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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May 24. 2023

어두운 조명을 사랑하는 집순이

어느 작은 램프 수집가의 이야기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좋아하는 인프피 집순이 


나는 작은 램프들이 뿜어내는 따뜻하고 노릇노릇한 불빛을 사랑한다. 밝은 빛에 예민한 눈 때문인 것이 제일 큰 이유이고  어릴 적  주로 보았던 하지만 내 맘대로 바꿀 순 없었던 그 하얗고 밝은 천장등은 내 모든 걸  드러내 보이는듯한 불안함을 느끼게 했다.


 하얀 불빛아래서  누군가와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자면 지성이지만 수분이 부족한 나의 피부의 잡티부터 감정의 변화가 꽤나 변화무쌍한 나의 표정 하나하나가 상대방에게 다 드러나게 되는 이 상황이 꽤나 신경 쓰여  소심한 나는 대화에 집중을 하기 힘들어할 것이다.


저녁시간 켜놓는 작은 램프들
 너무 모든 걸 훤히 비쳐주는  흰색천장등아,
난 네가 좀 부담스럽구나  

다행히도 지금은 세상 환하고 밝을수록 좋은 흰색 천장등이 달린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을 하여 내가 원하는 밝기와 색상의 램프를 켜고 생활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한 일 아닐까?

디너테이블을 소소하게 밝히는 작은 충전용 램프


 프리랜서인 나의 수입은 우리 집 경제에 미미한 상태이고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하는  요즘 유행하고 인스타그램에 자주 나오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고가의 제품들은 나의 쇼핑 목록에 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큰 재력은 없지만 시간과 체력을 가진 난

  Amazon, ebay,  walmart, 그리고 Shein  

이 사이트들을 왔다 갔다 하며 내가 원하는 램프의  밝기와 디자인, 가격대를 나름 꼼꼼히 비교 분석해 본다.

디자인도 예쁘고 가격도 합리적인 Ikea는 온라인 배송이 느려 직접 방문을 위주로 하고 가게 되면 제일 먼저 신나게 조명 코너로 향한다.

캠핑느낌을 주는 램프와 독서등으로 좋은 스탠드


사실  옷이던 램프이던 뭐든지 브랜드를 떠나 내 맘에 드는 디자인과 가격대이면 만족하며 잘 쓰는 편이다. 디테일하게 램프의 디자인이나 쓰인 재료와 불빛의 투과도 정도등을 따지고 들라치면  비쌀수록 더 좋은 램프들도 정말 많다. 하지만 내가 구입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내 마음에 드는 가성비 좋은 램프를 찾았을 때의 만족감이란.

안방 침실을 밝히는 작고 따뜻한 램프들



테이블 램프의 불빛아래선 조금  놓칠 수 있는 시선들이 있어 더 편안함을 느끼는 거 아닐까?


작은 조명등만 켜놓으면  모든 부분을 다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더 편한 건지 모르겠다.

거실의  따듯한 테이블 조명 불빛으론 저 멀리  바닥의 떨어진 머리카락도, 창틀 먼지도 그리 세세 하게 보이지 않는다. 내가 지금 집중하고 싶은 내 앞의 책에, 랩탑의 화면에만  오로지 집중할 수 있다.

욕실에서 반신욕을 할 때도 은은한 조명만 켜놓으면 내 몸을 너무 자세히 관찰하지 않게 되기에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반신욕 할때 켜놓기 좋은 램프


     다른 신경 쓸 일을 잊고 싶을 땐
         따뜻한 테이블 램프 하나만 켜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를 틀어놓고
       좋아하는 차를 한잔 마신다.
   따뜻한 램프의 불빛이 식어있던
    나의 맘을 다시 덮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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