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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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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Nov 25. 2020

[복면가왕] 부뚜막 고양이의 '어른'

MBC '복면가왕'


이루지 못한 꿈을 간직하며 사는 어른들을 위한 위로


요즘 정말 오랜만에 복면가왕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바로 '부뚜막 고양이' 때문이다. 어느덧 5연승을 해낸 가왕. 복면가왕을 보는 사람들 중에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게는 좀 더 특별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 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가 속한 그룹의 오랜 팬이다.


그래서인지 복면가왕을 볼 때마다 즐기지 못하고 조마조마했었다. 괜히 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물러날 자리겠지만, 그래도 매주 마음을 졸이며 봤었다. 그런데 이번 무대를 보고 그런 감정은 더 이상 갖지 않기로 했다.


5연승을 위해 준비한 그의 무대는 Sondia의 '어른'이었다. 이 리뷰를 쓰면서 검색해 보니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였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조차 모를 만큼 정말 처음 들어본 곡이었다. 그래서 전주와 함께 제목이 떴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아는 곡이 아니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근데 부뚜막 고양이가 (내 기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무대를 본 지 3분이 흘렀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 그동안의 무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처음에는 모르는 노래라 그냥 흘려듣다가, 점점 가사가 귀에 꽂히면서 울컥하기 시작했다. 어른들을 향한 위로라는 소개가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판정단석에 앉은 많은 어른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볼 수 있었으니까.




각자가 느끼는 울컥한 포인트는 다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이 부분의 가사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들은 어릴 땐 다 컸다고 얘기하고, 커서는 아직 어리다고 얘기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게 현실을 깨닫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줄 알았던 나는 생각보다 별 거 아닌 사람이구나. 보통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 번쯤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꿈을 꾸던 사람들에게 그 순간은 잔인할 만큼 확실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청소년기에는 정말 당연하게 이룰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꿈이 멀어져 가는 걸 느끼면서,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 오래 앓았었다.


지금이야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면서 현실을 살아가게 되었지만, 당시 상처 받았던 내가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었던 모양이다. 저 가사가 노래가 되는 순간 눈물을 쏟아낸 걸 보면 말이다.


새삼, 좋은 노래를 들려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노래로 하는 위로라는 걸, 진짜로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더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지지 않을 거라 확신해서가 아니다. 이 정도의 무대를 보여줬다면, 팬으로서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노력과 욕심에 따라 분명 그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게 내가 욕심낼 부분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제 기쁜 마음으로 복면가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더 기대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좋은 무대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싶어 긴 글을 적었다. '별별 리뷰'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루지 못한 꿈을 간직하며 현실을 사는 어른들에게, 나의 작은 세상이 웃어줄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을 기다리며.. 이 무대를 추천한다. 부디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길.


https://youtu.be/T0-NsJtbN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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