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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사치

값비싼 샐러드를 사 먹는 것

by stay cozy

난 외식을 할 때 샐러드를 자주 사 먹는다.

어떤 사람은 나가서 궃이 풀만 잔뜩 있는 샐러드에 왜 돈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오늘도 난 오랜만에 바람을 쐬러 나가 샐러드를 주문했다.

평소엔 짠순이 같이 구는 내가 남편이 시킨 바비큐피자보다 더 비싼, 무려 17달러짜리 샐러드를 주문했다.

한 끼에 17달러면 요즘같이 높은 물가를 생각해도

필요이상의 돈을 썼다고도 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같이 더 저렴한 음식들도 많기 때문이다.



사치: 필요이상의 돈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작은 사치는

바로 외식을 할 때 좀 비싸더라도 맛있고 영양소가 풍부한 샐러드를 사먹는 것이다.

몇 달 전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칼로리 섭취량을 줄였고 어떻게 하면 칼로리는 낮고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다이어트를 하기 전엔 놀러 나가면 탄수화물 위주의 고칼로리 음식을 주문하곤 했는데 살을 빼고자 마음먹고 나선 나가서도 남편은 스테이크를 고를 때 난 제일 맘에 드는 샐러드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Sweetgreen의 샐러드였다.

어느 날 미식가인 남편의 추천으로 먹어보곤 눈이 번쩍 뜨인 곳이다.

이렇게 맛있는 샐러드도 있어? 하며 소스나 재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샐러드 하면 랜치 소스정도만 알았는데 올리브 오일에 바질,레몬즙을 적절한 비율로 섞은 소스가 이렇게 입맛을 돋구는 것인지,

쌀이 아닌 퀴노아와 병아리콩이란 녀석들만으로도 이렇게 고소하고 포만감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노릇하게 구워 잘게 썰은 닭가슴살은 먹기 편했고 땅콩맛이 나는 루꼴라라는 채소는 참 신기하고 맛있었다.

외식하면 기름지고 열량높은 음식들만 생각하던

내게 '이게 요즘 외식문화다 ' 라며 신세계를 보여 주는 듯했다. 대세라는 걸 말해주듯 Sweetgreen매장은 가는 곳마다 파티오 까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놀러 나가서 고칼로리음식을 잔뜩 먹고 돌아올 때면 맘속에 잔잔한 죄책감이 차올랐고 다리부터 서서히 붓는 느낌이 들어 썩 좋지 않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미국음식들은 위협적일 만큼 기름지고 짜고 단 음식들이 많기에 그 맛에 빠져버리면 (경험에 근거하여.. ) 10kg 정도 찌는 건 한순간이었다.

기분 좋게 나간날을 죄책감으로 마무리 짓고 싶진 않았고 살이 많이 찌며 소화기능도 안 좋아졌었기에 선택하게 된 샐러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었고 종류와 드레싱도 다양했다.

또한 큰 포만감을 줬으며 먹고 난 후에도 속이 편했다.


어떤 걸 고를 때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내가 요즘엔 샐러드를 사 먹을 땐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르게 되었다.

매일 마다 소비하는 게 아닌, 또 내 몸과 맘을 좀 더 편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소비는 사치라 해야 할까? 아님 현명한 소비라 해도 될까?

이런 자잘한 생각에 연연하지 않는 엄마나 남편이 들으면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사 먹어도 된다고 하겠지.


앞으로도 외식을 할 땐 맛있고 특색 있는 샐러드들을 찾아가는 재미는 추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건 내가 좋아하고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현명한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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