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스얼레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Nov 26. 2018

[스얼레터#154] 오래된 필름 속 이야기

2018.11.26 스얼레터#154


위 사진은 언제 찍은 사진일까요. 무려 99년도 사진인데요. 오늘은 이 사진과 연관된 작은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얼마전 방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필름 통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필름의 존재는 꽤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는데요. 그날따라 이 필름 속에는 어떤 사진이 담겨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서랍 속 필름이 방치된 시간 동안 과거에 사용한 필름카메라도, 동네의 크고 작은 사진관도 사라지고 없더라고요. 그동안 새로이 변화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지, 사라지는 것에는 참 무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나리님이 말해준 곳이 떠올라 을지로 부근에 위치한 어느 필름현상소를 찾았습니다. 

현상소 주인에게 필름을 보여주며 현상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10년이 지난 필름은 현상될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필름을 맡겼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필름의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지 적어도 15년은 지난 것 같았거든요. 현상이 완료되면 알려준다는 말을 듣고 길을 나섰습니다. 

필름은 잠시 잊어두고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던 중 메시지 한 통을 받았는데요. 다름 아닌 위 사진이 와있더라고요. 이후 현상소에서는 현상된 사진들을 차례로 보내주었습니다.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는데요. 필름 속에는 20년 전 유치원 졸업사진이 담겨있었습니다. 상태가 좋진 않지만 현상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기억만큼 흐릿한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오래되어 잘 보이진 않지만 어린 시절 저와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유치원 졸업식이 뭐가 대수라고, 7세의 우쭐함과 젊은 부모님의 대견함까지 느껴지더라고요. 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당시의 기억들도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필름 속 사진 덕분에 잠시 옛날로 돌아가 가족들과 추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함께 보며 오순도순 떠드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가깝고 우연한 곳에서 찾아올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알면서도 저 멀리 보이는 행복을 가지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어느새 발견하고 말지만요. 아무렴 괜찮습니다. 이 과정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곁에 있는 행복을 잘 보듬을 수 있을 거라 믿거든요. 여러분도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무심코 지나쳤던 것에서 의외의 행복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20년 전 사진을 보며 행복에 관해 회고 중인 인경드림



스얼레터 154호 다시 읽기 : https://mailchi.mp/startupall/153-2039325






매거진의 이전글 [스얼레터#152] 경험충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