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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Jul 18. 2017

랜드마크 없는 도쿄에 가는 이유

쉼표가 아닌, 느낌표를 찾아서

도쿄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요?


도쿄타워 외에 딱히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쿄타워는, 시간이 흘러도 건재한 에펠탑과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노쇠해져 랜드마크의 역할을 힘겨워 합니다. 도쿄타워를 대신하기 위해 2012년에 스카이트리 타워가 세워졌지만, 랜드마크로서의 상징성을 갖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건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어도 상징성을 갖는 랜드마크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렇다할 랜드마크 하나 없지만 도쿄는 동경의 대상입니다. 낭만적인 랜드마크와 거리가 떠오르는 뉴욕, 런던, 파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입니다. 다른 도시들보다 부족해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도쿄가 동경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랜드마크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그들의 일상이 만들어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도쿄를 도쿄답게 하기 때문입니다.


도쿄에 가면 무엇을 먹어도 맛이 있습니다. 미식가들에게 도쿄는 삼시 세끼로 부족합니다. 또한 도쿄에서는 곳곳에서 감각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감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도쿄에서는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면 구하지 못하는 제품이 없습니다. 마니아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도쿄에서는 차별적인 콘셉트, 틀을 깨는 사업모델, 번뜩이는 운영방식 등을 가진 매장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영감과 오감을 자극합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가 퇴사를 준비하는 여행의 첫도시로 도쿄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는 미래를 고민하고, 실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을 위해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남다른 25곳을 선정해서 소개하는 책입니다. 도쿄에서 이런 곳들을 경험할 수 있다면, 비즈니스에 쉼표가 아니라 느낌표가 필요하다면, 랜드마크가 없어도 도쿄에 가볼만 하지 않을까요?


1. 아코메야

미리 보는 쌀가게의 미래
: 쌀로 짓는 라이프 스타일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시대에 쌀가게를 새로 시작하는 건 무모한 도전일까요? ‘아코메야’는 쌀가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업을 재정의한다면 쌀가게도 누군가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2. 미스터 칸소 / 니시키야

요리사가 없어도 요식업을 할 수 있을까? 
: 간편식의 재발견

날개 없는 선풍기가 가능하듯이, 요리사 없는 요식업도 가능합니다. ‘미스터 칸소’는 통조림만으로 감각적인 선술집을 만들었습니다. 요리사 없는 식당을 고민한다면 레토르트 제품 전문점인 ‘니시키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시루카페

커피를 공짜로 팔아도 돈 버는 카페 
: 고객을 바꾸면 1500원짜리 커피를 1500만 원에 팔 수 있다

카페는 넘쳐납니다. 하지만 공짜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시루카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이 커피값을 대신 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 이유로 커피를 사는 걸까요?  


4. 마구로 마트

젓가락보다 숟가락이 필요한 참치 전문점 
: 버리는 것에서 찾는 덤

‘마구로 마트’에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이곳에는 숟가락으로 퍼먹는다는 재미 이상의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만한 참치 전문점입니다.     


5. 카노야 애슬리트 레스토랑

조깅족을 위한 식당이 오피스 빌딩에 있는 이유 
: 대중을 이끄는 마니아의 힘

‘카노야 애슬리트 레스토랑’은 조깅족을 위한 건강식을 팝니다. 그런데 식당에는 정장을 입은 손님들이 더 많습니다. 타깃을 좁힐수록 타깃이 넓어지는 역설의 현장입니다.      


6. 아스톱

한 개의 매장 속 1000개의 피규어숍 
: 유통업과 임대업은 종이 한 장 차이

백화점은 임대업입니다. 물건이 아니라 공간을 파는 이 모델을 백화점만 사용하란 법은 없습니다. ‘아스톱’이 소규모 매장에 백화점의 사업 모델을 적용했습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을 보는 듯합니다.  


7. 이토야

가장 비싼 땅에 우뚝 솟은 문구점 
: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이토야’는 100년이 넘은 문구점입니다. 하지만 긴자의 명품 매장들과 견줄 만큼 눈에 띕니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자리 잡아서가 아니라,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갖춰온 결과입니다. 시간을 이기는 이토야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8. 호우잔

고깃집에서 경매를 시작한 사연 
: 재미와 혜택을 거부하는 고객은 없다

‘호우잔’은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특수부위를 경매로 판매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경매의 이유입니다. 최고가에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경매를 하는 것일까요?


9. 센터 더 베이커리

줄 서서 먹는 식빵 가게의 비밀 
: 식빵을 즐기는 2000가지 방법

‘센터 더 베이커리’의 식빵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최고의 식빵만으로 최고의 식빵 가게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센터 더 베이커리는 식빵을 즐기는 2000가지 경험을 선사합니다.    


10. 아카데미 힐즈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 
: 고급화는 차별화의 다른 이름

고층 빌딩의 전망은 고급 레스토랑과 바를 위한 전유물일까요? ‘아카데미 힐즈’는 모리타워 49층에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월간 회원 수만 3000여 명.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자, 천국과 가장 가까운 도서관입니다.  


