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기록을 찾아보니 2023년 11월에 러닝화를 구입했었다.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와 함께 해준 고마운 러닝화를 오늘 보내주었다.
최근 운동화 옆구리들이 터지기 시작했고 왼쪽 엄지발가락이 표면을 뚫고 나오려는 걸 보며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인터넷에 러닝화를 검색했다.
호카나 on같이 비싸고 화려한 러닝화들도 참 많았다. 저 러닝화는 어떤 점이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난 비싼 모험은 하지 않고 그중 심플한 검은색의, 쿠션 부분이 듬직하고 튼튼하게 생긴, 가격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이번에도 리복 러닝화를 골랐다.
오늘 운동화가 도착했다. 박스를 열자 때 묻지 않은 하얀 바닥의 반질반질한 검은 운동화에서 새것의 향이 났다.
새 운동화를 꺼낸 박스에 나의 헌 운동화를 고이 넣어 주었다. 운동화 바닥도 첨으로 봤다. 내 왼쪽발 바깥쪽에 힘이 많이 실리는지 바깥면 쪽이 많이 닳아 있었다. 가만히 운동화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동안 이 운동화가 내 무게를 묵묵히 견뎌주며 무사히 다치지 않고 뛸 수 있게 도와주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러닝화를 단 한 개 사서 일 년간 구멍이 날 때까지
나름 열심히 달려왔다.
음식으로 치자면 요플레 뚜껑까지 싹싹 핥아먹고
밥그릇에 묻은 밥풀 하나까지 깨끗이 긁어먹은 느낌이다. 난 이 느낌이 좋다. 쓸 수 있을 만큼 다 써버린 후에야 다시금 새물건을 들이는 느낌 말이다.
물론 어떤 분들 눈엔(가령 김종국 씨..) 내가 버린 운동화도 몇 달은 더 쓸 수 있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내일부턴 새 운동화와 함께 새로운 아침을 맞을 것이다. 새 신발을 신고 내일도 열심히 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