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기 위해서는 타인의 방심을 활용해야 한다.
농산업 스타트업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들어온지도 이제 2개월차다.
한번의 월급을 받고.
아직도 내가 왜 이 길을 택했는지, 그리고 이 길이 얼마나 비전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유를 더 많이 허락해주는 곳이라는 점 만으로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는 직장이다.
어느 사업일지라도 '판매' 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거두는 형태가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달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판매만 고려하더라도 늘 피크가 있고 (농산업에는 농번기, 농한기가 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역기획을 하면 업무의 피크가 언제 존재하며,
이를 위해 조직은 어떤식으로 애자일하게 운영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농산업의 피크는 3~4월이다.
이때를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소소하게 매출을 만들고 성장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늘 압도적 성장의 기류에 편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3~4월이 올해의 전부이다.
이를 기준으로 역으로 업무를 설계해보니...
아. 절망스럽다.
이미 늦은 사업영역도 있고 (이 경우 또 올해동안 '테스트' 잘했다고 표현하겠군)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하는 사업영역도 있었다. (이 때가 작년 12월 중순이었다)
회사와 사회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슬슬 짙어져가고 있었고
느슨해진 조직에 타이트함을 넣기에는 핵심인력 규명도 안되어 있고
사업 성장을 위한 업무 셋업도 미비했다.
별 수 없지. 몸으로 때워야 했다.
이 시간까지 또 시간이 흘러 연말은 지나갔고,
1월 2일 첫 출근일 부터 바로 팀을 재배치해 2개조로 2박3일씩 지역출장을 보냈다.
물론 한개조는 내가 들어가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일단 가기전 최대한의 학습과
전문가들을 제압할 무기들을 준비하고 출장을 다녀온 결과
빠르게 목표한 것이 최소수준으로는 확보되었다.
그보다 더 다행인 것은, 이 과정을 같이 겪은 팀내 부장님이 (직급으로는 내 위다)
'이제 저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라는 표현과 함께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충남 논산으로 계약을 위해 KTX를 타고 내려가는 길인데,
1월 1주차부터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면서,
"내가 왜 이러고 있냐" 하는 자조와 함께,
뿌듯함이 올라오는 것은...
빠르고 기민한 기마민족의 전략적 우월함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자존감 때문인 것 같다.
힘들어도, 올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