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에 있었던 일들
"우리 카페 갈까?"
빨래를 다 마친 선선한 메모리얼데이 오후였다.
공휴일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아직 덜 마른 머리에 편한 카고바지와 브이넥 카디건을 얼른 주섬주섬 입고
남편과 강아지를 데리고 자주 가는 카페로 향했다.
난 아이스마차, 남편은 아이스모카에 티라미수 케이크를 하나 추가했다.
이 카페는 음식들이 일단 맛있고 반려견들도 같이 있을 수 있는 널찍한 파티오가 있어서 좋다.
파티오에서 바라보는 아파트 단지의 모습도 평화롭다.
카페 앞 공원에선 훈련사가 반려견들을 훈련시키는 모습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남편과 자주 앉는 자리에 앉아 아이스 마차를 한 모금 마시고 아이패드로 아까 보다가 만 유튜브를 켰다.
최근 독서와 인문학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유튜브 채널들을 재밌게 보고 있다.
책 읽기를 통해 죽음 앞에서 삶의 방향을 찾은 이야기, 손자병법속에서 말하는 장사의 마진은 20프로만 남겨야 하는 이유, 워런 버핏이나 스티브잡스가 인문학으로 경제를 깨우친 일화 등등..
그중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돈 버는 법에 대한 내용이 인문학과 연결이 되는데
결국 부를 가진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 근본이념부터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은 얼마나, 어떻게 벌 것인가 이전에 왜 돈을 버는가를 생각한다고 한다.
누구나 빨리 부를 이루고 싶고 어떻게 벌 것인가에 매달리는 게 보통인데 결국 부유 해진다는 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이롭게 했는가에 따른 보상이란 근본적인 이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나는 티라미수 케이크를 포크로 베어 먹으며 이것저것 알게 된 감동적인 사실들을 남편에게 브리핑을 했다.
한국어가 조금 서툰 남편이지만 나름 설명해 보려는 내 얘기에 열심히 경청해 주는 모습이 고맙다.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하기엔 조금 아쉬운 맘이던 중 우연히 책방이 눈에 띄었다.
주로 헌책들과 오래된 cd, 일본 망가등을 파는 서점이었는데 헌책이라기엔 다 새책같이 깨끗해 보였다.
코너마다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키득거리며 책들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주로 작은집 인테리어, 일상의 행복에 대한 책들을 좋아해서 열심히 두리번거리던 찾아보던 중
1달러 코너 구석에서 한글 제목의 책 두 권이 눈에 띄었다.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자기 계발서와 시집이었다.
미국 헌책방 속 생각지 못한 작은 한국책 두 개가 꼽혀있는 걸 보니 마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인을 만난 듯 반가운 맘이 든다!
책뒤를 보니 각 2011,2014년에 발행.
그리 오래전에 쓴 책이 아니지만 표지가 살짝 바래서인지 넘 라테시절 이야기가 쓰여있는 건 아니겠지?
란 생각을 하다가 시집을 보니 유튜브에서 봤던 내용이 생각났다.
"생각하는 힘을 제일 키워주는 건시집을 읽는 겁니다"
자기 계발책서는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려야 할 거 같은 부담감에 피해 왔는데 살짝 읽어보니 내용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한국 서점에서였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거 같던 책들이지만 미국헌책방에 소중히 딱 두 개 있는 책들이기에 우리 집에 갈 운명이다 생각하며 2달러를 주고 데려왔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거실에 앉아 책을 펼쳤다. 나름 돈을 주고 산 책이니 꼼꼼히 읽어본다.
자기 계발서는 덴마크의 젊은 기업가이자 스타트업 전문가가 쓴 책이고 주제별로 실제 사업가들의 예시를 써놓아서 생각보다 쉽게 잘 읽혔다.
책을 읽다 보니 전에 읽으신 분이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과 손글씨로 요약한 내용들이 빈 공간에 쓰여있다. ‘…. 음.. 이 분은 이 부분이 감명 깊었구나…’
뜻하지 않게 전에 보신 분의 생각과 감상까지도 같이 들여다보게 되며 나도 왠지 그 구절에 한 번 더 눈이 가게 된다. 이런 부분이 헌책의 묘미인 듯하다.
남편이 잠들고 잠깐만 읽어야지 한 게 시간을 보니
벌써 한시가 넘었다.
내일은 시집도 한번 읽어봐야지.
2달러에 우연히 산 책들이 몇 배의 행복을 준 책 쇼핑이었다.