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오랜만에 복면가왕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바로 '부뚜막 고양이' 때문이다. 어느덧 5연승을 해낸 가왕. 복면가왕을 보는 사람들 중에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게는 좀 더 특별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 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가 속한 그룹의 오랜 팬이다.
그래서인지 복면가왕을 볼 때마다 즐기지 못하고 조마조마했었다. 괜히 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물러날 자리겠지만, 그래도 매주 마음을 졸이며 봤었다. 그런데 이번 무대를 보고 그런 감정은 더 이상 갖지 않기로 했다.
5연승을 위해 준비한 그의 무대는 Sondia의 '어른'이었다. 이 리뷰를 쓰면서 검색해 보니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였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조차 모를 만큼 정말 처음 들어본 곡이었다. 그래서 전주와 함께 제목이 떴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아는 곡이 아니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근데 부뚜막 고양이가 (내 기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무대를 본 지 3분이 흘렀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 그동안의 무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처음에는 모르는 노래라 그냥 흘려듣다가, 점점 가사가 귀에 꽂히면서 울컥하기 시작했다. 어른들을 향한 위로라는 소개가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판정단석에 앉은 많은 어른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볼 수 있었으니까.
각자가 느끼는 울컥한 포인트는 다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이 부분의 가사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들은 어릴 땐 다 컸다고 얘기하고, 커서는 아직 어리다고 얘기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게 현실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줄 알았던 나는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사람이구나. 보통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쯤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꿈을 꾸던 사람들에게 그 순간은 잔인할 만큼 확실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청소년기에는 정말 당연하게 이룰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꿈이 멀어져 가는 걸 느끼면서,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 오래 앓았었다.
지금이야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면서 현실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당시 상처 받았던 내가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저 가사가 노래가 되는 순간 눈물을 쏟아낸 걸 보면 말이다.
새삼, 좋은 노래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노래로 하는 위로라는 걸, 진짜로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더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지 않을 거라 확신해서가 아니다. 이 정도의 무대를 보여줬다면, 팬으로서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노력과 욕심에 따라 분명 그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게 내가 욕심낼 부분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기쁜 마음으로 복면가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더 기대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좋은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싶어 긴 글을 적었다. '별별 리뷰'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루지 못한 꿈을 간직하며 현실을 사는 어른들에게, 나의 작은 세상이 웃어줄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을 기다리며.. 이 무대를 추천한다.부디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