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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Jun 18. 2022

청년들이 상담을
받았으면 하는 이유


상담은 내가 꽤 오래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해왔던 권유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 인생이 바뀝니다!"와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내 생각은, "상담을 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에 가깝다. 물론 모든 상담이 아니라 정말 잘 맞는 경우에 말이다.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가장 최근에 받았던 상담에 관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약간 별난 구석이 있다. 그렇다고 눈에 띌 정도로 심하진 않았고 평범한 범주 내에서 몇몇 별난 부분이 있는 정도였다. 그 별난 것 중 하나가 바로 상담에 대한 태도였다.


90년대생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린이-청소년기를 거치는 시기에 상담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상담이라는 건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왜인지 나는 그렇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심리 검사도 좋아했고, 그걸 바탕으로 상담받는 것도 좋아했고, 힘들 때 상담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서 기회만 있다면 하고 싶어 했다.


아마 그러한 성향은 내가 가진 가장 별난 구석인 '자기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힘든 것'을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많은 이들에게 상담을 권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사실 정작 내가 상담으로 엄청난 만족감을 받은 적은 없었다. 대체로 그냥 누군가에게 얘기하면서 속이 시원해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추할 만했지만 내심 아쉬움이 있었다. 정말 잘 맞는 상담사를 만나면 다를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러다 작년에 정말 그런 상담사를 만나 3회기의 상담을 했고 여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얻었다. 그래서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당시에 있었던 한 사건 때문이었다. 내 행동에 대한 지적과 그에 대한 나의 항변으로 이어지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었지만 유독 타격이 컸다. 그건 학교도서관 근무 경험 때문이었다. 부당한 일을 겪으며 참지 않고 표현하는 게 옳다고 믿고 그렇게 했지만, 일부 가까운 이들의 시선은 달랐다. 간단히 말하자면 왜 그렇게 화가 많아졌니, 왜 그렇게까지 하니,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고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 일을 잘 모르면서 왜 저렇게 얘기하지? 분명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내가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지? 라며 무시했지만 거듭될수록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래서 결국 다시 상담을 찾았다.




첫 상담 때, 상담은 받으러 온 이유를 비롯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상담사님이 내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혹시, 이 세상 속에서 부당하고 잘못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이 질문을 받고, 조금은 머뭇거렸다. 사회생활 시작하면서부터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이 질문에 긍정의 대답을 하면 마치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일 것 같았으니까. 상담에서 솔직함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는 걸 보니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심리적으로 몰려있긴 하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여기까지 와서 피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맞아요. 세상이 좀 그래요."


예상치 못한 그 말에 놀라서 네? 하자 상담사님은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얘기하셨다. 생각보다 이 사회의 시스템이 정교하지 않고, 부당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걸 알아채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조금 더 예민할 뿐인 거고, 결코 나쁜 게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히려 시스템에 대항하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가진 거니까 남들이 그걸 안 좋게 보고 얘기해도 신경 쓸 필요 없다 덧붙였다.


"나중에 정말 좋은 어른이 될 거예요."


그 말이 내겐 정말 큰 위로가 됐다. 옳다고 믿었던 것을 부정당하며 길을 잃은 기분이었는데, 그런 내게 필요한 말을 알아채고 해 줬다는 게 정말 좋았다. 그게 설령 그 사람의 직업의식에서 비롯된 거라도 상관없었다. 때론 알면서도 그런 말에 기대고 싶어 지니까.




그래서 이번에 소개한 내 행운은 좋은 상담사, 나와 잘 맞는 상담사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많이 해본 만큼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더 소중한 경험이다. 그리고 이 경험만큼은 부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나는 여전히 상담이 인생을 바꿔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자신뿐이다. 그리고 상담은 스스로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확률을 높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음속 응어리를 덜어주는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그 상담사와 안 맞았다는 거니까 훌훌 털고 다른 곳에 가보자. 그러다 보면 나처럼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참고로 나는 지역의 한 센터에서 상담을 무료로 할 수 있었다. 나만 받은 특혜가 아니라 신청을 하면 누구나 가능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잘 찾아보면 지역마다 관련 센터나 프로그램이 있으니 꼭 찾아봤으면 좋겠다. 원래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잘 안 보이기 마련이니까 이 글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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