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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Street Smarts

성공하는 창업가의 12가지 특징 (2)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리디북스가 번역 제작한 업프론트벤처스 마크 수스터의 '무엇이 창업가를 만드는가'를 감수하고, 본문을 한 챕터씩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브런치를 통해 소개합니다. 본 내용은 리디북스에서 무료 전자책으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자, 당신이 절대 포기를 모르는 끈기 있는 사람이라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창업 아이디어가 형편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책으로 배운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훌륭한 기업을 창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으로만 배운 지식(Book Smart)은 때로는 방해가 된다. 하지만 분명 현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Street Smart)을 좋아한다. 나는 자연스레 ‘세상 물정을 이해하는’ 사람을 찾는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안다. 이들에게는 경쟁자의 약점을 포착하는 육감이 있다. 이들은 충족되지 않은 기회와 이런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을 귀신같이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위대한 창업가는 세상 물정에 밝으며, 좁은 사무실에 앉아서 종일 그럴싸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드는 대신, 바깥세상으로 나가서 실제 고객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창업가가 사무실에 찾아와서 자기 아이디어를 발표할 때에는, 진정 자신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 그들의 입을 통해 실제로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평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찾는다고 즐겨 말한다. 즉, 자신이 하면 안 될 것 같은 일을 했을 때 발생할 사회적 반응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것이 내가 개인적으로 이민자들이 사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믿는 이유다. 이민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들이 ‘규칙’이 뭔지 알기나 하는지조차 의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전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 물정에 밝다.


내가 만약 VC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면, 그중 하나는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이었을 것이다. 같은 사물을 반복해서 관찰하고, 패턴을 찾고, 체계화하는 능력이 VC에겐 매우 중요하다. 이 능력은 빠른 분석과 학습에 도움이 되며, 창업가에게도 이는 매우 중요하다.


창업가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를 나는 일상에서 거의 매일 본다. 여기에 바로 어제 일어난 이야기 두 편을 소개한다.


2년 전 뉴욕에 있을 때, 아내가 와튼스쿨에 다닐 때 절친했던 친구의 남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아주 유망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있었다. 어제 2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시장이 위축되어서 자신들의 회사가 전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멋진 제품을 많이 팔고 있지만, 충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제품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투자를 많이 받아서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바람에 엄청난 돈을 낭비했다.


그 후로 노련한 CEO가 새로 취임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확인된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그러고는 각 영업과 사업개발 부문 직원들에게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존 계약을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덧붙였다.


고객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 그들은 아마도 여러분의 귀에 대고 5분간 고래고래 고함을 지를 것입니다. 전화기를 귀에서 멀리하는 것이 좋겠죠. 고객이 화를 내는데도 잠자코 있으면 고객은 잠시 후 침착함을 되찾고 ‘그래,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말할 것입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창업가 기질이 있는 리더들만이 직원에게 이런 전화를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회사의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첫 번째 전화는 정말 고역일 것이다. 두 번째도 난처하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거듭할수록 약간 재미있어질 것이다. 일종의 게임과 같다. 당신은 사회에서 기대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어쨌든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랬음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항상 “창업가가 되는 건 껄끄러운 일이다.”라고 얘기한다.


한때 어떤 회사 일에 관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내 회사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도 아니었다.) 이 회사는 훌륭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엄청나게 많은 현금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아주 영리하고 매력이 넘쳤지만 창업가가 아닌 사람이 경영하고 있었다. 내가 이 회사 일에 관여한 경험은 ‘좋은 일을 해주고도 욕을 먹은’ 경우로 남아 있다.


이 회사의 CEO는 부잣집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유명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당시 경기 불황에 직면해 있었지만, 이런 사실을 아직 충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영업에 실패해서 엄청난 돈을 날리고 있음을 알았다. 나는 이사회에서 경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현금이 ‘증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10명 남짓한 고객을 위해 고객지원 팀에 직원이 7명이나 있었고, 매출은 백만 달러에 못 미치는 상황인데도 CEO는 고객지원 팀의 인력을 줄일 수 없다고 했다. 고객과 이 7명의 직원이 필요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3명이나 되는 제품 개발 팀 인력도 줄일 수 없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신제품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큰손 고객에게 제품 공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마케팅도 줄일 수 없었다. 나는 “좋아요. 그렇다면 고객과 재협상합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CEO는 재협상은 불가능하고 경솔한 처사라고 반응했다.


