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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지만 다른 일본 시장 이해해야

[테헤란로 펀딩클럽] 글로벌브레인 노부다케 스즈키, 김정용 파트너 2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VC를 소개하고, 창업자들이 VC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2017년 2월부터 테헤란로 펀딩클럽을 개최해왔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VC는 일본의 대표적인 VC인 글로벌브레인입니다. 행사는 노부다케 스즈키 파트너의 글로벌브레인 소개, 노부다케 스즈키 파트너와 김정용 파트너,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함께하는 대담, 그리고 참석하신 분들의 Q&A로 이루어졌습니다.


- [테헤란로 펀딩클럽] 글로벌브레인 노부다케 스즈키, 김정용 파트너 1편 에서 이어집니다.


*본 행사는 2017년 3월 진행됐습니다. 당시 테헤란로 펀딩클럽에 방문해 발표해준 노부다케 스즈키 파트너는 현재 Mitsubishi UFJ Financial Group의 CVC인 MUFG Innovation Partners의 CEO를 맡고 있습니다.




임정욱 센터장(이하 임) 동종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을 기준으로 평가 대상 기업의 매출 등을 고려하여 가치를 평가한다고 들었다. 혹시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부다케 스즈키 파트너(이하 스즈키) 굉장히 좋은 질문이다. 글로벌브레인은 세 개의 펀드를 갖고 있다. CVC펀드와 일반 펀드다. 기본적으로 CVC펀드는 비즈니스 관련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금전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이후의 비즈니스 관계다


당장은 성과가 날 것 같지 않더라도 LP 기업과 핏이 맞을 것 같다고 느껴지면 기꺼이 투자할 수도 있다.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펀드의 성격마다 유연하게 가치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여되는 것이다.


다만 일반 펀드는 CVC펀드와는 다르게 일반적인 머니 밸류에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해 보다 까다롭게 측정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시장의 상황과 잠재성, 다른 기준들을 많이 고려한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서비스 그 자체다. 펀드 종료 시기에 이 회사가 얼마나 성장해있을지, 이 회사가 만들어가려는 시장이 얼마나 확장돼 있을지를 생각한다.


김정용 파트너(이하 김) KDDI의 CVC펀드인 만큼, 한국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를 진행할 때 나중에 KDDI와 얼마나 연관이 있을지를 고려하고 이에 따라 밸류에이션은 달라질 수 있다. KDDI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KDDI와 함께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고 투자한다. 향후 인수-합병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의 첫 발걸음이 투자이기 때문이다.


해외의 B2B 기업이 일본으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주어 성공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스즈키 위치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해외 스타트업(near)이 있었다. 글로벌브레인이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을 때 이들은 일본 시장에 네트워크도, 인지도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우리에게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 그래서 투자했고, 일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영업, 마케팅 인사를 추천하고, 일본 시장을 잘 아는 개발자 채용에도 도움을 줬다. 일본 진출에 필요한 요소를 다방면으로 지원한 것이다. 덴츠나 하쿠호도 같은 에이전트 회사들도 연결했고, 결국 이들이 일본 진출 발걸음을 떼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KakaoTalk_Photo_2017-04-13-14-56-55.jpeg 왼쪽부터 글로벌브레인 김정용 파트너, 노부다케 스즈키 파트너,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투자한 한국 스타트업과 일본 기업 간 협업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나.


스즈키 글로벌브레인이 투자한 해외 스타트업 중 많은 스타트업이 일본과 정기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이들의 시장 진출을 위해 최대한 많은 네트워크 지원을 해드리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파이브락스는 굉장히 좋은 케이스였고, 탭조이에 인수되기 전에도 KDDI와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파이브락스의 성공은 글로벌브레인의 일본 투자자들에게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직방도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글로벌브레인이 직방에 투자했을 때 직방은 이미 일본 진출의 꿈을 밝힌 상태였고, 한국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다만 현재 해당 산업분야의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서, 일본 기업들과의 구체적인 협업 방안을 계속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담당하는 KDDI-Open Innovation Fund는 CVC펀드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다. 글로벌브레인이 현재 한국에서 투자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KDDI와 사업적 시너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투자가 진행되면 KDDI 쪽 사업부와 연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KDDI의 자회사와 협업하는 형태로도 일본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글로벌브레인의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KDDI, 그리고 글로벌브레인이 일본 시장에서 가진 좋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스즈키 처음 한국 스타트업들을 만난 게 2012년이다. 그때 beLAUNCH에 참석했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당시 일본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시장이 한국처럼 크지는 않았다. 한국은 훨씬 더 깊고 넓게 발전한 느낌이었다. 그때 이미 고도화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일본 스타트업에 비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국어 구사력이 좋은 것도 대단했다. 한국의 내수시장이 일본의 내수시장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는 열정이 더 강했고, 그를 뒷받침할 능력도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서비스, 글로벌에서도 주목할만한 기술에 도전하는 것이 놀라웠다. 이 부분은 일본 VC들도 동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2012년만 해도 공식적인 한국 스타트업 행사에 일본인은 나 혼자였는데, 이후 매년 일본인 참석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partners.png 글로벌브레인의 일본 내 네트워크들. 포트폴리오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비교해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갖는 특징,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


스즈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정부의 역할과 권한이 굉장히 크다. 한국 정부의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늘 놀랍다. 전반적인 투자 규모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2016년에 2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됐지만, 일본에서는 1.3조 원에 그쳤다. 일본에는 사실상 정부 지원이 없는 편이다. 한국은 정부 지원 규모도 크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게 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6년 정도 운영했다. 확실히 일본보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더 많은 편이다. 정부 에이전시도 많기 때문에 정부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 일본에서는 그런 지원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늘려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한국 IT 서비스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염두에 두면 좋을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스즈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다른 점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점을 빠르게 인정하고
일본 소비자들에 맞게
최적화해서 진출해야 한다


글로벌브레인의 투자자 중 하나인 VCNC(비트윈)을 예로 들어보겠다. 커플을 위한 소셜 미디어인 비트윈의 DNA가 일본 시장에서도 분명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 처음에는 글로벌브레인도, VCNC도 한국의 서비스를 그대로 일본에서 제공하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국 커플과 일본 커플이 다른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 커플들은 대화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공유하고 깊게 이야기하는 채널로 비트윈을 사용하고 싶어 했다. VCNC는 이 다름을 빠르게 찾아내고 극복해 일본 마켓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보완했다. 다름을 인정하고 빠르게 극복해야 한다.


만약 일본어를 잘한다면 당연히 일본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그러나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본에 진출해서 현지 직원을 고용할 수도 있다. CEO가 꼭 일본어로 소통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도 B2B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일본에서는 계약을 하나 체결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콜드 콜도 답변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영업을 하는데도 긴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까 스즈키 파트너가 이야기한 것처럼 한번 관계를 맺고 나면 이 관계가 굉장히 오래 지속되고, 꾸준히 서로를 챙긴다. 한국이나 중국, 미국에 비해 초반에는 네트워크 확장 속도가 조금 느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일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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