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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고통과 기쁨

3주간 9kg을 감량하며

by stay cozy

3주 전 혈액검사 후 높게 나온 콜레스테롤 수치에 충격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9kg을 감량했다.

검사 전날 계란 6개를 부쳐서 타코를 해 먹은 게 문제일까.. 핑계를 대고 싶었지만

2020년 코비드 전보다 10kg이 더 쪄버린 체중을 감량하는 것도 언젠간 해내야 했던 숙제였다.

언제까지 찐 살들을 달고 살 순 없고 이젠 보내줄 때도 됐다 싶은 맘에 그날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작고도 큰 다짐을 하게 됐다.


일단 배고픔을 이겨보자


다이어트 전에도 매일 10km를 뛰고 있었지만 아무거나 먹고 싶은데로 다 먹으니 체중은 겨우

유지만 되는 듯싶었다. 다이어트에서 먹는 것이 7할, 운동이 3할이란 내용을 보니 이젠 먹는 걸 신경 써야 할 때였다.

아침엔 공복 러닝을 한 후 오전 11시쯤 베리와 바나나, 사과, 코코넛 워터등을 넣은 스무디를 마시고

오후 3시쯤 늦은 점심으로 각종 야채와 콩,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 넉넉하게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평소 즐겨 먹던 빵과 밀가루,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와 케이크를 끊고 먹는 양을 줄이다 보니

다이어트 시작 후 일주일은 그야말로 넋이 나가는 줄 알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배고픔의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동안 위대해져 있던 나의 위장의 크기를 줄여나가는데 따른 괴로움이었다.

허기짐에 집중력도 떨어져 책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고 오로지 유튜브 먹방만 찾아보고 있었다.

제일 당기는 건 라면과 떡볶이였다. 라면을 3개 정도 끓여서 호호 불어가며 후루룩 입안 가득 먹고 싶었다.

쫄깃하고 매콤, 달달한 떡볶이 국물에 삶은 달걀을 으깨서 와구와구 먹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음식에 의지하는 습관을 끊어내고 싶었기에 이 혹독한 시련을 견뎌내야만 했다.

조금 참아내면 중독처럼 찾게 되는 맵고 짜고 달달한 음식에 대한 욕망이 차차 줄어들 거란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 몸속도 깨끗이 청소하고 정돈하는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생각하며

밀가루와 정제 탄수화물들이 당길 때마다 따뜻한 물을 마셨다. 찬물보다 따뜻한 물이 헛헛한 속을 채우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물을 너무 안 마시다 보면 간식이 자주당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2주가 지나 3주 차인 현재, 먹을 걸 달라고 아우성을 치던 내 위장은 조금씩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자주 허기가 져서 습관처럼 찾던 간식들도 혈당 지수가 바뀌어서 그런지 더 이상 찾기 않게 되었다.

미칠듯한 배고픔에 나가있던 집중력도 돌아와 먹방이 아닌 책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전문의는 말한다. 살이 찌고 먹어도 배가 고픈 걸 주체하기 힘든 몸은 병든 몸이니, 병을 고친다는 마음으로 일주일간 안 좋은 음식들을 줄이고 공복 14시간 이상을 참아내야 한다고. 병이 들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참고 견뎌야 한다고 했다. 위를 줄이고 공복혈당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기간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음식에 대한 갈망이 서서히 줄고 평온해지며 차츰 체중이 감소하는 기쁨에 고통이 상쇄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또 배가 고프고 하지만)

출처 무한도전


건강하고 푸짐하게 먹으며 포만감을 높여보자


음식을 조절해 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조금만 음식에 관심을 가지면 건강하고 푸짐한 매 끼니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음식만큼이나 양질의 채소를 푸짐하게 곁들인 음식들은 손이 많이 가지 않고 많이 먹어도 칼로리가 낮다. 오이를 숭덩숭덩 잘라주고 미리 삶아둔 계란과 병아리콩, 노릇하게 구워준 두부와 닭가슴살 정도에 좋아하는 소스를 곁들여 잘 비벼주면 생각보다 더 맛있고 만족스러운 한 끼를 채울 수 있다.

난 특히 콩나물과 두부, 병아리 콩을 마른김에 싸서 간장과 스리라차 소스에 찍어먹는 걸 즐겼는데, 병아리콩과 두부가 고소하니 맛있고 포만감도 컸다. 건강하게 식물성 단백질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먹어보고 싶어서 어제는 완두콩을 주문했다. 콩 중에 완두콩이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영양소는 풍부해서 완두콩 수프나 빵으로도 만들어 먹어 보려고 한다.