내가 처음 창업한 빌드온라인(BuildOnline)에서 경영 상황이 나빠졌을 때, 우리는 모든 고객을 찾아가서 다음과 같이 설득했다.


우리가 당신과 계약을 맺은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이 많이 변했고, 새로운 현실에 맞춰 우리도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에게 특정 제품의 기능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마음에 드십니까?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당신은 우리가 견고한 파트너이자 공급자가 되길 원할 겁니다. 그렇게 되려면 이익이 나야하는데, 저희가 맺은 계약으로는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품 개발 인력을 줄이거나 (이 경우, 제품을 약속한 대로 공급할 수 없습니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 당신이 원하는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가격을 약간 인상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하시는지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고객을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는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흔히 말하는 대로 ‘궁하면 통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앞선 예에서 현금을 날려버린 회사의 문제는 CEO가 이런 전화를 돌리지도, 비용 삭감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해 판매 목표의 66%를, 다음 해에는 45%를 놓쳤고, 비용을 그리 많이 절감하지 못했다. 회사는 현금을 날렸고, 나는 이사회를 떠나겠다고 했다. 아니, 떠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고 해두자. 회사 경영진이 사내 식당에서 은수저를 들고 식사하려고 하는데, 파티 분위기를 깨며 어려운 질문이나 해대는 나 같은 불편한 노인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어제 또 다른 스타트업 창업자와 커피를 마셨다. 사람도 좋고 아주 영리한 그는 세 명이 함께 꾸려가는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였는데, CEO는 아니었다. CEO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었다. 이 미팅에서 나는 그들이 만드는 제품 기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듣기엔 흥미로운 기능이었지만, 고객이 돈을 내고 사거나 채택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그에게 말했다.


고객이 자신의 웹사이트에 당신 회사의 제품을 설치하면, 이것을 관리할 직원도 고용해야겠지요. 고객이 제품을 설치하고도 매출이 늘지 않는다면, 고객이 추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요?


나는 더 많은 사례를 들어 얘기했다. 고객들을 방문해서 그들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고객을 유치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고객들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기능을 제공하면, 기꺼이 돈을 낼 의향이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있었다. 그는 내게 자신들이 낸 아이디어가 좋아 보여서 제품을 만들긴 했지만, 고객 검증을 거치지는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나의 감(Street Smarts)으로는 이 제품이 고객에게 먹힐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낙담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실제로 스타트업의 80% 이상이 고객과 비즈니스 가치를 테스트하거나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지 않고, 고객과 단절된 채 제품을 만든다. 물론 한두 명과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체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해당 업계 출신이거나 이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제품을 잘 알고 있지 않는 한, 당신의 제품이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는 명백한 사실인데도, 사람들이 고객들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냐하면 당신이 연락했을 때 귀찮아할 것만 같은 잠재 고객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보다 그저 매일같이 똑똑한 사람들을 잔뜩 거실에 모아놓고,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다른 상품을 베껴 만들기 위한 회의를 하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제품을 만든 다음에 주변 친구들에게 당신 회사의 능력을 자랑하는 편이 훨씬 더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큰 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은 스스로를 스타트업 회사들과 연결된 사람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그리 꺼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창업자들이 부디 익숙하고 편한 일만 하려는 버릇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당신이 회사를 설립할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은 없는가?

스크린샷 2018-08-14 오후 4.13.01.png ©Upfront Ventures

마크 수스터 Mark Suster

미국의 유명 창업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액센츄어(Accenture)의 미국, 유럽, 일본 지사에서 10년간 일한 뒤 두 번의 창업을 경험하고, 2007년 스타트업 투자자로 변신했다. 본인의 글로벌한 업무와 창업 경험에서 나온 통찰력을 자신의 블로그 '테이블의 양쪽’을 통해 활발하게 전하고 있다. LA의 업프론트벤처스(Upfront Ventures)의 매니징디렉터로 일하면서 트루카, 버드 등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의 프레드 윌슨과 함께 대표적인 글을 잘 쓰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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