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의 반은 대만에 있는 이한길의 대만 출장기
사실 저번 편에서 훠궈를 먹으면서 어떤 방향으로 글을 쓸 건지 정한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못 먹었으므로 이번 편도 신변잡기 따위를 쓰기로 하였다. 내용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변명과 함께.
보통 출장을 국외 비행과 호텔,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색 있는 음식이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으로 생각하지만 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다. 식비/일비/숙박비를 최대한으로 아끼고 하루라도 해외지사에서 더 머물 수 있도록 금액을 쥐어짜는데.... 아, 사실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그냥 대만 생활에서의 직장인 식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처음에 대만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식사였다. 성격이 우울해서인지, 혼자 밥 먹는 건 잘 못하고, 그렇다고 향신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대만 음식을 쉽게 먹으러 갈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근무 중에 동료들과 함께 먹는 점심이 가장 안전하고 즐거웠는데, 오늘 점심은 85NT (3060원) 짜리 대만식 칼국수, 어제 점심은 80NT(2880원)을 내고 광동식 양고기 덮밥을 먹었다.
처음 대만에 왔을 때는, 한식이 너무 생각나서 정말 자주 요리를 해 먹었던 거 같다. 소주 대여섯병 들고 가는 건 당연하고, 심지어 김치도 진공포장을 해서 꼭 한 포기씩 챙겨갔었다. 어떨 때는 근처 한식당에 전화해서 김치를 구매하기도 했었다. 다행히도 같이 생활하는 Airbnb호스트 Ian이 한국을 좋아해서 부엌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는데 사실 요리할 때마다 나에게 했던 말이. "Leo 너는 왜 요리를 하니? 나가서 사 먹으면 100NT면 먹는데, 너 지금 재료값 쓴 거 봐봐 ㅋㅋㅋ"라는 말이었는데, 사실 한식이 먹고 싶어서 요리한 거라는 변명을 치더라도 실제로 식재료값이 분명히 사 먹는 거보다 훨씬 비쌌다. 그래도 고집 있게 한식(이라고 쓰고 라면이라고 읽는다)을 먹었지만, 하루 이틀 외식을 하다 보니, 대만식에도 적응이 되고, 나중에는 김치 생각도 안 나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싸고 맛있는 외식에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점심에는 김치찌개나, 동태탕 같은 7000원가량의 직장인 식사가 거의 절반 가격에 해결되다 보니 일비도 절약할 수 있고, 대만 출장이 총합 4개월이 되는데도, 아직도 처음 먹는 음식점이 있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맛있는 직장인 식문화를 더 쓰려고 했는데, 라인에 저장된 사진들이 만료되었다. 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