꼭 다이어트 식단으로 먹어야 된다고 나에게 주입하기보다는 주로 먹는 음식을 천연 그대로의 채소들로 맛있고 풍부하게 먹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위장이 약해 밀가루와 육류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몸인데도 그동안 꾸역꾸역 안 맞는 음식을 40년 넘게 받아내느라 고생해 온 내 몸에도 휴식과 건강을 선물해 준다는 의미로서도 말이다.

외식을 할때도 맛있는 샐러드 먹기


새콤 달콤 홈메이드 스무디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아침 공복 유산소 후에 마시는 스무디는 다른 어떤 음료수 보다 맛있고 포만감을 주었다.

사과 반 개, 딸기 5개 , 블루베리 한 줌 요구르트 두 테이블 스푼, 바나나반 개, 코코넛 워터 살짝 넣고 믹서기에 갈아주면 너무 맛있는 스무디가 된다.

이 스무디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사과이다. 사실 예전엔 사과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는데 다이어트를 하고 나서부터 사과는 내 최애 과일이 되었다. 달달한 게 당길 때 먹는 사과 몇 조각에서 공장에서 만든 단맛으론 느낄 수 없는 천연 그대로의 달콤함이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 없었다.

스무디에도 사과가 들어가야지 상큼함과 당도가 배로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다.

살짝 달달한 코코넛 워터도 스무디를 더욱 맛있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너무 단 케이크이나 음료수를 먹으며 오히려 기분이 나빠졌던 적이 있다. 몸에 좋지 않은 당이란 걸 알면서도 먹었단 죄책감이 컸기 때문이다. 먹고 나면 왠지 기분이 안 좋고 후회가 되는 음식은 이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줄여나가야겠다. 그런 면에서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하루 한잔 스무디는 과하게 달지도 않고 적절한 달달함으로 운동 후의 갈증과 허기짐을 기분 좋게 채워주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괴롭고 행복한 나의 달리기여


아무거나 다 먹으며 매일 달리기를 할 때는 힘이 남아돌아서인지 달리는 게 즐겁고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아침의 공복 달리기는 지금까지의 즐겁던 달리기가 아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기계적으로 spf 70인 선크림을 바르고 선글라스를 끼고 운동복을 입고 문밖을 나섰다.

일단 힘이 줄어들어서 달리는 속도가 줄었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깅처럼 이건 걷는 것도 아니요 뛰는 것도 아닌 속도로 앞을 향해 서만 나아갔다. 달리는걸 조금이라도 즐겁게 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경치가 있는 곳으로 10km 코스를 뛰었다. 일부러 귀가 울리는 빠른 음악들을 들으며 달리기도, 유튜브의 재미난 콘텐츠들을 들으며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힘이 들 땐 좋은 경치를 보고 기분을 업시켜주는 음악을 듣는 것도 오히려 에너지를 뺏기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다 때려치우고 싶게 힘들었다. 하지만 한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욕조에 누워 선크림을 닦아내며 힘들어도 오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내일 또 운동화를 신게 했다.

허기에 대한 고통이 조금은 옅어진 때쯤 달리기에도 조금씩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딱 한번 몸무게를 쟀는데, 몇백 그램씩 빠지는 성취감에 아침 공복에 달리러 나가는 발걸음이 점차 가벼워졌다. 실제로 살이 빠지며 몸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배고픔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 코스

이제 남은 건 근력운동인데..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지방과 함께 근육도 빠지게 된다. 그래서 유산소와 더불어 근력운동을 같이 해줘야 하는 걸 아는데도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운동이 아니다 보니 나에겐 커다란 관문처럼 느껴지는 게 근력운동이다. 집 가까운데 짐이 생기기로 예정돼있는데 아직 오픈이 안됬다는 핑계를 대며 유산소만 하고 있다. 일단은 너무 비장하게 시작하기보다 스쿼드 같은 작은 운동부터 실천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우선은 다이어트 목표치에 거의 다다른 나 스스로에게 잘해왔다고 칭찬해 주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나 스스로를 실험해 보듯 내가 좋아하는 식단들을 만들어 먹어보고 뛸 수 있는 만큼 매일 달리며 나에게 잘 맞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꾸준히 해보고 싶다. 아니 다이어트를 이어 간다기보단 이젠 건강하면서 오래 해나갈 수 있는 생활 습관들을 몸에 익혀가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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