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개최되는 헬싱키 비엔날레에 한국 아티스트 2명 참여
필란드 헬싱키 근처에 있는 '발리사리'라는 섬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섬은 오랜 시간 러시아와 필란드의 군사기지로 활용되었습니다. 1808년 스웨덴과 러시아의 전쟁 중에는 주로 러시아의 군사기지로 사용되다가, 1917년 필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로는 필란드의 무기 창고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2008년, 필란드 군이 섬을 군사가지로 활용하지 않게 되었고, 2016년이 되어서야 민간에 개방되었습니다. 때문에 발리사리는 도심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풍부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 섬에 서식하는 희귀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격년제로 일부 지역의 출입이 금지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특별한 환경적 가치를 갖고 있는 발리사리 섬에서 첫 번째 헬싱키 비엔날레(Helsinki Biennial)가 열리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상호 연결성을 의미하는 "The Same Sea"라는 제목을 내걸었습니다.
헬싱키 비엔날레는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예술 이벤트입니다. 공동 큐레이터인 피르코 시타리(Pirkko Siitari)는 헬싱키 비엔날레의 모든 작품은 환경 문제와 지역 생태계를 염두 하여 전시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비엔날레의 진행 차원에서는 섬에 쓰레기가 남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것부터, 책임 구매와 자재 효율성까지 관리하여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였습니다.
헬싱키 비엔날레에는 한국의 아티스트 2명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41명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발리사리섬의 역사적인 건물, 화약 저장고, 텅 빈 주거지들을 따라 발견되는 비엔날레의 예술 작품들 중 몇 가지를 소개 해 드립니다.
양면을 반사하는 철제 거울을 두고 두 개에 돌이 놓여있습니다. 이 두 개의 돌 중 하나는 가짜이며 거울 이미지 입니다. 다른 하나는 진짜 돌이며, 알리샤 콰데가 발리사리와 쿠닌칸사리(Kuninkaansaari) 섬 사이에서 주워온 바위입니다. 헬싱키 비엔날레가 끝난 후 이 작품은 헬싱키 인근 칼라사타마(Kalasatama)에 영구 전시될 예정입니다.
<Pras Pro Toto>는 태양계의 행성을 닮은 8개의 구체입니다. 이 구체는 지구의 여러 지역에서 온 돌입니다. 이 작품 역시 공공 예술 작품으로서 헬싱키 인근 칼라사타마(Kalasatama)에 영구 전시될 예정입니다.
발리사리는 버려진 섬이지만 인간의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폴란드 아티스트 파베우 알타메르는 비엔날레를 위한 작품을 의뢰 받았을 때 죄수들을 보게됬습니다. 이들은 인접한 섬에 있는 개방된 교도소의 수감자들로서, 발리사리섬에서 유지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수감자들을 자신의 VR 영화 <Seven Prisoners>에 담았습니다. 6명의 수감자들을 캐스팅 했으며, 7번째는 파베우 알타메르 본인이 연기 했습니다.
야코 니에멜라의 <Quay 6>는 발리사리섬의 북쪽 부두에서 설치되어 있어, 헬싱키에서 배를 타고 온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물은 약 6미터인데, 이 6미터는 그린란드의 북부 빙상이 기후 변화로 인해 모두 녹았을 때 상승하게 되는 해수면의 높이 입니다. 이 구조물은 다양한 부품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어 하나가 흔들리면 전체 구조물이 무너지게 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과거 군사용으로 사용되었던 발리사리섬에는 벙커와 하약 저장고의 흔적들이 남아 있으며, 현재는 그곳에 작품 중 일부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섬의 역사는 군 경험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다루는 작품과 연결됩니다.
권하윤의 애니메이션 <489>는 남한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를 정찰을 수행했던 군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군인은 비무장지대에서 지뢰를 밟고 터뜨릴 뻔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구합니다.
이러한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최대 489년이 걸릴 것이라 합니다.
천경우는 끊임없는 정보, 소셜 미디어, 소비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서 말하기와 듣기로 이루어지는 소통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관객이 작품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하여 타인을 만나도록 도와줌으로서 청자와 화자의 역할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Bird Listener>는 그가 섬에 처음 방문 했을 때, 정확히 어느 새가 내는 소리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인상 깊었던 새들의 지저귐에서 착안 되었습니다. 천경우는 관객이 섬에서 들어와 들은 여러 새의 소리 중 하나를 떠올리고, 그 새의 모습을 상상하여 실루엣을 그리도록 합니다. 그 후 그림 밑에 관객이 생각하는 'Best Listner'의 이름을 적게 합니다.
<Islands of Island>는 비엔날레의 관객에게 그들의 소식을 가장 기다리고 있을 사람에게 편지 한 장을 쓰게 합니다. 관객은 빨간 천 조각에 익명으로 편지를 쓰고, 그 천 안에 섬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나뭇가지, 잎사귀, 자갈, 흙 등의 자연물들을 넣고 감쌉니다. 그리고는 관람객만이 알 수 있는 위치에 편지 덩어리를 숨깁니다.
헬싱키 비엔날레는 바다를 끼고 거닐며, 러시아와 필란드의 생태계가 혼합된 이색적인 자연풍경과 걸출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헬싱키 비엔날레 "The Same Sea"는 2021년 9월 26일 까지 계속됩니다.
사진출처: 헬싱키 비엔날레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