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이름의 도피 2. 신화의 땅 코카서스
여행이란 이름의 도피, 두 번째 신화의 땅 코카서스
내가 코카서스를 여행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비행기표가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며 인도 여행을 좀 더 하고 싶어 다시 비자를 신청했었는데 문제가 생겨 비자를 받지 못하고 같이 여행하던 친구들과 헤어져 다른 여행지를 찾아야만 했다. 그때 마침 네팔에서 아르메니아로 가는 비행기표가 저렴하게 나왔고 두바이를 거쳐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도착한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의 일주일, 그중 슬프고도 아름다운 코르비랍에 대한 짧은 방문기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서 코르비랍은 1시간이면 갈 수 있다. 가는 방법은 택시를 빌려 가거나 미니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영어는 안 통한다고 보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
(아르메니아의 택시는 바가지 천국이긴 해서 협상을 잘해야 하지만...)
우선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은
1. 메트로를 타고 예레반 역에서 내린다.
2. 예레반 역의 왼쪽에 있는 미니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3. 코르비랍 가는 미니버스를 찾아 탑승한다. (2016년 겨울 기준 아침 9시, 11시, 14시에 출발, 가격은 500 디람)
4. 코르비랍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적당히 눈치 보고 내리면 된다.
5. 대로변에 내려서 코르비랍까지 20-30분 정도 걷기.
첫째. 코르비랍 수도원(Khor Virap Monastery)
'깊은 우물'이란 뜻의 코르비랍 수도원은 4세기에 성 그레고리오가 13년간 수감되어 있던 지하 감옥 위에 7세기에 교회가 건설되기 시작해 17세기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아르메니아 정교회 특유의 건축양식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아라랏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코카서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둘째. 아라랏 산(Mt.Ararat)
아르메니아 민족의 성산이었던 아라랏산은 러시아, 이란, 터키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지금은 터키에 속해 있다.
해발 5137m로 높진 않지만 평지에 우뚝 솟아있어 바라보면 경외심이 들 수밖에 없는 산이다.
창세기에 노아의 방주는 아라랏산에 머물렀다 라는 말이 있는데, 산 중턱에 그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아르메니아 기독교 역사와 함께하는 성스러운 산이지만 정작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방문할 수 없는 안타까운 곳이기도 하다.
예레반의 메트로는 소련 시절 건설되어서 그런지 러시아 느낌이 물씬 난다. 예레반에는 총 10개의 역이 있는데 요금은 100 드람(약 25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Yeritasardakan역에서 탑승해 Sasuntsi David 역에서 내려 Intertown 미니버스 정류장으로 가 코르비랍행 미니버스(마슈르카)에 올라탄다. 하루 3대밖에 없기 때문에 출발 30분 이전에는 도착해야 앉아서 갈 수 있다.
마슈르카에서 내려 코르비랍 교회로 가다 보면 만년설에 덮인 아라랏산을 볼 수 있다. 이때가 11월이었는데 얼마 전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겨울이 훨씬 더 이쁜 것 같다.
아라랏산은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평지에 우뚝 솟아있어 왠지 모를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 코르비랍 교회 자체는 그리 특별하진 않은데 특이하게 내부에 성 그레고리오가 13년간 머물렀던 지하 공간이 있다.
교회 내부의 숨겨진 통로를 이용해 지하공간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이 지하공간에서의 가혹한 13년의 시간... 그런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믿음
예레반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큰길로 돌아가는 길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