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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May 27. 2023

그림으로 전하는 마음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 선물하기

"우와!!! 모야!!! 언니집 그림!!! 와!!!"

우리 집 뒤편에 사는 이웃 친구가 좋은 일이 있어서 무얼 선물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이웃친구가 카톡프로필로 올린 내 사진을  보고 카톡을 보내온 것이다.

우리 집 뒤편의 이웃사촌은 참 다정한 사람이다. 그저께도  밤중에 전기밥솥으로 만든 탱글탱글한 맥반석 계란을 집 앞에 살짝 놔두고 왔다고 카톡이 왔다. 덕분에 비빔국수에 계란 두 개를 넣어 맛있게 먹었다.

  저번엔 친정엄마랑 같이 만들었다며 내가 좋아하는 동치미와 무김치를 가득 싸줬었다. 또 코스코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빵이나 아보카도를 자주 나눔 하는 한국의 따뜻한 정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한국인 이웃이다. 이 친구는 친화력도 좋아서  동네 마트에서 한국인을 발견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하고 우리 동네의 좋은 점을 많이 어필해서  좀 거리가 있는 동네에서  한국인이 비교적 적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온 다른 한국친구도 있다.


"너무 이뻐요!! 저희 집도 그림 주문해도 될까요?"

내가 한번 그려본 우리 집 사진을 카톡에 올린 걸 보고 너무 좋아했다.

"네 ㅋㅋ함 그려볼게요 히히"

그때 뭘 선물할지 떠올랐다. 친구네 집을 그려서 선물하기로.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 다음날 오후부터 색연필과 종이를 주섬 주섬 챙겨 책상에 앉았다.

책상에 앉기 전 오전엔 소화가 잘되는 음식들로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30분 운동도 하고 반신욕도 하고 마차라테도 마셨다. 오전의 이 루틴은 내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 준다.

그림을 전공했고 지금도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항상 그림을 그리기 전엔   부담감이란 녀석이

 살살 밀려온다. 우리 집을 그려본 건 정말 재미로 부담 없이 그린거지만 친구에게 선물을 한다 생각하니 잘해야 된단 걱정이 됐다.

난 이런 부담감을 그냥 일단 시작하는 것으로 지그시 눌러준다. 첨엔 형태가 이상하게 잡혀도 일단 계속하다 보면 된다란 나름의 믿음을 가지고 시작한다. 중간에 일어나서 멀리서도 그림을 봐보고 잘 안된다 싶음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고 와본다. (이상하게 그림 그릴 때 라면이 당긴다.) 그렇게 잠깐 딴 걸 하고 와서 보면 고쳐야 하는 게 보인다.

6시쯤 시작한 그림 그리기가 9시쯤 거의 마무리되었다. 일찍 자는 남편을 위해 일단 내일 마무리를 하기로 하고 같이 침실로 올라갔다. 일단  배경으로 구름을 살짝 스케치해 놓고 내일 해야지 생각하며 올라왔는데

침대에 앉아 생각해 보니 그거보다 구름 없이 배경을 칠해야겠다 싶었다.

'내일 맑은 정신에 다시 해보자...'

아이패드를 잠시 켜고 전자책을 읽어 내려갔다. 전자책을 보는데 자꾸 배경에 스케치한 구름이 생각났다.

'.. 안 되겠다. 생각난 김에 고치고 자야지..'

서서히 잠이 들고 있는 남편에게 잠깐 내려갔다 온다고 말하곤 다시 책상 앞으로 내려왔다.

동글동글한 흰구름을 남기고 푸른 하늘을 칠하니 이상하게 유아스러운 그림이 된다.

항상 배경에서 마지막 시험이 오는데 단순한 것이 제일이다. 지우개로 살살 구름모양을 지우고 전체적으로 가장 무난하게 푸른 하늘로 칠을 해주고 난 후에야 좀 안심을 하고 침실로 올라갔다.


다음날 근처 소품가게로 가서 그림과 어울릴 만한 갈색 프레임의 액자를 샀다.

종이로 그림을 감싸고 얇은 노끈으로 끈을 매어서 이웃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언니 벌써 다 그렸어요!? 나 지금 소름 돋았어요!!

남편 오면 같이 열어볼게요, 너무 고마워요!!"

몇 시간 후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빠트리고 그린 부분이나 비례가 안 맞는 부분이 많은 부족한 그림이지만 축하해주고 싶은 나의 마음을 친구가 받아준 거 같아서 나도 많이 고맙고 좋았다.


유럽에서는 결혼식과 같은 날에 돈을 선물로 하면 제일 성의가 없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도 주로 현금이나 기프트카드등을 선물해 주곤 했는데 그 사람이 편하게 정말 사고 싶었던걸 사길 원해서였다. 지금은 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기도 하지만 시간과 나름의 정성을 들여 세상에 하나뿐인 손그림을 그려주는 걸 정말 고마워하는 소중한 지인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이다음엔 어떤 분에게 그림으로 내 맘을 조금이나마 전달해 볼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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