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펀딩클럽] 카카오벤처스 유승운, 정신아 공동대표 1편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2017년 2월부터 테헤란로 펀딩클럽을 개최해왔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네 번째로 소개한 벤처캐피털은 카카오벤처스입니다. 행사는 유승운, 정신아 공동대표*의 카카오벤처스 소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과의 대담,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의 Q&A로 진행됐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이야기는 두 편으로 연재됩니다.
*본 행사는 2017년 3월 진행됐습니다. 당시 사명은 케이큐브벤처스였으며, 공동대표로 소개해드리는 정신아 대표는 당시 상무로 재직했습니다. 해당 시점 언론보도에는 케이큐브벤처스, 유승운 대표, 정신아 상무로 기재됐음을 알려드립니다. 본 글은 재구성한 시점(2018년 8월)을 기준으로 변경된 사명과 직함으로 표기합니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4월 설립했다. 스스로를 여전히 '벤처'라고 표현한다. 펀드의 만기가 7~8년이니, 적어도 2012년 처음 구성한 펀드가 한 순환을 돌아야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는 것.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4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뜻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100명의 CEO를 양성하자"며 "다른 VC와는 차별화해 초기 기업 전문 투자를 하자"고 한 것. 그렇게 김 의장이 조성한 50억 원의 펀드가 시작이었다. 테헤란로 펀딩클럽이 진행됐던 2017년 3월 당시, 카카오벤처스는 80개가 넘는 초기 스타트업에 700억 원 이상을 투자했고, 네 개의 투자 조합을 통해 1,086억 원을 운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업 초기를 '3년 미만'으로 정의한다. 그 정의를 기준으로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당시) 80여 개의 기업 중 95% 이상이 창업 초기 기업이다. 시드 단계와 시리즈 A 단계에 집중한다. 유승운 대표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카카오벤처스가 애국 VC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카카오벤처스의 두 가지 '셋'
카카오벤처스를 표현할 첫 번째 '셋'은 집중하는 세 분야, '선행기술', '모바일' 그리고 '게임'이다. 선행기술은 인공지능이나 IoT, 로봇 등의 기술을 포괄한다. 모바일 분야는 O2O, 핀테크 등이다.
게임회사인 '넵튠'이 대표적인 포트폴리오사다. 한게임 대표로 재직했던 정욱 대표가 설립했고, 투자 포트폴리오 중 첫 번째 상장사가 됐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12월 넵튠에 처음 투자했고, 1년 후 재투자했다. 펀딩클럽 행사 시점 2천억 원이었던 넵튠의 현재 시가 총액은 2,660억 원이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이제 카카오 증권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두나무'도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회사다. 카카오증권을 통한 거래액이 1조 원을 넘어, 키움증권을 제외한 어떤 모바일 증권 앱보다 성적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선행기술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루닛'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유방암 이미지를 인식, 학습하는 루닛의 솔루션은 해외 인공지능 학술대회나 챌린지에서 국내 회사로는 유일하게 늘 순위권의 성적을 자랑한다.
두 번째 '셋'은 카카오벤처스를 이끄는 '전문성'과 '집중', 그리고 '열정'이다. 유 대표는 "투자하는 분야가 확실한 VC가 있는가 하면 전반적으로 좋은 회사에 분야를 가리지 않는 VC가 있는데 카카오벤처스는 전자"라며 2012년 4월 설립 이후 차별화된 집중에 근거한 투자를 진행한다고 언급했다. 바이오나 신약 분야에 관심이 쏠려도 투자한 적이 없다는 것. "카카오벤처스가 잘할 수 있고 파트너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게 핵심이다.
다음은 전문성이다. 카카오벤처스는 '투자하는 분야와 업에 대한 전문성'을 'VC업 그 자체에 대한 전문성'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선행 기술이나 모바일, 게임 분야에 더욱 전문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는 것.
유 대표는 "15년 전만 해도 VC는 투자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멋있는 직업이었기 때문에, 계약서의 조건에 대한 이해와 투자 진행이 VC의 능력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이제는 조건을 이해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기술 설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렇게 전문성을 끊임없이 쌓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세 번째 '열정'과 믿음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유승운 대표는 스타트업에 대한 믿음,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변화에 대한 믿음,
초기 투자 분야를 리드하겠다는 열정이
카카오벤처스를 이끄는 브랜드 파워라고 믿는다
어떤 문제점을 사업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카카오벤처스는 기업가를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정신아 대표는 "늘 자신의 업을 도모하는 자세로, 자신들만의 철학을 강구하는 스타트업을 만나고 싶다"라고 했다. 그래서 카카오벤처스는 창업가들을 만날 때 이 사람은 세상의 어떤 문제를 바꾸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한다는 것. 그래서 정 대표는 "창업가라면 '다른 사람들은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왜 내가 하려고 하고 왜 나는 할 수 있는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래서 카카오벤처스는 창업가의 문제 인식에 집중한다. 어떤 문제점을 사업 아이템으로 인식하느냐다. 하지만 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 혹은 수가 많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느끼기에 정말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 이 치명적인 부분에서 사업이 생긴 후에 사용자들이 그 아이템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사명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잠재적인 기회를 파악하고 뛰어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에는 사명감과 꾸준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 정 대표는 "특히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선 더 그렇다"라며 "희망을 가지고 시작해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를 몇 차례나 넘겨야 하는데, 이 고비마다 버티기 위해서는 끈기와 집착의 교집합에 위치한 '사명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명감을 발현할 스토리까지 있으면 더없이 좋다고 덧붙였다.
스토리 발현을 위해서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역량 밸런스가 안 맞을 수도 있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좋은 개발자와 기획자, 리더를 갖출 수는 없다. 하지만 정 대표는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팀워크가 있다면 향후 각 단계별로 어떤 인재를 채워 넣고 이를 통해 어떤 밸런스를 맞춰나갈지 뚜렷해진다"라고 설명했다.
가끔 이 밸런스를 오해하고 모든 역량을 무리해 갖추고 출발하려는 스타트업도 있고, '투자를 잘 받기 위해 공동 창업자로 누굴 영입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굉장히 성급한 결정이라는 것. 그러니 공동창업자와 초기 멤버는 개개인의 역량과 팀워크를 생각해서 신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영입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 문화
카카오벤처스는 포트폴리오사를 '패밀리'라고 부른다. VC 첫 시도다. 매달 마지막 월요일, 패밀리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회포를 푸는 '패밀리데이'를 개최한다. 이런 자리에서는 각 스타트업이 최근 고민하는 주제에 대한 토론도 자유롭다. 실험 삼아 시작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카카오벤처스만의 대표적인 문화이자 차별점이 됐다는 것.
유 대표는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사들도 모두 집중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와 변화, 역사를 한 자리에서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이 패밀리데이가 각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경험이 녹아있는 '긍정의 용광로'라는 것.
카카오벤처스는 어떤 VC로 남고 싶을까. 유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이야기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VC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많은 의구심을 마주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면, 궁극적으로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유 대표는 "이런 철학으로 해외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까지 선도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라며 "이 방향을 앞으로도 유지하며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테헤란로 펀딩클럽] 카카오벤처스 유승운, 정신아 대표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