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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열매로 만든 크리스마스 리스

by stay cozy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보면 귀여운 나무 열매들이 눈에 띈다.

플라타너스 나무의 큰 잎들 사이로 쪼르르 달려있는 열매들은 앙증맞게도 종처럼 달랑달랑 소리를 낼 거 같기도, 또 크리스마스 스웨터에 달려있는 동글동글한 장식품 같기도 하다.

지천에 널린 저 열매들로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선 우리 집 앞마당에서 리스의 기본이 되어줄 작은 잎이 자잘하게 달린 나뭇가지들을 잘라왔다.

손세정제,식초, 베이킹 소다로 혹시 붙어 있을지 모를 벌레들을 제거해 준다.

이제 두꺼운 박스에 접시를 대고 동그랗게 잘라 자잘한 나뭇가지들을 글루건으로 붙여주고

산책길에 주워온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 초록 빨간색의 작은 열매들을 사이사이 끼워주었다.

그리곤 댕그랑 거리는 플라타너스 열매들을 리스에 하나씩 달아 주었다.

아마존에서 부리나케 주문한 5달러짜리 버건디 색 리본이 초록리스와 잘 어울렸다.



리스는 우리 집 안방문에 예쁘게 걸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 때마다 바람을 타고 스치는 은은한 풀잎향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남은 재료들로 손님방용 작은 리스도 만들어본다. 한 달 후 방문하실 부모님을 환영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리스에는 길에서 주운 도토리를 붙여주었다. 귀여운 모자를 쓴 것 같은 기다란 도토리는 도토리중에 제일 맛있어서 묵으로 해 먹으면 최고라고 한다. 다행히 도토리묵을 알리 없는 미국주민들의 무관심 덕분에 주렁주렁 달린 도토리들로 야생동물들이 겨울을 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작은 리스도 완성해 주었다.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지 않고 동네 길가에 떨어진 자연재료들이나 집에 남아있는 종이들로 리스를 만들며 행운과 안녕을 비는게 어느새 나만의 전통이 되어버렸다. 직접 만드는 리스는 돈도 아낄 수 있고 소박하게 집을 꾸미는 재미를 느끼게 하며 계절이 지나면 홀가분하게 버려도 죄책감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난 강아지와 느릿느릿 산책을 하며 길가의 나뭇잎과 열매들을 더 가까이 관찰한다.

혹시 내년 봄 리스로 변신하기 좋은 귀한 재료가 길가에 아무렇게나 흩트려져 있다가 내 눈에 띌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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