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얼레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Jul 26. 2018

[스얼레터#136] 얼마나 창조적으로 오해했는가

2018.07.16 스얼레터#136

토요일 늦은 점심 유명한 영화 평론가 한 분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이 주제였고, 강연자는 영화 평론가라는데. 듣기만 해도 어려운 느낌이 드시죠. 그런데 나리님과 제가 겁 없이 덤볐습니다. 영화를 보며 삶과 사랑의 허무함을 느낀 지 언 7년은 지난 것 같은데 말이죠.

만약 강연자분께서 마블과 할리우드 영화로 점철된 제 최근 관람 리스트를 확인하셨다면 분명 들여보내 주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경험의 세상을 확대하고 싶은 저의 호기심은 두려움을 이기거든요. 그리고 어떤 분야를 진정 깊게 사랑해 본 사람의 이야기는 그 지름길이라는 걸 알고요. 그러니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치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을 하셨어요. 받아적어 출판하는 속기사가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사랑' '영화' 등의 단어로 시작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꺼내신 한 문장이 제 마음에 깊이 꽂혔죠.

"누군가 그 영화를 사랑한다고 했을 때 저에게 가장 흥미로워지는 순간은 그 영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창조적으로 오해했는지'입니다.”

창조적으로 오해하다.


사실 우리가 어떤 영화나 책에 감동을 할 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영화는 감독이 만들고. 책은 저자가 쓰고, 미술작품은 작가가 그리니까요. 그리고 웬만한 경우 평범한 우리에게 그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부재에서 개인만의 황홀한 감상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어떤 친구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분명 이 감독은 이걸 말하기 위해 이 대사를 여기 넣었을 거야’라고 말할 때 있잖아요. 주장이 별로 강하지 않은, 평범한 친구인데 그때의 결연함은 말로 다 못하죠. 그걸 바로 ‘오해'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내밀한 개인의 경험에 따라 그 오해가 산출되는 터라 놀랄만큼 창조적일 때가 많고요.

저 같은 경우 같은 영화를 보거나 함께 전시를 본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아 그걸 그렇게까지 생각했어?' 그만큼 제가 작가가 된 양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의미를 부여하곤 하거든요. 혼자 가설을 세우고 근거를 모아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제 생각을 공유하는걸 즐겨요.

그런 탓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 속에 감독이 분명 제가 생각하는 의도로 넣었다고 확신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이 떠오르는 상황을 만날 때마다 혼자 보물처럼 사람들에게 꺼내놓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유난스럽다는 듯 돌아오는 질문이 바로 ‘그걸 그렇게까지 생각했어?'죠.

그래서 그 날 평론가의 문장이 제 맘에 크게 꽂힌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유난스러운 감상들이 ‘창조적인 오해’라는 문구로 멋지게 포장된 것 같아서요.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오해들을 계속 만들고 싶은 힘이 생기기도 했고요.

여러분도 좋아하는 영화나 책 속에 나 혼자 생각한 오해들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창조적인 오해를 두 팔 벌려 응원합니다. 

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잖아요. 오해니까요.


                     

- 키보드를 위를 걷고 싶어하는 고양이에게 맥북을 사수 중인 데이나 드림


#스얼레터 136호 보러가기: https://mailchi.mp/startupall/123-2039209

매거진의 이전글 [스얼레터#135] The hard i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