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소설 '유원'에 관한 것이다. 꽤 반응이 좋은 것 같아 가을쯤부터 읽어야지 하고 있었지만, 왜인지 요즘 좀처럼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 미뤘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강력한 추천을 받았고,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먼저 '유원'은 2019년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며, 최근 민음사의 제4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어릴 적 비극적인 화재 사건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인 유원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원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가족, 아저씨, 친구들)과의 관계와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주된 스토리이다.
'유원'은 뭐랄까. 재밌다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좋은 소설이었다. 성인이 된 내가 실존하는 고등학생을 지켜보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소설. 지켜보며 이런 행동은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이런 건 조금 더 빨리 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하지만 동시에 나도 그러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덤덤하게,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매력이었다. 지금도 서툴지만 그보다 더 서툴렀던 10대의 끝자락. 유원이 가진 다양하고도 모순적인 감정 때문에 오히려 더 감정이입이 쉬웠다. 누구든 그에게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살짝 아쉬웠던 부분이 딱 두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제목이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유원이 뭐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그게 주인공 이름이라는 걸 알았을 땐 솔직히 의아했다. 좀 더 인상적인 제목이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제목과 책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다. 제목도 글도 정말 담백했다.
또 다른 하나는 끝 부분에 나왔던 개인적으로 뜬금없다고 느낀 장면이었다. (반전 요소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포 방지를 위해 같은 반 학생과의 대화 정도로 표현하겠다) 그 대화 내용이 내게는 조금 뜬금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장면이 왜 필요한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기에 그마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로 이루어지게 된 어떤 이유들처럼, 수현도 어떤 기점이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다.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성격 형성에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나라서 더 공감이 됐다. 저 문장처럼 유원이 유원처럼 자란 이유, 수현이 수현처럼 자란 이유가 명확해서 좋았다.
책의 뒤표지에서는 이 소설을 "모순투성이 마음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표현한다. 적절한 소개다. '유원'은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고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감정 묘사와 전개, 마무리까지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극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소설일 수 있다.
유원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잔뜩 웅크리고 살던 지난날의 나를. 돌이켜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이제는 안다. 언젠가 성장하게 될, 지금 성장하고 있는, 이미 성장해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운 그 시절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