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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Aug 28. 2018

투자도 사람 간의 일, 공감 중요해

[테헤란로 펀딩클럽]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 대표 2편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2017년 2월부터 테헤란로 펀딩클럽을 개최해왔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세 번째로 소개한 벤처캐피털은 DSC인베스트먼트입니다. 본 편은 DSC인베스트먼트의 윤건수 대표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이 함께 한 대담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테헤란로 펀딩클럽]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 대표 1편 에서 이어집니다.




임정욱 센터장(이하 임) 이미 많은 곳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으셨겠지만, VC로서 상장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윤건수 대표(이하 윤) 대한민국 VC 정책엔 아쉬운 점이 많다. 정부는 VC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저 벤처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본다. 그러다 보니 자꾸 VC 수를 늘리려고 하고, 그 일환으로 VC가 되기 위한 진입장벽을 다 없앴다. 

그런데 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인재가 얼마나 좋은 투자를 진행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VC들이 수만 자꾸 늘어나다 보니 자꾸 인력들이 흩어지고 신생 VC뿐만 아니라 기존의 회사들까지 부실해진다. 그러니 이전보다 신생 VC가 펀드를 조성하기도 어렵다. VC가 하는 가장 어리석은 짓이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VC가 살아남기 위해 그 방법을 택했다. 이건 정말 위험한, VC가 부실해지는 지름길이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자금이 확보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장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해보자. 윤 대표님이 VC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DSC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나는 친구를 따라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서 2년 정도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서 적성검사를 했더니, 상대(상경계열)를 가야 할 사람인데 공대에 잘못 갔다는 거다. 대학 졸업하고 연구소에 입사했을 때도 공부하기가 너무 싫었다. 오죽하면 한 번만 더 인사고과 결과가 낮게 나오면 잘릴 위기였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기획실로 부서를 옮겼더니 인사고과가 최고점수로 나왔다(웃음). 이후 LG전자에서 실시하는 내부 직원 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그때 미국 보스턴에서 많은 창업가들을 만났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그때 느낌을 잊을 수 없어 VC의 삶을 시작했다.


VC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에서 최소 5년 이상은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팅하는 기질도 좀 있어야 하고(웃음). DSC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재직하는 12명과 모두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패널토크 중인 DSC인베스트먼트 윤건수 대표(좌),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우)


 투자한 것 중 가장 성공한 사례가 궁금하다.


 아마 옐로모바일을 생각하고 질문하신 게 아닌가 싶다(웃음). 옐로모바일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DSC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하기 전에 M&A와 구조조정 업무를 많이 해왔다. 그때 느낀 것이, 많은 IT회사들이 원 컴퍼니 원 아이템 형태를 취하는데, IT 라이프사이클이 2~3년으로 짧다 보니 다들 수명이 너무 짧아진다는 거였다. 이런 곳들에 투자하려면 투자 시기와 제품 출시 시기 등 굉장히 많은 운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IT회사들이 연합체를 만들고
M&A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DSC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나서 옐로 모바일을 만났는데 마침 이상혁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로컬 포털을 언급했고 듣다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다음부터였다. 한번 이야기 나눠보라고 우리 포트폴리오 기업을 소개해줬는데, 정확히 세 시간 후에 그 대표가 전화해서는 이상혁 대표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거다. 아니 얼마나 말을 잘했으면! 나는 회사 하나를 인수하는데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다. 그런데 옐로모바일은 그때 이미 7개의 회사를 인수한 상태였고, 우리의 인수자금을 받고 난 후에는 더 많은 기업들을 인수했다. 그 능력이 너무나 놀라웠고 그것이 옐로 모바일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성공할 만한 스타트업을 만나는 본인만의 혜안이 있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반대했는데 본인의 직감에 따라 선택해서 성공했던 사례가 있다면.


 그 얘기에 앞서서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하는 CEO의 자질을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성공하는 CEO의 자질을 셋 꼽자면 
능력과 자질, 대의명분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하는 요소다. 자질은 리더로서의 자질로, DSC인베스트먼트에서는 자기를 죽일 줄 아는 자질을 리더의 자질로 본다. 돈도 없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스타트업이 성장하니까 팀원에게 먼저 양보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 이건 회사가 어려울 때뿐만 아니라, 잘될 때도 마찬가지다. 투자도 받고 매출이 나와도, 대표가 이런 자질이 없으면 서로 내가 잘 했네, 네가 못 했네 하면서 싸운다. 그래서 비워내는 자질이 중요하다. 그런 CEO는 투자자와도 잘 지낸다. 