11. 파이트 클럽 428

주먹을 부르는 술집 
: 문턱을 낮추면 고객이 보인다

격투기를 배우고 싶어도 막상 도장을 찾아가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바 옆에 도장이 붙어 있다면 어떨까요? ‘파이트 클럽 428’에서는 술을 마시다가 격투기를 체험할 수도, 강습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12. 파운드 무지

숨은 ‘다움’ 찾기 
: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또 다른 방법

‘파운드 무지’에서는 무인양품의 제품이 아니라 일본 곳곳에서 발견한 무인양품’스러운’ 제품을 판매합니다. 무인양품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곳이자, 무인양품의 팬을 위한 매장입니다.


13. 니콜라스 G. 하이에크 센터

공개적으로 숨어 있는 비밀의 시계 매장 
: 브랜딩은 매장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2층 이상의 매장은 모객에 불리합니다. 명품 매장이라면 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명품 브랜드를 하나의 빌딩에 모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니콜라스 G. 하이에크 센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14. AKB48 극장 / AKB48 카페

팬심이 자라나는 극장 
: 고객보다 팬의 힘이 세다

디지털 음원 시대라 음반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그룹 AKB48은 역대 최고 판매량 기록을 넘어서며 일본 여성 아티스트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통의 아이돌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15. 이키나리 스테이크

당신의 스테이크는 몇 g인가요? 
: 근거 있는 저렴함이 불편함을 이긴다

‘이키나리 스테이크’의 가격은 일반 스테이크 하우스의 반값입니다. 남는 게 있을까요? 특허를 받은 매장 운영 방식을 보면 스테이크의 가격에도 근거가 있고, 스테이크 하우스의 인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16. 쿠시야 모노가타리

손님이 요리하는 튀김 가게 
: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더하고

주어진 시간은 90분.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선 2500엔에 꼬치튀김과 대게를 무한정 먹을 수 있습니다. 정교하게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손님도, 가게도 즐거울 수 있는 곳입니다.  


17. 니코니코 렌터카

주유소에 서 있는 자동차의 정체 
: 쓸모없는 땅의 쓸모를 찾은 렌터카 회사

‘니코니코 렌터카’에서는 2525엔에 12시간 동안 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주요 렌터카 업체, 심지어 카쉐어링 업체의 반값 이하입니다. 비결은 렌터카 부지, 차량 등의 투자비를 창의적으로 절감한 데 있습니다.  


18. 츠타야 티사이트 / 츠타야 가덴

지적 자본이 만드는 어른들의 공간 
: 제품이 아닌 제안을 선택하는 시대

“제품과 판매처의 포화 단계에선 제안과 기획을 할 수 있는 ‘지적 자본’이 중요합니다.” ‘츠타야 티사이트’와 ‘츠타야 가덴’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입니다.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구현된 곳에서 설명도, 사진도 무색해집니다.     


19. Knot

5평 가게에서 파는 5000개의 시계 
: 누구나 자기만의 시계를 가질 자격이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시계를 차는 사람이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not’는 시계 매장을 열었습니다. 명품도 아니고, 업력도 없는데 5평 매장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정장처럼 시계를 맞춰주기 때문입니다.  


20. solco / 100% 초콜릿 카페

아는 것이 맛이다 
: 취향 존중은 세분화로부터

짠맛 또는 단맛이라고 다 같은 맛이 아닙니다. 맛을 보면 다릅니다. 알고 보면 더 다릅니다. ‘solco’는 소금을, ‘100% 초콜릿 카페’는 초콜릿을 세분화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감각적 디자인으로 시각까지 자극하는 맛입니다.

 

21.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

잡화점과 편집숍의 결정적 차이 
: 편집숍을 살리는 건 틀을 깨는 콘셉트

잡화+책+커피. 편집숍이라 불리는 곳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러 제품과 서비스를 모았다고 편집숍이 되는 건 아닙니다.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에는 편집숍이 갖춰야 할 조건이 숨어 있습니다.   


22. 도쿄 캐릭터 스트리트 / 지브리 미술관

캐릭터의 생명연장을 돕는 공간 
: 귀엽기만 한 캐릭터는 사라진다

캐릭터는 연예인들과 달리 스캔들을 낼 리스크도, 스스로 일을 그만둘 가능성도 없습니다. 또한 캐릭터가 돈을 벌기 때문에 확장성도 큽니다. 캐릭터 비즈니스에 매력을 느낀다면 도쿄에서 발견한 캐릭터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3. d47

일본 47현에서 발견한 제품의 본질 
: 디자인은 멋이 아니라 철학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것들 안에는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기본이 담겨 있습니다.” ‘d47’이 제안하는 ‘롱 라이프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철학이 담긴 아름다움보다 더 가치 있는 멋은 없습니다.


24. 넘버슈가 / 페브

포장 디자인의 정석 
: 메시지를 품은 패키지

포장이 유려하다면 제품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디자인은 포장 역할 중 일부입니다. 제품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어야 비로소 포장이 완성됩니다. ‘넘버슈가’와 ‘페브’가 모범적 사례인 이유입니다.

 

25. B by B

좁은 공간을 감각 있게 넓히는 지혜 
: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B by B’는 벨기에 미슐랭 스타 셰프가 만든 초콜릿 가게입니다. 해외 첫 매장을 도쿄에 냈고, 이를 ‘넨도’가 디자인했습니다. 30여 종의 초콜릿 바 매대와 카페를 구성해야 했는데 공간이 좁습니다. 넨도는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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