일간 워케이션을 해보기로 했다.




워케이션 준비하기 1. 어디서 할까


검색 결과 주로 강릉, 속초 등 강원도나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워케이션 장소에는 '자연친화적'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키워드가 있었다.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는 자주 접할 수 없는 바다, 산 등의 자연을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장소에서 일과 쉼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우리도 서울에서 많이 멀지 않으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강원도 강릉으로 워케이션 장소를 정했다.


바다와 솔숲, 설악산을 볼 수 있는 강릉


워케이션 준비하기 2. 어떻게 할까


명주동 파도살롱에서 보이는 하늘


장소를 정했다면 필요한 것은 일주일간의 숙소와 오피스. 우리는 강릉 로컬 스타트업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고 있는 '일로오션'이라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일로오션은 일주일 단위로 신청할 수 있는데, 4박 5일의 강릉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와 호텔 로비와 강릉 시내에 마련된 워크스페이스를 제공한다. 특히 이 워크스페이스는 '더웨이브컴퍼니'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도살롱'이라는 이름의 공유오피스로 시내뿐 아니라 숙소에도 팝업 형태로 마련되어 있다.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 로비에 마련된 오피스, 솔숲과 바다가 보인다


워케이션 준비하기 3. 무슨 일을 할까


의외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당연히 그 주에 예정되어있던 미팅이나 루틴한 업무들이 있었지만, 워케이션에서 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 일을 가져가고 싶었다. 컨콜로 진행되는 몇 가지 미팅과 면접, 두 개의 웨비나 운영과 더불어 상반기 강릉에서 개최될 행사 관련 미팅을 메인으로 했고 고민하고 있던 사이드 프로젝트의 대략적인 방향을 잡아오는 것도 강릉에서의 계획에 추가했다.(이것이 우리가 단단히 착각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워케이션이 시작되었다. 도착한 첫 날 공간투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강릉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테헤란로커피클럽과 테헤란로런치클럽을 파도살롱 회의실에서 운영했고, 3건의 화상 면접과 몇 개의 온오프라인 미팅을 했다. 중간중간 일로오션 프로그램에서 포함된 일정에도 참석했다. 짧았던 4박 5일간 워케이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행사와 회의가 많아 회의실 단골손님이 된 우리들




워케이션 단상 1. 일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자


워케이션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워케이션에는 vacation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일을 마치고 나면 평소에 할 수 없던 휴식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간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많은 일을 들고 갔나보다. 햇살 비친 바다 풍경은 마지막 날 아침에나 겨우 볼 수 있었다. 업무 중간 중간 바다를 산책하고 솔길을 걸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조직내 첫 번째 실험이었기 때문에 워케이션이 쉼이 아닌 일의 다른 형태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100%의 업무를 가져갔다. 하지만 진정한 워케이션을 즐기기 위해서는 70%의 업무와 30%의 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야 워케이션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느라 바다 산책을 못해 아쉬웠는데 다행히 눈이 쌓인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워케이션 단상 2. 점심시간이 우리에겐 짧은 여행


워케이션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점심, 저녁 메뉴를 뭐먹지 고르는 과정이 마치 여행지에서 어떤 맛집을 찾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과 같았다. 아무래도 새로운 장소에서의 식사이다보니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식사 장소를 정하고 지도를 보며 찾아가던 길, 추천 받은 메뉴들을 먹어보며 느낀 소소한 행복들이 잠깐은 그 곳으로 일이 아닌 여행을 온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식사 후 마실 수 있었던 강릉의 맛있는 커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워케이션 단상 3. 그 곳에서만 갈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것


일주일 간의 워케이션을 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간은 강릉 선교장에서의 산책이다. 계획에도 없었던갑작스런 일정이라 그랬을까. 1시간 남짓의 휴식시간을 통해 새로운 강릉을 느낄 수 있었다. 선교장은 강릉에 위치한 국가민속문화제로 99칸의 사대부가의 상류주택이다. 우리는 그 곳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고, 수요일 오후마다 진행되는 오르간 연주회를 함께 했는데, 오래된 한옥의 방에 둘러 앉아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음악을 듣고, 선교장 주위를 한바퀴 걷고 다시 워크스페이스로 돌아가 업무를 했는데 잠깐의 휴식이 가져오는 충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너무 좋았던 오후 선교장 산책


워케이션 단상 4. 일에 대한 진솔하고 즐거웠던 대화


목요일 저녁에는 일로오션의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일을 주제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솔직히 대화 프로그램은 사실 참가하기 전까지 고민할 정도로 굳이 안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대화를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강릉까지 와서 일을 한다는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일에 대해 진심이고 삶과 일, 쉼을 모두 가치있게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런 사람들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울림이 있었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일에 대한 가치관이나 경험, 고민이 다르면서도 같은 지점들이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워케이션, 원격근무, 재택근무 등 다양한 일의 형태와 방식을 고민하고 변화하는 지점에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시간의 가치가 다양화되면서 이러한 고민들은 현실화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결국 형태와 방식이 어떻든지 간에 일에 대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장소가 어디든, 어느 시간에 일을 하든 목표가 분명하고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장소와 시간에 적합한 일을 선택하면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워케이션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일의 종류와 목표를 정의하고 그것이 워케이션과 같이 좀 더 여유로운 환경에서 하는 것이 더 좋을지를 고민해보면 좋겠다. 어떤 일이 워케이션이라는 형식에서 더 빛을 발할지는 조직이나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고민이 선행된다면 워케이션이라는 제도를 조직의 복지와 혜택으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일하는 형태로 정착시킬 수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음 워케이션의 기회가 있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하나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회고를 위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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