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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릭 Mar 29. 2019

"일인칭 셰익스피어"를 시작합니다.

브런치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릭입니다. 요릭은 셰익스피어의 가장 유명한 작품 <햄릿>에 잠깐 언급되는 어릿광대의 이름입니다. 햄릿이 무덤 가에서 어떤 해골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해골의 주인이 바로 햄릿이 어릴 적 왕궁에서 함께 놀았던 광대 요릭이었던 거죠. 사실 요릭이 어떤 인물이었지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제게는 요릭이 씬 스틸러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햄릿 하면 으레 떠오르는 게 해골을 든 왕자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아무튼 저는 제 브런치에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필명을 요릭으로 지어 보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일인칭 셰익스피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일인칭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을 이야기 형태로 가볍게 소개하되, 주요 인물의 시점으로 사건과 상황을 재구성해서 전달하고자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너무나 유명한 작가이고 그의 모든 작품이 수많은 번역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희곡이란 장르는 워낙에 연극 공연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혼자 독서로 즐기기에는 그리 쉽지도 편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소설이나 이야기 형태로 바꾸어 소개하는 시도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찰스 램의 <셰익스피어 이야기 Tales from Shakespeare>는 영국의 유명한 수필가인 찰스 램이 그의 누이 메리와 함께 어린이 독자들이 셰익스피어를 조금 더 친근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도록 짧은 이야기 형태로 다시 쓴 작품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셰익스피어 이야기>가 국내에는 셰익스피어의 원작보다 먼저 번역 소개되었고, 오랫동안 셰익스피어를 맛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셰익스피어 이야기>와 같은 형태의 책들이 국내에서는 어린이 독자는 물론 성인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일인칭 셰익스피어> 역시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작품을 소개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전지적 관점의 서술자가 줄거리를 개괄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차별점을 두려고 합니다. 일인칭 시점을 채택한 이유는 독자 여러분들이 극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특정 인물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 인물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의 생각과 감정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해보면서, '내가 만약 그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또는 '그때 나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시기를 희망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가련한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하는 경험을 충분히 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악당에게 감정 이입해보는 건 어떨까요? 앞으로 연재할 몇몇 꼭지는 악당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사건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들은 나와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은 같은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일인칭 화자가 사건을 서술하기 때문에 하나의 글에서 원작의 모든 부분을 다 다룰 수는 없습니다. 여기 연재될 글들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가장 효율적으로 정리한 요약물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원작을, 그리고 작품 속 인물들을 조금 더 흥미롭게 읽고 생각해보는 데 조그만 자극 혹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잘 알려진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이나 해석을 조금씩 벗어나 조금이라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가급적 모두가 아는 주인공이 아니라 중심에서 약간 비껴 난 인물들을 서술자로 선택해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본문의 글은 원작의 내용을 제가 이해한 방식으로 다시 쓴 것이지만, 군데군데 셰익스피어의 원 대사의 문장과 표현을 녹여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서술자로 선택한 인물이 작품 속 다른 인물의 대사를 차용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원작과 비교해서 읽는 재미를 위한 것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본문에서 가끔 다른 작품 속 인물들을 언급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해당 인물을 다른 인물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인물들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지만 요즘 대세인 마블이나 DC 코믹스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개별 이야기를 하나의 거대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셰익스피어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엉터리라고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극중 인물을 제외하고 작가도 독자인 우리도 작품을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걸요. 언급된 인물은 연재 과정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국내 독자들에게, 그리고 저에게 보다 친숙한 비극의 인물들을 우선 연재하고 이어 희극편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모쪼록 부족한 글이나마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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