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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로 꽉 채운 어느 일요일

by stay cozy

주중엔 6시에 일어나는 남편을 따라 나도 이른 아침에 눈을 뜨게 되지만 주말 아침엔 느긋하게 일어나는 여유가 있어서 좋다. 침대에서 강아지랑 남편과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천천히 일어나 어두운 침실 문을 열면 복도는 이미 창문을 통과한 환한 햇살로 꽉 차있다.

얇게 펼쳐놓은 솜사탕 같은 구름과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나 오늘도 맑은 캘리포니아.

며칠 전만 해도 초록색이던 집 앞 나뭇잎들도 드디어 단풍이 지고있다. 영원히 여름일 것 같은 이곳에도 가을과 겨울이 찾아와줘서 반갑다. 비록 짧고 은은한 모습으로 머물다 갈지라도.



주중엔 남편 아침과 커피를 차려주고 공복 달리기를 하러 나가지만 일요일인 오늘은 왠지 천천히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근육도 쉬는 날이 있어야지라고 스스로 이유를 들어가며 운동 대신 반신욕으로 혈액순환을 하려한다.

배꼽까지만 몸을 담그고 팔 또한 밖으로 빼고 있어야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나는 거의 누워서 땀을 빼기로 한다. 배에 따뜻한 물을 계속 부워주며.

차가운 공기 중에 내놓은 얼굴과 두피에서 땀이 줄줄 흐르다 욕조속으로 똑똑 떨어진다. 누워서 전자책을 읽다 보니 아래줄이 잘 안 보여서 맨 밑에 줄을 읽을 때마다 상체를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다 물이 어느 정도 식었을 때쯤 욕조에서 나왔다.

부기가 빠지며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물속에서 빨리 일어났더니 공복이라 어질어질한 현상이 있긴 했지만.




최근 10킬로를 빼며 꾸준히 단백질 위주로 먹고 있다. 집 냉장고엔 미리 삶아놓은 완두콩과 닭가슴살, 단호박, 계란등이 반찬통에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큰 접시에 각각 담아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해서 먹는다. 후추, 소금, 올리브 오일, 발사믹 소스나 스리라차 소스를 뿌려 먹는다. 단백질은 소화가 느려서 매 끼니 나눠서 꾸준히 먹어야 하는데 먹어야 하는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그동안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꽤 짜게 먹어왔다.

배고픈 다이어트는 오래갈 수 없고 몸에도 좋지 않기에 단백질 위주로 든든하게 먹고 있다. 단순하게 삶은 음식들은 소화도 잘되고 배도 부르고 맛있다.


부엌을 정리하고 강아지밥을 주고 같이 산책을 다녀온 뒤 전기장판을 따뜻하게 켠 침대로 쏙 들어왔다.

신성한 침대에 들어올 땐 평상복에서 잠옷으로 꼭 갈아입는 게 나와 남편의 룰이다. 이불 안엔 침대에서만 신는 하얀 양말이 따뜻하게 덮혀져 있다.

블라인드를 꼭꼭 닫은 후 램프 하나만 키고

프로젝터를 켜서 좋아하는 유튜브채널이나 영화를 본다. 내가 좋아하는 채널들은 작은집이나 인테리어, 평범한 일상에 관한 브이로그들이 많다.

얼굴엔 마스크팩을 붙이고 따뜻한 이불속에 있으니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따뜻한 침대 안에서 책을 받침대 삼아 놓아둔 딸기 블루베리 스무디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쌓아두고 좋아하는 구절들을 골라 천천히 읽는다. 이불속 따뜻한 감촉과 달달한 스무디의 맛,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를.



다이어트 전엔 프로틴 파우더가 이렇게 고마운 존재인지 몰랐다.

한 번씩 생각나는 속세의 달달한 맛을 충족시켜 주는데 프로틴파우더가 큰 역할을 한다.

오늘은 초콜렛 프로틴 파우더와 계란, 우유, 100% 코코아파우더, 자일로스설탕을 약간 넣어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었다. 재료들을 잘 섞어서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돌리니 완성!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냐며 환호하는 나에게 미각이 예민한 남편은 한입 먹어보고 뭔가 약맛이 나는 것 같다며 더 먹어보라는 나의 권유를 사양한다. 왜, 난 너무 맛있는데!?

미각의 기준이 남편만큼 높지 않고 다이어트를 하느라 달달한 게 궁했던 나에겐 프로틴 파우더는 더없이 소중하고 맛있는 간식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강아지와의 저녁 산책길.

우리 동네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에 꽤나 진심인 분들이 많다. 어떤 집은 집 앞 도로에 아치형으로 반짝이는 터널을 만들어서 덕분에 저녁마다 그곳을 지나면 마치 야간개장을 한 놀이공원에 온 기분이다.

다양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걸친 집들 속에서도 유독 내눈에 들어온 집이 있었으니, 작고 노란 전구들로만 꾸민 집이었다. 움직이는 커다란 인형들이나 화려한 장식 없이 노란 전구로만 꾸민 집에서 간결, 깔끔 속의 화려함을 느낀다.

만약 우리 집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고 하면 저렇게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집이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크게 진심이진 않은 나라서

색이 계속 변하는 태양열 램프들을 꽂아놓은게 다이지만 대신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동네를 예쁘게 꾸며 놓은 덕분에 겨울 내내 어두운 산책길 걱정없이 즐겁게 걸을수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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