마지막은 대의명분이다.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를 애플로 영입할 때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신 평생 설탕물 팔다 죽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세상을 바꿀래". 그 말이 존 스컬리의 인생을 바꿨다는 거다. 존 스컬리는 작년 1월 한국에 왔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앞으로의 기업들에게는 'noble cause'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개개인을 연결해주는 게 페이스북의 대의명분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대의명분이었다.


이 세 가지가 사실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다. 이런 CEO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셔도 된다.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쉽게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씨알도 안 먹히는 사람도 있다. 나는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다. 투자란 결국 서로 도와주고 배워가며 윈윈 하는 활동이다. 대화가 통하고, 공감하고,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나만큼이나 상대방의 귀와 마음도 열려있어야 한다. 그런 CEO, 그런 스타트업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하는 투자는 안 한다. 심사역 두 명과 투자를 검토하는데, 한 명은 찬성하고 한 명은 반대할 경우에도 투자를 안 한다. 이런 경우 투자해서 성공하면 얘가 바보가 되고 실패하면 쟤가 바보가 된다(웃음). 그렇지만 모두가 반대하는데 담당 심사역 한 명만 미친 듯이 투자를 진행하고 싶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자. 유망하게 보는, 투자를 진행하고 싶은 시장이 있으신지. 


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혁신적인 기업이 나오지 않을까 자주 고민한다. 그 고민에 대한 첫 번째 생각은 우리나라가 가진 문화적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다. 또 한민족 국가다 보니, 다른 곳에 통할 문화를 잘 모른다. 미국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미국에서 통하면 다 통하지 않나.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너무 특수해서 세계에 통용되기 어렵다.


미국에 있는 성공한 핵심 벤처기업들은 항상 세상에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기업가들이 없고 전부 다 은둔해버리는데, 이 부분도 아쉽다. 마지막은 국력의 차이다. 만약 구글이 대한민국 포털사이트였다면, 알리바바가 대한민국 쇼핑앱이었다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중국과 미국의 국력을 이겨버릴 수 없다면 어떻게든 그 네트워크를 이용해 그들에게 투자하고, 동향을 계속해서 파악하고, 좋은 것들을 가져와야 한다. 이래야 스타트업도 살고 VC도 살 수 있다.



초기 투자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면. 


초기 투자 때는 그 회사의 목적이 수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정의 성과를 내포한다고 믿는다. 당연히 바이오나 IoT 같은 분야의 초기기업은 적자가 난다. 그런데 그 R&D를 이뤄나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초기 기업은 오히려 이윤을 빨리 내는 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누가 얼마나 단단하게 '포텐셜'을 쌓아가느냐의 싸움이다. 이런 기업의 경우에는 여러 차례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이 다른 VC도 아닌 DSC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는 투자라면 기본적으로 보통 투자를 지향한다. 그리고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는 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원금의 6% 이자가 보장된 투자라면, 그런 투자는 잘해야 6%고 아니면 망한다고 여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플한 계약서를 갖고 있다


의외로 많은 투자 계약서들이 너무나도 복잡한, 사업을 1년 진행하다 보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조항들로 가득 차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계약은 하면 안 된다.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계약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이 투자계약을 맺기 전 꼭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받고 진행했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이 망해도 나의 모든 것은 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혼자 길거리에 서는 건 상관없는데 내 가족이 길거리로 나앉으면 안 된다. 나 혼자 망하는 것을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계약서를 따져봐야 한다.


임 우리나라 VC들이 정부 모태펀드에서 돈을 받아 안정적인 투자만 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통해 돈을 지원해주긴 한다. 그런데 100억 원 규모의 펀드에 100억 원을 전부 지원하는 게 아니라 50% 정도를 지원해준다. 나머지 50%는 민간에서 돈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정책성보다 수익성이 중요하다. 모태펀드와 연계된 펀드도 당연히 수익성을 고려한다.


 DSC인베스트먼트가 아닌 개인의 비전, 그리고 어떤 VC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본다(웃음) 내 비전은 돈을 많이 번 성공한 VC로 남는 게 아니라 업계에 의미 있는 일을 한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일부터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VC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아까 질문처럼 정부 자금을 갖고 사채놀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아직도 받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극복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업을 많이 만드는 게 진짜 VC 역할이라고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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