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영화

4만년 전, 인류 최초의 예술은 영화였다

by 스탯
한 예술가 집단이 조각 도구와 횃불을 들고 어두운 동굴 앞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곧 어두컴컴한 동굴로 들어갑니다. 그들이 40분이 넘도록 계속해서 비좁은 동굴 안으로 들어 갔을 때, 그들 앞에 거대한 스크린이 나타납니다. 깜빡이는 불 꽃 속에서 스크린에는 말, 들소, 사슴 및 염소 수십 마리가 뛰어 놉니다.


약 38,000년 전,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최초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두운 동굴을 탐험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최초의 예술 작품은 놀랍게도 영화입니다. 오늘은 이 4만년 전 영화와 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소개합니다.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eab3a0eb8c80_eb9dbcec8aa4ecbd94eb8f99eab5b4ebb2bded9994.jpg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

라스코 동굴과 알타미라 동굴을 비롯하여 서유럽에 위치한 유명한 동굴에 짐승 벽화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들어가기도 힘들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동굴 속에 들어가 그림을 그렸는지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사냥과 거처를 구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생활 반경과 멀리 떨어진 곳에 예술 활동을 했기 때문에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이에 대해 여러 논의들이 진행되어왔습니다. 흥미로운 의견 중 하나는 구석기 사회가 단순히 벽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 아니라, 사냥 의식, 환각 파티, 역사 기록, 교육 자료, 그래픽 노블 등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예술로서 벽화를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원시 영화를 만드는 방법

image.jpg 스페인 아트수라(Atxurra) 동굴 벽화. 서로 다른 위치에 겹쳐 있거나 조각들이 분리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횃불에 의해 비춰지는 빛과 그림자가 동굴에 그려진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고고학자이자 영화감독인 마크 아제마(Marc Azéma)는 그의 저서 <영화의 선사시대>에서 이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아제마는 12개 프랑스 동굴에서 50개 이상의 동물 형상이 마치 질주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머리를 움직이거나, 꼬리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변형되어 그려졌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쇼베(Chauvet)의 동굴 벽화에서는 다리가 8개인 들소의 그림에 횃불을 비추면 들소가 4개의 다리로 벽을 가로질러 걸어 다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합니다.이 때문에 동굴 벽화를 태초의 영화인 ‘프로토 시네마(Proto-cinema)’라고 합니다.



영사기의 조상, 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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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고학자 에이프일 노웰(April Nowell)과 그의 동료들은 구석기 시대의 횃불과 동일한 색상, 강도 및 깜빡임으로 빛을 방출하는 전기 램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횃불의 그을음이 동굴 내부를 비롯한 고고학 유적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실제로 타는 횃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모조품의 기반은 약 17,500년 전 프랑스 라스코 지역에서 만들어진 구석기 시대 석등 입니다.


02-Night.02.F1-1076x567-1024x540.jpg 약 17,500년 전 라스코 동굴에서 쓰인 석등의 복사품
pone.0250497.g007.jpg 석등에 불을 붙이는 순서(우)

고대 사람들은 램프의 그릇에 식물 재료와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심지를 넣어 불을 밝혔다고 추측됩니다. 학자들은 이를 통해 구석기 시대의 횃불은 아마도 한 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꺼진다는 사실 또한 밝혀 내었습니다. 그렇다면 원시 영화의 러닝 타임은 한 시간 남짓이었을 것입니다.



태초의 영화관,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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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뿐만 아니라, 불에 비춰진 동굴은 분위기 마저 현대 영화관과 흡사하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고고학자 에이프릴 노웰은 구석기 시대의 횃불을 모방하는 램프를 직접 동굴에서 시연해보았습니다. 그 장면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합니다. 구석기 시대 횃불 화염과 깜빡이는 빛, 춤추는 그림자, 불에서 나오는 따뜻함이 영화관의 느낌을 만들어 내고, 현대 기술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하고 따뜻한 느낌의 원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어두운 동굴에서 절묘한 그림들을 그렸던 이유를 명확히 밝혀 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따뜻한 빛과 춤추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원시 영화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아틀라스옵스큐라 / 더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